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약속큐브’, 홍성민 / 프로그스텝
신간 ‘약속큐브’, 홍성민 / 프로그스텝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미의 신 비너스의 손거울을 의미하는 여성 기호는 가족의 생계를 짊어졌던 강인한 어머니와 어울리지 않았고, 전쟁의 신 마르스의 창과 방패를 의미하는 남성 기호는 어머니 대신 동생의 밥상을 차려주고 곧잘 아름다운 시와 그림에 매혹되던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새로운 사람의 기호에 대해 고민하고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 본문 중

기존 남녀 성기호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녀 기호를 제안한 도서가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간 ‘약속큐브’는 작가가 오랜 시간 새로운 남·여 기호에 대한 구상을 거쳐 2000년에 새로운 사람의 기호를 창작하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금의 약속큐브를 완성하기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작가가 창작한 새로운 사람의 기호가 내포하는 의미와 상징을 설명하고, 이 기호가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돼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남성 기호인 ♂(유니코드 U+2642)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의 창과 방패에서, 여성 기호인 ♀(유니코드 U+2640) 미의 여신인 비너스의 거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창과 방패를 들고 싸움하는 남성(♂)과 거울 속에 비치는 외모를 바라보는 여성(♀)을 남·여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는 그러나 힘(+)과 포용(○)의 상징을 결합해 사람에 대한 새로운 기호를 제안한다.

남성을 상징하는 기호인 ‘♁’은 공격하고 파괴하는 무기를 든 남성♂을 거부하고, 변화와 도전의 힘(+)에서 시작해 소중함을 지키는 포용(○)을 결합했다.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인 ‘♀’은 눈비음 즉, 남의 눈에 좋게 보이도록 겉으로만 꾸미는 일을 거부하고 공감과 조화의 포용(○)에서 시작해 이를 연결하는 힘(+)이 결합한 것이다.

♁♀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과 소통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채워나가는 것을 상징한다. 책은 불완전한 남성♁과 여성♀이 하나가 되었을 때 완전한 존재인 약속(♁♀, YACSOK)이 된다고 설명한다.

작가가 창작한 새로운 사람의 기호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함을 의미한다. / 프로그스텝(frogstep)
작가가 창작한 새로운 사람의 기호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함을 의미한다. / 프로그스텝(frogstep)

이 책에서 제안하는 ‘힘(+)’이란 변화의 에너지에 기반한 권위와 감동이며,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하고 그 행동으로 소중함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포용(○)’은 공감과 조화의 끊임없는 연결로 이를 통해 마음을 나누어 충만하게 하고, 그 충만함으로 사람과 사람을 견고히 연결하는 것이다.

도서 ‘약속큐브’는 총 여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Prologue(프롤로그)에는 작가가 약속큐브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 기록돼 있고, About(약속큐브에 대하여)에는 약속큐브 기호의 형태와 의미, 관련된 상징 등이 상세히 정리돼 있다. Story(이야기)는 약속큐브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의 형태로 실은 장이며,  Work(성과)에서는 그간 작가가 약속큐브를 주제로 창작한 작업물과 프로젝트 활동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Artist’s Note(아티스트 노트)는 약속큐브의 모든 것을 요약한 작가노트이며, Epilogue(에필로그)에는 작가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작가는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람의 기호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가치가 담겨있어야 한다”면서 “비단 남녀 간의 갈등뿐 아니라 세대, 장애, 인종, 지역, 문화, 빈부, 직업, 정치적 성향 등 생각의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고 서로를 고정관념의 틀에 가두어 편을 갈라 싸우는 세상 속에서 평등, 평화, 공존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새로운 남·녀 기호에 담긴 가치를 설명했다.

한편 작가 홍성민은 국제 보석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드는 창작 활동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국내외에 펼치고 있다. 경기대학교에서 예술과 주얼리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현재 ‘약속큐브’ 디자인과 철학을 바탕으로 주얼리 디자인, 공예, 설치미술, 회화, 문학, 패션, 공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속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가 창작한 기호 ‘약속큐브’는 국내외 학교와 국립여성사전시관, 고양어린이박물관 등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다양성교육과 양성평등교육에 활용됐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문화역서울284, 박인환문학관 등에서 함께 사는 지혜와 평화를 주제로 전시했으며, 2019년에는 CKL스테이지와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 가족뮤지컬을 공연한 바 있다. 올 11월에는 한국여성수련원과 ‘디자인으로 만드는 평등’을 표방하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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