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송호영 기자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기업 참여' 문제를 제기했다.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의 참여로 이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다. 

지난 17일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전국의 모든 행정전산망이 마비됐다. 이후 구청·주민센터와 정부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 24’의 민원 서류 발급이 중단됐다. 행안부는 17일 오전 8시 46분 장애를 처음으로 인지한 뒤 매뉴얼(장애 관리 절차서)에 따라 시스템 복구를 진행했으나, 장애는 56시간 가량 지속됐다. 

전산망이 마비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행안부는 ‘L4 스위치’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L4 스위치는 트래픽(네크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분산해 속도를 높이는 장치다. 그러나 행안부는 왜 L4 스위치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L4 스위치를 교체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하기에 해명에 의구심이 더해진 상황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금요일에 발생한 전국 지자체 행정전산망의 마비 사태는 우리 정부에 많은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정부는 무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겠지만, 근본적 해법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무책임한 정치 공세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행정망 마비는 수차례 반복됐다. 2020년에는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이 마비됐으며, 2021년에는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코로나 시기 많은 행정 업무가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윤 원내대표는 “거듭되는 국가 전산망의 마비는 특정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2004년 전자정부의 도입 이래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문제의 결과”라며 “정부와 국회가 이제 힘을 합쳐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산망 마비의 원인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대기업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2013년 정부는 공공 IT 서비스 시장을 △ 삼성SDS △ LG CNS △ SK C&C 등 대기업이 독점한다는 이유로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했다.

윤 원내대표는 “법의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고,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 전산망은 이따금 마비 사태를 일으켰다”며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시스템 마비와 올해 3월의 법원 전산망 마비 그리고 이번 행정 전산망 마비도 모두 중소업체가 개발한 시스템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의 배제는 영세한 업체들에 사업을 나눠주는 쪼개기 발주의 남발로 이어졌고, 쪼개기 발주는 상이한 시스템과 기기의 통합관리를 어렵게 했다”며 “시스템상 일부가 고장이 나더라도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가용성 설계 관리 프로세스’나 해킹 장애 대비 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일어나면 문제를 국지화하고 신속히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컨틴전시 플랜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이다. 

윤 원내대표는 “정부는 이번 마비 사태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중대하게 바라보고 이번에 지적된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국가 기간 전산망의 경우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가 문제가 될 때 우리는 오직 기술력만 따질 뿐 대기업, 중소기업을 따져서는 안 된다”며 “행정 전산망도 국가안보와 직결된 것이므로 이제는 여야 공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육성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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