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브랜드를 앞세워 MZ세대 공략에 성공한 대한제분이 ESG경영 측면에선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021년 곰표하우스 팝업스토어 행사를 실시할 당시 모습. /현대백화점
곰표 브랜드를 앞세워 MZ세대 공략에 성공한 대한제분이 ESG경영 측면에선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021년 곰표하우스 팝업스토어 행사를 실시할 당시 모습. /현대백화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레트로 열풍을 등에 업고 ‘MZ세대’를 적극 공략하며 소위 ‘힙한’ 기업으로 거듭난 대한제분이 또 다른 시대적 흐름인 ESG경영 측면에선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이미지 및 실적 성장에 발맞춘 내실다지기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한국ESG기준원 평가 결과, 2년 연속 ‘낙제점’

대한제분은 1953년에 설립돼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견 제분기업이다. 특히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소비자들 곁을 지켜오며 향수를 자극하는 존재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대한제분은 이 같은 ‘장수 브랜드’를 앞세워 리브랜딩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레트로 열풍 속에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맥주, 치약, 티셔츠, 문구 등 다양한 협업 상품들을 선보이며 ‘MZ세대’를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트렌디한 기업으로 거듭난 대한제분은 실적 측면에서도 준수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8,0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19년 9,338억원 △2020년 9,702억원 △2021년 1조1,1113억원 △2022년 1조3,681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이 432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올해도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3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MZ세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대한제분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시대적 트렌드인 ESG와 관련해서는 아쉬운 모습이 포착된다.

대한제분은 한국ESG기준원이 지난 10월 말 발표한 2023년 ESG평가결과에서 종합 D등급을 부여받았다. 각 분야별로는 환경이 C등급, 사회와 지배구조는 D등급이다.

한국ESG기준원은 ESG 평가결과를 S, A+, A, B+, B, C, D 등 7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중 가장 낮은 D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대한제분이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든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평가결과에서도 D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연속 최하등급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기간을 넓혀보면, 대한제분의 ESG 평가 결과는 후퇴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2020년 C등급을 부여받은데 이어 2021년엔 B등급으로 한 계단 올라서기까지 했는데, 지난해와 올해 D등급으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제분은 ESG경영 확립 및 강화를 위해 이렇다 할 움직임이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ESG 관련 현황과 성과를 담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아직 발간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 상에서도 ESG 관련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ESG경영과 거리가 먼 논란거리를 안고 있기도 하다. 대한제분은 오너 3세 승계 과정에서 비상장 가족회사를 적극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내부거래를 동원하기까지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22년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핵심지표 15개 중 준수 중인 사항은 4개에 불과했다. 이는 앞선 2021년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같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층 높아진 기업 위상과 실적 성장세에 걸맞은 ‘내실 다지기’가 대한제분의 중요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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