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 하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 하림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HMM 인수전의 향방이 정해졌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가 크다. 이유가 뭘까.

◇ 하림,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18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HMM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인수 주체로 내세운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연내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함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거래를 종결할 방침이다.

당초 예상보단 선정 시기가 늦어진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23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 밝혔지만, 하림 측에서 인수 조건과 관련해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지체됐던 바 있다.

이번에 매각되는 대상은 HMM 지분 중 57.9%를 차지하는 3억9,878만주다. 이에 대한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림이 이번에 HMM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매각 측의 잔여 영구채 전환 전을 기준으로 할 때 과반수의 지분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HMM의 최대주주로 오르게 된다.

인수 성공 시 본래 재계 27위였던 하림그룹은 재계 10위권으로 한 번에 뛰어오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하림의 자산총액은 17조원 수준이다. 재계 19위에 위치한 HMM의 자산은 하림보다 8조원 이상 많은 25조8,000억원이다. 두 기업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 수준으로 현재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게 된다.

하림은 지난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하림이 운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미 팬오션을 기반으로 한 곡물유통 및 해운사업 부문이 하림지주 전체 매출 비중의 33.3%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인수하게 되면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HMM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이미 지난 2016년 회사 신용등급이 D까지 추락하면서 산업은행 등 정부의 관리에 들어가게 된 상태였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대유행 시기 2020년 연간 흑자를 달성하자, 올해부터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 작업에 들어섰다.

◇ 남아있는 과제는?

하림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전의 방향이 정해졌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가 큰 모양새다. 최종적으로 HMM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HMM 인수 금액인 6조4,000억원이 하림의 덩치에 비해 다소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장기적인 재무 부담을 하림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에선 하림그룹과 HMM의 자산 규모 차이를 비교하며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한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부분도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하림이 본입찰에서 매각 측에 영구채 주식전환과 관련해 3년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 동원그룹은 지난 8일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매각 측에 입찰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을 지적하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하림은 HMM의 현금을 활용하려고 요구했던 영구채 유예 조건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의 잔여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하림의 HMM 지분율은 57.9%에서 38.9%까지 떨어지게 된다.

하림그룹은 19일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 측과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면서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하림지주 2023년 3분기 IR 보고서
2023. 11. 10. 하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
2023. 04. 25. 공정거래위원회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020000456
2023. 10.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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