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순 회장이 이끄는 신성통상이 ESG 평가에서 거듭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고 있다. /신성통상 홈페이지
염태순 회장이 이끄는 신성통상이 ESG 평가에서 거듭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고 있다. /신성통상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탑텐, 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견 의류업체 신성통상이 ESG 측면에서는 아쉬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ESG경영 확립 및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어 시대흐름을 거스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신성통상, 지난해 이어 올해도 ‘최하 등급’

국내 대표 ESG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ESG평가결과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통합등급이 가장 낮은 D등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문별 평가결과도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두 D등급이다.

한국ESG기준원은 ESG 평가결과를 S, A+, A, B+, B, C, D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 중 가장 낮은 D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됨’을 의미한다.

신성통상이 이처럼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평가까진 줄곧 통합 C등급을 부여받았으나 지난해 D등급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도 최하 등급을 유지했다.

신성통상의 이 같은 행보는 ESG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를 실현 및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시대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특히 신성통상은 ESG평가결과가 낙제점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조차 적극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성통상은 홈페이지를 통해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ESG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고, 이사회 내 ESG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ESG경영과 거리가 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신성통상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던 2020년 ‘당일 해고’ 논란을 일으켰으며 그밖에도 유니폼 강매, 폭행사건 불미스런 잡음이 불거진 바 있다.

의사결정 시스템과 승계작업, 배당 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우선, 신성통상은 이사회 구성원을 3명으로 유지 중이며, 이 중 사외이사는 1명이다. 이사회 의장도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염태순 회장이 맡고 있다. 일반주주들의 권익보호나 경영 전반에 대한 견제 및 감시가 원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은 승계작업을 둘러싸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가나안이며, 최근 수년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그런데 가나안의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염태순 회장의 장남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의 비상장 개인회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며 승계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론, 배당을 둘러싼 논란도 존재한다. 신성통상은 2012년 이후 10여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샀으며, 소액주주 차원의 문제제기가 커지자 올해 배당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오너일가의 지분이 확대된 뒤에야 배당을 재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은 사업연도 제51기(2017년 7월~2018년 6월)부터 제56기(2022년 7월~2023년 6월)까지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왔으며 제53기(2019년 7월~2020년 6월)엔 연 매출 1조원, 가장 최근인 제56기엔 연 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 또한 신성통상의 주력 SPA 브랜드인 탑텐은 이번 사업연도에 단독 매출 1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성통상의 거듭된 ‘ESG 역행’ 행보는 이러한 실적행진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앞에 놓인 ESG경영이란 시대적 과제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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