14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3분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55조2,56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14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3분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55조2,56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얼어붙은 반도체 업황에 삼성전자의 창고에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재고자산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다만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재고재산 개선에 파란불이 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재고자산, 55조원 넘어… 회전율은 3.3회로 감소

14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3분기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55조2,56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적 재고자산인 55조5,048억원보다는 0.45% 줄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이다. 다만 지난해 말 52조1,879억원과 비교하면 5.9% 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부담은 ‘반도체 사업’ 부문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산업 트렌드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증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량 생산해온 DDR4, 낸드 등 구형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기보고서에 공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반도체(DS)’ 부문은 3분기 기준 재고자산 33조7,3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재고자산의 61%에 달하는 금액이다. 재고자산이 26조3,651억원이었던 전년 동기와 대비해선 28%나 늘었다.

반면 가전,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타 사업부의 경우 재고자산이 크게 감소했다. 가전·모바일 사업부인 ‘DX’ 부문의 경우, 재고자산이 전년 3분기 27조974억원에서 올 3분기 18조4,468억원으로 32% 줄었다. ‘디스플레이(SDC)’ 부문도 1조9,215억원을 기록하며 동기간 25%의 재고자산을 줄였다.

이 같은 반도체 사업부의 부진으로 삼성전자 내 재고자산 회전율도 낮아진 상태다. 3분기 삼성전자 재고자산 회전율은 3.3회로, 3.8회였던 전년 동기보다 약간 줄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의 재소자산에 대한 비율로, 재고자산이 현금화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으면 그만큼 제품 재고 소진이 빨라져 실적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으면 반도체가 잘 안팔려 창고에 쌓이게 되고, 매출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4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개선 전환점 기대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의 재고자산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11월 1~10일 수출입 현황(통관 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9월 감소세에 접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의 점진적 증가와 DRAM, NAND 가격 상승 전환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합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세를 보였다”며 “이는 하락률이 추가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역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를 들어 윈본드(Winbond)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1% 증가했고, 16개월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며 “메모리 모듈 가격의 반등 영향에 반도체 유통 업체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뚜렷한 회복세 보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은 “TSMC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15.7%, 전월 대비 34.8% 증가한 2,432억 대만 달러 (한화 약 10조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전년 대비 기준의 TSMC 월 매출은 2023년 2월 이후 8개월 만에 첫 증가세를 시현했는데, 이는 아이폰15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 폰 및 AI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올해 4분기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DRAM, NAND 가격의 동시 상승 영향 때문이다. 4분기 삼성전자의 DRAM 영업이익은 7,34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8%다. 지난해 4분기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이 전망된다. SK하이닉스 DRAM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7,500억원으로, 3분기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본부장은 “내년 DRAM, NAND 가격은 전년대비 각각 40%, 25% 상승이 전망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손익 개선 효과는 전년대비 4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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