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비학위(연구)과정으로 올해부터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이 진행된다. 푸드커뮤니케이션은 쉽게 말해 음식을 통한 소통과 치유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은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 3주차 실습 수업에서 만든 바람떡. / 사진=연미선 기자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비학위(연구)과정으로 올해부터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이 진행된다. 푸드커뮤니케이션은 쉽게 말해 음식을 통한 소통과 치유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은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 3주차 실습 수업에서 만든 바람떡. / 사진=연미선 기자

시사위크|청파동=연미선 기자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5일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실습실은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각, 수강생들은 자신 앞에 놓인 떡에 천연색소를 입히고 잘 섞이도록 손으로 뭉치는 중이다. 이날 실습 활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담은 바람떡 만들기였다.

◇ ‘음식’과 ‘요리’, 사람에게 어떤 영향 주나

기자는 이날 숙명여대를 직접 방문해 실습수업에 참여했다. 우선 멥쌀가루로 뭉쳐진 떡 반죽이 주어지면 이를 손으로 뭉쳐 매끈하게 만든다. 천연색소 가루를 물에 잘 풀고 반죽에 섞어 다시 주물럭거리다 보면 묘하게 잡념도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반죽은 밀대로 얇게 잘 밀어준다. 그러면 색이 연하게 잘 섞인 모양새가 된다. 그다음 팥앙금과 견과류가 들어간 속을 반죽 위에 올리고 반으로 접는다. 동그란 틀로 꾹 눌러 찍으면 반달 모양의 오동통한 바람떡이 완성되는 것이다. 안에 바람이 들어가 부푼 형태라 ‘바람떡’이라고 부른다.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은 총 10주차로, 각 수업은 이론 강의와 실습 활동으로 이뤄진다. 사진은 15일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 실습 활동에서 바람떡을 만들고 있는 과정. / 사진=연미선 기자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은 총 10주차로, 각 수업은 이론 강의와 실습 활동으로 이뤄진다. 사진은 15일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 실습 활동에서 바람떡을 만들고 있는 과정. / 사진=연미선 기자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의는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푸드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은 쉽게 말해 음식을 통한 소통과 치유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의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 활동을 통한 자기표현과 소통, 치유까지 넓게 포괄한다. 음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인 ‘푸드 테라피’와는 차이가 있다.

음식과 이를 만들기 위한 요리의 과정이 어떻게 사람에게 소통이나 치유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날 강의를 진행한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과정 진소연 주임교수는 “음식은 우리가 항상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굉장히 친숙한 매체”라면서 “요리 활동을 통한 소통은 감정을 정화하고, 완성된 음식을 함께 나눔으로써 내면 및 타인과의 소통도 도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소중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누는 경험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복적인 칼질 등 단순한 행위들을 하다 보면 고민을 잊게 되고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거나 오감을 통한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진소연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진 교수는 “우리가 사람과 만날 때도 그저 인사하는 것과 차 한잔 같이 마시는 것,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에는 소통의 깊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소통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푸드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유

푸드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현장에서 더 잘 드러난다. 지금 진행 중인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에는 학교마다 설치된 위(Wee)클래스에서 상담교사를 맡고 있는 강사도 있다. 4주차 수업 강의를 맡은 이명숙 강사는 학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특수반 학생들과 함께 푸드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강사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들도 위클래스에서 요리실습을 하면 1~2시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집중하곤 한다”면서 “케이크나 팝시클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내면에 집중하고, 또 이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뤄진 강의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푸드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이뤄졌다. 강의를 진행한 진소연 주임교수에 따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 맛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시각이 87% 수준을 차지한다. 사진은 강의 현장과 수강생들이 실습을 통해 직접 만든 음식. / 사진=연미선 기자
이날 이뤄진 강의는 시각과 청각을 통한 푸드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이뤄졌다. 강의를 진행한 진소연 주임교수에 따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 중에 맛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시각이 87% 수준을 차지한다. 사진은 강의 현장과 수강생들이 실습을 통해 직접 만든 음식. / 사진=연미선 기자

수업을 마치고는 현재 위(Wee) 센터에서 근무 중인 신은선 전문상담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업 중단 아이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면서 “이 때문에 상담교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실제로 지금은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 상담교사가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상담 방식이 있지만, 저는 워낙 요리를 좋아해서 학교에선 ‘불만 없는 요리’라고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 활동을 진행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요리를 통한 수업이 있을 때 학생들의 집중력과 출석률이 극대화된다. 항상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재료들이 친숙하고 깊은 공부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신 전문상담교사는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보면 결손이 꼭 있기 마련인데, 그 결손이 음식으로 되게 많이 채워진다”면서 “일반적으로 라포르(친밀감) 형성이 2~3주가 걸리는 아이라면, 요리를 통해 접근할 때는 훨씬 그 기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출석률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리를 통한 치유와 소통이 장점이 많다고 느껴 전문적으로 배워보려고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거쳐서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푸드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전하는 강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한편 푸드커뮤니케이터 전문가 과정은 총 10주차로 진행된다. 초반부에는 오감을 통한 푸드커뮤니케이션 등 이론과 실습 강의를 병행하면서 수강생들이 직접 음식을 통한 소통과 치유에 참여한다. 후반부에는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강의가 이뤄진다. 직접 교안과 활동일지를 작성해 볼 수도 있다.

해당 전문가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진소연 주임교수는 “이제는 과거와 달리 요리가 전문가의 영역으로 외부화됐고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레시피를 알 수 있는 시대”라면서 “단순히 음식의 물리적인 기능을 넘어서 소통의 도구로서 음식과 요리에 대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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