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업계와의 논의 및 검증 없이 추진… 분양가 상승 필연적”

정부가 LH가 사실상 독점 추진해왔던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 건설사들이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뉴시스
정부가 LH가 사실상 독점 추진해왔던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 건설사들이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그동안 사실상 LH가 독점해왔던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 건설사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LH와 민간 건설사간 경쟁체제를 도입해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고품질 브랜드의 공공주택을 싼 가격에 공급하고 공급계획도 조기 달성한다는 목표다.

따라서 공공주택 분양을 노리는 수요자들 사이에선 정부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에 반해 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주택과 전혀 다른 자재조달 시스템, 공사비‧분양가 책정 문제, 사업타당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 정부, LH 독점 공공주택 사업 민간 건설사 참여 유도

앞서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LH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LH 단독시행, LH‧민간 건설사 공동시행’ 방식으로 진행됐던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 건설사 단독시행’ 방식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분양가·공급기준 등은 현재 공공주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공공성을 확보키로 했다. 동시에 분양가·하자 빈도·입주민 만족도 등을 주체별로 평가해 지구계획 수립 결과에 반영하고 민간 건설사들이 자사 브랜드(예 : 레미안·자이·힐스테이트 등)를 공공주택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조만간 공공주택법을 개정한 뒤 민간 건설사 시행 공공주택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 실수요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먼저 승인받은 LH 공공주택건설사업에도 사업시행자 변경을 통해 민간 건설사가 직접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민간 건설사들의 공공주택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기금 지원,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정부 대책 지켜본 건설업계 반응은 “글쎄?”

정부 대책을 접한 건설업계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공공주택 사업에만 적용되는 분양가 기준 △민간과는 상이한 자재조달 시스템 △수익성보다 강조되는 공적 목적 등 민간과 다른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단순 경쟁체제만 도입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업계와 전혀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기업인 LH의 존재 자체가 공공주택을 국민들에게 더 싸게 공급하는 것인데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LH 역시 민간 건설사와 같은 사업구조로 바뀌게 된다”며 “이 경우 과연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공적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분양가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실화 가능성은 제로(0)”라며 “지금까지 정부가 분양가 조절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현재 원자재가격 상승, 고금리 기조, 고물가 등으로 공사비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인데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주택만 싼 가격으로 지을 순 없다. 결국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은 기정 사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H의 입김이 여전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B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토지 대부분은 LH 소유인데 LH는 시공사에 택지개발을 시킨다”면서 “그동안 수익성이 기대되는 알짜배기 택지는 자신들이 개발하고 이외 택지를 분양해왔다. 향후 LH가 알짜배기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게 넘길지 의문이고 짜투리 택지를 넘겨 받아 시공하려는 민간 건설사가 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공공주택 사업 참여 민간 건설사에 대해 주택기금 지원, 미분양 매입 등 인센티브 지원도 약속했는데 이를 아무 조건 없이 해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향후 토지 공급가격 및 공급방식, 적정 분양가 산정을 통한 사업성 확보 여부가 민간 건설사 참여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C사 관계자 또한 “정부가 주택기금 지원, 미분양 매입 등을 약속했으나 이를 위해 분양가 일정 수준 유지, 공급목표 달성, 더 낮은 공사비 등 여러 조건을 내걸 것이 뻔하다”며 “또 공공주택 사업 규모는 적게는 수십여세대, 많게는 수천여세대 등 다양하고 전국 각지를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공기업인 LH와 다르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건설사 입장에선 대단지, 도심지 사업 위주로 몰릴텐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어떻게 추진할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 민간 건설사 참여 방안을 두고 건설업계 현실성이 적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뉴시스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 민간 건설사 참여 방안을 두고 건설업계 현실성이 적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뉴시스

공공주택에 대한 이미지, 급증한 공사비 등으로 인해 민간 건설사 참여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D사 관계자는 “원자재가격 증가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 위주 사업만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들의 공공주택 사업 참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서울‧수도권 등 대도심 내 공공주택 사업에만 대형건설사 위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공주택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로 인해 건설사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적용하기 보단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뿐만아니라 공공주택의 경우 국감 등에서 국회‧언론의 포커스가 더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공공주택은 민간과 달리 조달청을 통해 더 싼 자재를 사용해 민간과 달리 품질 이슈가 향후 문제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 이미지 차원에서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는 더 적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E사 관계자 역시 “공공주택 사업에 투입하는 자재는 모두 조달청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을 쓰도록 돼있고 공사 단가도 민간과는 차이가 있다”며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그간 대형건설사에 비해 중소건설사들의 참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딱히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공주택 사업 자체가 메리트가 적은 편”이라며 “대형건설사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적용해 공공주택을 짓는다면 품질관리 차원에서라도 분양가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분양가는 올리 않겠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끝으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층간소음, LH혁신안 등의 대책을 살펴보면 업계와의 논의나 장기간 검증 없이 급조해 마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일각에선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원희룡 장관이 치적 세우기용으로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국민 불편 해소와 LH를 혁신하려는 정부 의지는 이해되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 및 실천 방향 등이 전무하다”며 “제도 시행에 앞서 정부는 업계로부터 여러 의견을 수렴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