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 로봇기업들의 시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중 떠오르는 샛별로는 ‘두산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3곳이 꼽힌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협동로봇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 로봇기업들의 시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중 떠오르는 샛별로는 ‘두산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3곳이 꼽힌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간이 로봇을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 노동력 확보’다. ‘로봇(Robot)’이라는 단어 자체도 ‘일꾼’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유래됐다. 이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가장 로봇답게 일하는 로봇은 ‘협동로봇(Co-robot)’일 것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다.

글로벌 로봇 기업들의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제품도 협동로봇이다. 스마트 공장부터 스마트팜, 의료 분야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응용 가능해서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산업 규모는 오는 2030년 168억달러(약 22조6,749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40%에 달한다.

이 같은 산업 흐름에 맞춰, 국내 협동로봇 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중 떠오르는 샛별로는 ‘두산로보틱스’와 ‘HD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3곳이 꼽힌다. 로봇 업계에선 거의 같은 날 유가시장상장과 출범을 한 이 세 기업 간 경쟁이 향후 국내 협동로봇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이 세 기업의 사업 현황 및 향후 전망을 정리해봤다.

지난달 5일 두산로보틱스 상장기념식에서 협동로봇 모델이 북을 울리는 모습./ 뉴시스
지난달 5일 두산로보틱스 상장기념식에서 협동로봇 모델이 북을 울리는 모습./ 뉴시스

◇ 투자자 이목 집중 ‘두산로보틱스’, 관건은 실적 개선

먼저 업계와 투자자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협동로봇기업은 ‘두산로보틱스’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된 두산그룹의 로봇 제조 계열사다. 핵심 사업으로는 협동로봇,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제품을 개발·제조 및 판매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는 지난달 5일 상장했다.

주요 협동로봇 제품군으로는 △E시리즈 △A시리즈 △M시리즈 △H시리즈의 4종이 있다. E시리즈는 낮은 가격대로 F&B시장(외식산업) 접근성을 높인 모델로, 미국위생협회(NSF) 인증도 통과했다. A시리즈는 약 5~9㎏ 저중량용 로봇으로, 업계 최고의 작업 속도를 구현했다. M시리즈는 로봇 팔의 6축 회전축에 토크센서를 내장해 정밀 작업이 가능한 모델이다. 6~15㎏의 중량을 감당할 수 있다. H시리즈는 약 25㎏으로 무거운 중량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협동로봇모델이다. 

업계의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협동로봇 기업’이다. 실제로 2017년 출범 2년 만에 자체기술로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2,200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춰 양산에 들어갔다. 이후 2021년에는 누적판매량 2,000대를 돌파하며 국내 협동로봇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연평균 판매 대수 및 매출 증가율은 70%에 달한다.

아쉬운 것은 실적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는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0월 상장 이후 첫 번째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125억원, 61억이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으나, 영업손실도 전년 동기(44억원) 대비 39.7% 늘어 적자를 기록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업 확대, 솔루션 판매 확대로 매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고금리 지속에 따른 북미지역 전방 로봇 시장 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인원충원, 개발비 등의 비용 증가로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두산로보틱스의 가파른 성장세가 체감된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국내 시장의 경우, ‘팔레타이징 솔루션’. ‘닥터프레소(커피 솔루션)’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9%,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77.7%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시행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도 두산로보틱스에 호재로 작용 중이다. 개정안 시행 후, 주가가 급등하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28일 8만1,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4만3,400원으로 장을 마감한 14일 이후, 9일 만에 88.5% 증가한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로봇이 법적으로 보행자 지위를 부여받아 인도로 다닐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중심 골자로 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라인업·솔루션판매·생산능력·판매채널 확대를 통한 성장 지속이 예상된다”며 “향후 2026년까지 제품 라인업은 17개로, 생산량은 3배 이상, 판매채널도 89개에서 219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3’ 현장에 전시된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모델./ 박설민 기자
지난달 1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3’ 현장에 전시된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모델./ 박설민 기자

◇ 산업로봇 전통 강자 ‘현대로보틱스’, 협동로봇에서도 빛날까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산업용 로봇시장 강자로 꼽히는 기업은 단연 ‘HD현대로보틱스’다. 지난 2020년 5월 설립된 HD현대로보틱스는 회사 지분의 90%는 HD현대가, 나머지 10%는 이동통신사 KT가 가지고 있다. 현 시가총액은 2,370억원으로 추산된다.

HD현대로보틱스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 사업 성장과 함께 갑자기 큰 기업이 아닌, ‘근본’있는 협동로봇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HD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10월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에 구성된 로봇전담팀을 모태로 한다. 1986년 5월 로봇조립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다음해 산업용로봇 생산에 성공했다.

2000년대 들어선 로봇 사업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 LCD 디스플레이 운반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2017년 로봇전담팀은 현대중공업에서 사업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출범했다. 2021년에 이르러서는 국내 최초의 산업용 로봇의 생산누계 6만여 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23년 현대중공업 그룹이 HD현대로 사명을 바꾸자, 올해 3월 말 HD현대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다만 협동로봇 분야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산업용 로봇에선 국내 시장 1위를 달성했지만, 사람과의 상호협력이 필요한 협동로봇 분야에선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는 것. 실제로 2020년 출시됐던 협동로봇 ‘YL시리즈’는 2021년 이후 HD현대로보틱스의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졌다.

물론 HD현대로보틱스도 협동로봇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는 내비치고 있다. 산업용 로봇만 가지곤 변화하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6일 3분기 HD현대 실적 발표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매출 455억원, 영업이익 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98.7% 감소한 수치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D현대 관계자도 “산업용 로봇 수주가 개선되지 않아 HD현대로보틱스의 실적이 다소 저조했다”며 “향후 협동로봇 투자를 늘려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 그룹이 개발한 협동로봇 솔루션 패키지인 어드밴스드 솔루션./ 한화 
한화 그룹이 개발한 협동로봇 솔루션 패키지인 어드밴스드 솔루션./ 한화 

◇ 한화로보틱스, ‘리조트 사업’과의 시너지로 ‘협동로봇’ 세계 3위 목표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와 함께 국내 협동로봇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한화로보틱스’다. 지난 4일 한화 그룹은 한화/모멘텀 자동화(FA) 사업부에서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공식 출범했다.

신임 대표 자리는 한화/모멘텀 부문 FA사업부장을 지낸 서종휘 한화로보틱스 신임 대표가 맡고 있다. 서 대표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반도체 설비 및 공정 공정 고도화 업무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한화 AGV로봇센터장을 맡으며 그룹 내 로봇 사업 전문가로 활약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화로보틱스의 자산과 자본은 619억원, 516억원, 부채는 103억원. 이외엔 공식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실적 및 세부 사업 계획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한화로보틱스의 중점 추진 사업 분야 역시 협동로봇 분야임은 확실해 보인다. 공식홈페이지에서도 핵심 제품으로 한화/모멘텀에서 개발한 ‘HCR’ 시리즈가 나온다. HCR은 소형 모델인 HCR-3A, 사람 크기의 HCR-5A, 대형 모델 HCR-12A가 판매 중이다. 또한 한화/모멘텀은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공작기계 전시회 ‘EMO2023’에 참가해 협동로봇 신제품 ‘HCR-14’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모델은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가 14㎏으로 높아졌고, 구동범위는 1,420㎜로 증가했다.

한화 그룹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하면서, 한화로보틱스의 사업 비전이 ‘스마트 기술 기반 로보틱스 솔루션의 글로벌 리더’임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발표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분야 사업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단기적으로 산업용과 계열사 등 내부시장 고객(Cative market)을 집중 공략한다. 그 다음, 사업이 안정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상업 및 가정용 서비스 로봇으로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간별 사업 계획은 △산업용 제품 라인업 확대(수주형 Customized AGV, 2023~2024년) △경량형 용접, 상업/서비스용 로봇, 푸드테크 로봇 등 로보틱스 애플리케이션 확대(Mobile Manipulator, 2025년) △상업용/가정용 로봇 진출 및 확대(전기차 충전 키트, 서비스 로봇, 2026년)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3위의 협동로봇기업으로의 도약과, 2031년까지 2,1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대되는 점은 그룹 내 리조트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현재 한화로보틱스 지분의 68%는 한화 그룹이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32%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다. 발행된 전체 주식총수 4,162만6,528주 중, 1,333만3,333주를 가지고 있는 것. 따라서 업계에서는 숙박, 레저, 식음료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화호탤앤드리조트가 음식조리, 시설 관리 등 업무에 협동로봇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황동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협동로봇 같은 경우, 일반 바퀴로봇이나 네발로봇, 휴머노이드 로봇(두발로봇)보다 훨씬 더 활용처가 넓다”며 “일반적인 바리스타 로봇, 요리사 로봇부터 산업체에 사용되는 공장용 로봇까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지난 14일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서도 “회사의 주 사업모델과의 시너지 창출 및 협동로봇 시장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10월 4일 한화/모멘텀에서 분할, 신설된 한화로보틱스의 보통주 32%를 취득했다”고 밝히며, 사업 내 로봇 적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도 협동로봇에 대한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최근 학교 급식이나 식당 등에서 협동로봇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회사 내 리조트, 외식 사업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