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 양도양수 포기
정치권 압박·비용 등 원인… 상용화 실패 시 2025년 3월 문 닫을 수도

상명풍력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풍력 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운영비용 부담과 수소 상용화의 어려움, 운영적자가 예상되면서다. 한국 그린 수소 산업의 상징적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에너지·환경 업계의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박설민 기자
상명풍력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풍력 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인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운영비용 부담과 수소 상용화의 어려움, 운영적자가 예상되면서다. 한국 그린 수소 산업의 상징적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에너지·환경 업계의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 산업의 중요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국내 최초 풍력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기지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비용 부담과 수소 상용화의 어려움, 운영적자가 예상되면서다. 한국 그린 수소 산업의 상징적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에너지·환경 업계의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 ‘제주 상명 그린수소단지’, 비용 문제로 중부발전 양도양수 포기

18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중부발전은 최근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설비의 양도양수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수전해 수소기술 전문기업 ‘지필로스’와 상명단지 양수와 관련해 지속적 논의를 거쳤으나 경제성 문제를 이유로 무산됐다.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는 상명풍력발전단지 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풍력 발전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이다. 풍력연계 그린수소 설비 연구 및 에너지공급 전환기여 목적으로 지난 2020년 4월 설립됐다. 시설 설립 및 공동 연구에는 한국중부발전과 지필로스를 비롯, 수소에너젠, 아크로랩스 등 9개사가 참여했다.

생산단지의 핵심 기술은 컨테이너형 그린수소 생산장치인 ‘P2G시스템(Power to Gas)’이다. 이름 그대로 남는 전력으로 수전해 장치를 가동해 수소를 생산한다. 일반적인 수소 생산방식인 천연가스(LNG) 및 갈탄 개질 방식과 달리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완벽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이 있어 한국중부발전도 사업성과를 초기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현재까지도 사업성과를 홍보하는 글이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게시글에서 한국중부발전은 “풍력 잉여전력 활용을 위한 500kW급 그린수소 수전해 기술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는 운영 비용 적자 문제 등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박설민 기자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는 운영 비용 적자 문제 등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박설민 기자

문제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는 점이다. 2021년 4월로 실증 사업이 종료 후 시설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된다. 때문에 현재 연구 사업 주관 기업으로 참여한 ‘지필로스’가 이 시설을 유지·관리 중이다. 지필로스는 올해 3월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 상용화 추진을 위해 가설건축물 존치 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따라서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존치를 위해선 상용화가 2025년 3월까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지필로스는 중소기업으로 해당 시설을 운영하기엔 비용적 부담, 관리 인력 부족 등의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그간 수소업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이 이 시설을 인수받아 운영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기도 쉬워서다. 뿐만 아니라 제주상명풍력단지 내 전력 공급 자체를 한국중부발전의 풍력단지에서 맡고 있다. 지난해 기자가 만난 한국중부발전 관계자 역시 시설 양도양수에 대해선 긍정적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올해 10월 한국중부발전 측에선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양도양수를 거부했다. 운영적자가 예상되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에 대한 양수를 포기한 것이다.

지필로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필로스에서 한국중부발전에 제기한 인수금액은 약 15억원으로 크지 않은 금액”이라며 “하지만 지속적 투자가 요구되고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사 적자문제로 인수를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간 긍정적으로 한국중부발전에서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를 양도양수하고자 검토했으나 비용적 측면에서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양도양수를 포기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상용화가 이뤄졌을 경우 생산된 수소를 운반하려고 설치했던 수소트레일러 및 저장탱크의 모습./ 박설민 기자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의 상용화가 이뤄졌을 경우 생산된 수소를 운반하려고 설치했던 수소트레일러 및 저장탱크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정치권 압박 원인… 수소생산기지 예산도 657% 삭감

업계에서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문 닫게 된 배경이 정치권의 압박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최근 전력사에 대한 재정 건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 5사의 전기료 인상 및 부채 문제 원인이 재생에너지 사업 수익성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 차원의 수소 산업에 대한 지원 감축도 한국중부발전에겐 부담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발표한 ‘202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종합’에 따르면 수소생산기지 구축 사업 예산은 2021년 666억원에서 2023년 88억원까지 줄었다. 2년 만에 무려 657%가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 역시 지필로스 측에 ‘국회 및 정부에서 전력사 재정 건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큰 투자비 투입 및 운영적자가 예상되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단지 양수가 어렵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점은 글로벌 에너지 선진국에선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제조 산업 지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이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제조 설비에 최대 3,400억유로(483조8,506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그린수소시장은 오는 2032년 1,343억8,000만달러(약 175조2,31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0.6%에 이른다.

지필로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년여 간의 양도양수 진행 수고가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상명단지의 상용화를 위해선 대기업 발전사의 투자가 절실했다”며 “이를 국내 산업계 상황으로 인해 뒤따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2025년 3월까지 남은 임대 기간 동안 단지를 지필로스의 100kW 알칼리타입 수전해 시스템을 이용한 섹터 커플링 과제에 이용할 계획”이라며 “그 이후엔 어렵더라도 시설 상용화를 위한 연장 조치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