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으로 실적 올렸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력은↓
올해 ‘폴더블폰’으로 이미지 쇄신… 내년엔 ‘AI폰’으로 승부수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총괄해온 '갤럭시 마스터'로 꼽힌다. 여기에 2024년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유임돼, 내년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 운영도 담당하게 됐다./ 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총괄해온 '갤럭시 마스터'로 꼽힌다. 여기에 2024년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유임돼, 내년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 운영도 담당하게 됐다./ 삼성전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한 해 마무리와 내년 준비로 조금은 여유가 생길 법도 하지만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연말은 오히려 평소보다 바빠진다. 스마트폰 ‘갤럭시’의 출시가 보통 1~2월 사이에 이뤄져서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17일 ‘갤럭시S24’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주목도가 올라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사장)이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총괄해 왔다. 여기에 2024년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유임돼, 내년 갤럭시 모델의 운명도 노태문 사장의 손에 달리게 됐다.

◇ ‘양날의 검’ 원가 절감, 경제 침체 넘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약화

4년 간 노태문 사장이 이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원가 절감’이 아닐까 싶다. 2020년 취임 후 노태문 사장은 사업부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갤럭시 모델 제작 단가 절감 시도를 진행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화웨이, 오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마트폰 ODM 비중 높이기’다. ODM이란 ‘제조업자 개발 생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산만 대신 해주는 위탁생산방식과 달리 주문업체의 요구에 따라 ODM업체가 주도적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한 방식이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ODM업체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사장 취임 후인 2020년부터 스마트폰 생산에서 ODM을 크게 비중을 높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전년 대비 ODM 생산 비중을 3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ODM 적용 대상은 ‘갤럭시 A’시리즈를 포함한 중저가 모델군으로 ‘갤럭시 A10s’와 ‘갤럭시 A60’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원가절감 노력은 실제 영업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국내외 경제 침체 상황 속에서도 모바일 사업부는 매년 실적이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들과 삼성전자 경영설명회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모바일 사업부는 △2020년 매출 99조5,875억원, 영업이익 11조4,727억원 △2021년 매출 109조2,514억원, 영업이익 13조6,47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1년 새 각각 10%, 2.17% 상승했다. 스마트폰 사업만 포함한 MX 부문 수익으로 환산해도 2020년, 2021년 매출은 각각 96조200억원, 104억6,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상승했다.

지난 2022년 10월 7일  ‘GOS사태’ 문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 뉴시스
지난 2022년 10월 7일  ‘GOS사태’ 문제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 뉴시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원가 절감은 단기간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품질 저하’라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2022년 ‘GOS사태’라는 최악의 품질 저하 이슈를 겪기도 했다.

GOS사태는 갤럭시S22모델로 게임을 실행할 때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앱이 자동으로 제품의 성능 및 해상도를 낮췄던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베이퍼 챔버(스마트폰 냉각 장치)를 탑재했으나 예상보다 발열이 잡히지 않아 기기 자체 성능에 제한을 걸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사건으로 노태문 사장은 그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GOS는 장시간 고사양 게임을 실행해도 안정적으로 스마트폰 동작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만든 서비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400달러 초과) 업체별 점유율/Source: Google Flourish>

◇ 폴더블폰으로 되찾은 ‘명품’ 타이틀, ‘AI’로 이어간다

원가 절감으로 인한 품질 저하 논란은 갤럭시 프리미엄 모델 실적 저하까지 이어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한 점유율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7, 16%에 불과했다. 2019년 약 25%에 달했던 점유율이 2년 새 9%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애플의 경우, 2019년 47%였던 점유율이 2021년, 2022년에 들어서 71%, 75%까지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아닌 ‘매출’에서도 애플 아이폰에 뒤처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동기간 매출 순위에서는 12%에 그치며 1위 애플(85%)에 크게 밀렸다. 삼성전자는 저렴한 스마트폰을 여러 대 팔아 매출은 올리지만 ‘명품’ 스마트폰 기업의 이미지는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부정적 평가가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선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 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DX부문 경영진 회의에서 “원가 절감에 얽매이지 말고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 흥행에 성공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을 다시끔 되찾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 흥행에 성공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을 다시끔 되찾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에 노태문 사장이 선택한 묘수는 ‘폴더블폰’.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는 사전 판매서 1시간 40분 만에 전작 갤럭시Z폴드4 시리즈이 1.9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올해 판매량 1,000만대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히 접히지 않고 두껍다는 폴더블폰의 단점을 ‘물방울 힌지’로 개선한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노태문 사장이 ‘명품 타이틀 되찾기’에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폴더블폰에 이어 모바일 사업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내년 공개할 갤럭시S24을 세계 최초의 ‘AI스마트폰’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IPO)’에 ‘AI폰’, ‘AI 스마트폰’ 등과 관련한 상표를 등록하기도 했다.

갤럭시S24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AI는 ‘삼성 가우스(Samsung Gauss)’. 삼성리서치에서 개발한 생성형 AI모델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 자체서 AI를 구현하는 ‘온 디바이스’ 방식으로 삼성 가우스를 갤럭시S24에서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중앙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연결할 필요가 없어 AI통신 오류, 성능 저하 문제 발생이 줄어든다.

아울러 갤럭시의 하드웨어 부문도 강화될 전망이다. AI성능 강화를 위해선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한 고품질 OLED패널이 장착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IT매체 ‘GSM아레나’가 지난 10월 유명 IT 팁스터(정보 유출자) ‘레베그너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갤럭시S24에는 ‘M13 OLED’가 장착될 예정이다. 또한 해상도를 제외하면 ‘급나누기’ 없이 갤럭시S24 기본모델, 플러스 모델, 울트라 모델 모두 동일한 성능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사장도 지난달 3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를 찾아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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