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보험 차기 대표이사로 이명순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SGI서울보증보험 차기 대표이사로 이명순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지난 10월 수요예측 부진으로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가운데 서울보증보험이 수장 교체로 꺼진 상장 추진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금융 관료 출신, 차기 수장 낙점

서울보증보험은 대표이사 후보추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8일 대표이사 후보 결정을 위한 최종 위원회를 열고, 이명순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명순 대표 내정자는 금융 관료 출신이다. 1968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비은행감독과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생활경제과 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 구조개선정책관,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금융소비자국 국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에 올랐던 그는 지난달 2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곧바로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이로써 서울보증보험은 또 다시 관료 출신을 수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는 지분 93.8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이 때문에 민간 보증기관임에도 사실상 준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사장 인선 과정에서도 관료 출신이 강세를 보여온 바 있다. 이달 1일자로 공식 임기가 종료된 유광열 서울보증 사장 역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금융 관료 출신이다. 

이 내정자는 일찌감치 서울보증보험 대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모가 시작되기 전부터 내정설이 돌아 이런저런 뒷말을 사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승인을 받아야 서울보증보험 수장에 오를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 17조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일했던 부서나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의 재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재취업하려는 기관에서 맡는 업무 간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은 때에는 취업할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사회 결의 및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승인절차를 거쳐 이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 내정자의 선임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 공적자금 빠른 상환·IPO 추진 재개 숙제

서울보증보험 차기 수장에 낙점된 그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올해 11월 코스피 시장 입성을 목표로 IPO를 실시했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23일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시장 환경 악화를 수요 예측 부진 배경으로 꼽았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이 있다고 판단해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초과하는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국내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게 (수요예측) 부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보증보험은 올 하반기 IPO 대어로 꼽혀왔다. 기업가치는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서울보증보험은 우수한 실적과 재무건전성, 고배당 매력을 강조하며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결과는 흥행 참패였다. 시장에선 이번 공모가 전량 구주매출로 이뤄져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데다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까지 있어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보증보험 상장은 정부의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추진된 바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곳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배당 등을 통해 4조3,483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나머지 5조9,017억원은 미회수 상태다. 

정부는 서울보증보험 상장을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주식 중 10%를 시장에 내놓고 향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지분 33.85%를 추가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상장 계획이 불발되면서 이 같은 방식의 공적자금 회수는 난항을 빚게 됐다. 

이에 신임 대표이사의 최대 과제는 공적자금의 원활한 상환과 더불어 IPO 추진 재개 발판을 만드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앞서 상장 계획을 철회를 발표하면서 “미래성장 전략의 추진을 통해 손익 경영을 강화해 향후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상장 재추진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유재열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8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보증보험 상장 재추진과 관련해 “구주매각은 결국 시장 여건에 많이 좌우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PO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각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이 내정자가 서울보증보험 수장에 올라 상장 재추진 불씨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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