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북한학 박사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학 박사

북한에서 때아닌 샛별 소동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를 ‘샛별 여장군’으로 찬양·선전하는 정황이 외부에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북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을 쏘아올린 북한은 이틀 뒤 열린 평양시 노동당 조직과 공안기관 간부 대상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딸 주애를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치켜세웠고, “우주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란 언급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첩보 수준인데다 우리 정부 당국도 “확인해줄 내용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지난 1년 간 김주애 띄우기에 나서면서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자에 올라 북한 정권의 4대 세습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던 바 있어 ‘샛별 여장군’ 운운하는 사항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주애는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사이에서 낳은 세 아이 가운데 하나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10세 정도의 나이인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 중이다.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나이보다 덩치가 크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신상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그러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장에 대동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사실 북한은 ‘주애’라고 부른 적도 없고, 확인된 사항도 없는 상황이다. 관영매체가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라고 밝혀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딸을 공식석상에 등장시키는 일이 잦아졌고, 군부대 방문이나 건설공사 완공식 뿐 아니라 열병식으로 불리는 군사퍼레이드에도 나와 가운데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급기야 지난 11월 30일 공군부대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부녀의 모습을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들이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한 장은 김주애가 아버지보다 더 부각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단순한 김정은 위원장의 자식자랑이나 ‘딸 바보’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를 호칭하는 표현이 달라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첫 등장 때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수식하던 북한은 점차 ‘존귀하신 자제분’이나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바꿔가면서 김주애를 극진하게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서 ‘사랑하는’이란 차원의 표현과 달리 ‘존귀하신’, ‘존경하는’이란 문구가 등장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랑하는 딸이란 뉘앙스에서 점차 인민이 존경해야 하는 존귀한 존재로 김주애를 찬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로서는 김주애를 내세우는 북한의 의도를 명확히 간파하거나 해석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한 권력의 후계와 관련된 것이라면 김정은 위원장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김주애의 첫 등장 때는 후계와의 관련성을 낮게 보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는 상황이다.

문제는 김주애를 앞세운 북한의 선전선동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인데다, 그 강도가 더 세고 빈번해질 것이란 점이다. 북한이 어떤 의도에서 김주애를 등장시켰는지에 대해 정확한 해석은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비난을 누그러트리고 호전적이고 도발적인 독재자로서의 이미지를 톤다운 하는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어린 딸까지 미사일 발사장에 내세우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정권의 모습은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어처구니없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이 딸 주애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일찌감치 분위기 탐색 차원의 후계수업을 시킨다는 관측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39살의 ‘청년 지도자’인데다 후계 문제가 조기에 거론되거나 관망된다면 권력 누수가 생길 건 불문가지란 점에서다. 수령독재에 의한 유일지배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이나 다른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주애를 미래세대를 대표한 인물로 띄우고 있다는 해석은 눈여겨 볼만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래 자녀세대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상징적 인물로 주애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4대 세습과 후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북한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관영 선전매체가 전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의 이미지와 동선에 눈을 빼앗겨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삶이나 인권유린, 탈북민 강제북송 등 인권침해 문제 등을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괴하기만 한 북한 김 씨 일가의 권력세습을 감안할 때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봉건왕조와 다름없는 세습독재를 누리며 주민의 40%가 만성적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드는 김정은 체제가 영속된다는 건 악몽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