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와 여당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본격 추진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보다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책임을 원청과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게 묻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다만,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이 추가로 부여됐다. 작은 규모 등으로 인해 당장 법 적용에 따른 준비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시간을 준 것이다.

그렇게 부여된 유예기간의 종료가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산업현장의 현실과 고충, 그리고 요구를 받아들인 모습인데 다른 한편으론 여러모로 물음표가 붙는다.

2년의 유예기간은 정말 부족했을까. 그렇다면 2년이든 몇 년이든 시간이 더 주어진다 한들 충분할지 의문이다. 길어진 유예기간이 오히려 법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결국 사문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든다.

정부와 여당은 유예기간 연장 추진에 뜻을 모으면서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달 내 발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적극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얼마나 알찬 내용이 담기고 실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동안은 왜 이러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건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또, 정말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되 그것을 법 적용과 함께 병행하는 건 안 될까?

시기적으로도 아쉬움이 크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는 만료까지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전까지 충분하고 건강한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결국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건 아닐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건 지난 9월이다. 최소한 그때부터라도 본격적인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지 아쉽기만 하다.

본질적인 물음표도 가시지 않는다. 완벽한 준비는 있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안전을 강조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온 곳에서도 부족함은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본질적인 취지는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책임을 보다 분명하고 엄격하게 묻는 차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누구를 벌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산업계의 안전이 전반적으로 제고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어떤 법이든 일정 기간 과도기는 있을 수밖에 없다. 다소 간의 혼란과 논란이 있더라도 그 과도기를 거쳐야 법이 제 역할을 한다. 일례로, 올해 시행된 교차로 우회전 규정 강화를 보자. 관계 당국 차원의 홍보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이 널리 알려지고 유예기간을 거쳤음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가 많았다. 그런데 유예기간이 끝나 단속이 시행되고 실제 단독 사례도 나오자 운전자들에게 경종이 울리면서 인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큰 물음표를 던져본다. 사람의 목숨, 그리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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