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소주 출고가가 낮아진다. 하이트진로는 22일부터 희석식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를 기존과 비교해 10.6% 인하된 가격으로 조정한다. 롯데칠성음료도 내년 1월 1일부터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인하된 가격으로 공장에서 출고한다.

이는 최근 정부가 국산 증류주류에 대해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 것에 따른 결과다. 현행 주세법에 따라 증류주류에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가 적용된다. 증류주에 붙는 주세가 72% 수준인 가운데, 국산 제조 주류와 수입 주류의 주세 과세시점이 달라 세부담에 역차별이 생기는 구조를 해결하고자 기준판매비율이 도입됐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현행법에서는 국산 증류주에 대해 제조원가에 유통 단계의 비용, 판매 이윤이 포함된 제조장 판매가격에 세금을 매긴다.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부터는 제조장 판매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을 곱한 값을 제외한 가격에 세금이 매겨진다.

일각에선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 배경에 최근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 가격이 10%가량 오른 가운데, 지난달 초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롯데칠성도 지난 18일 처음처럼에 대해 6.8%, 새로에 대해 8.9%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출고가 인하 조치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최근에 소주업계가 가격을 인상한 만큼 세액 감소로 내려간 모양새기 때문이다.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소주 1병당 공장 출고가는 130원가량 내려갔지만, 이것이 일반음식점 소주값 인하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소주 출고가가 100원이 오르면 음식점 등 외식업체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1,000원가량 올랐다. 소주의 경우 대체재가 없어 음식의 원재료값이나 제반 비용이 오르는 등의 부담을 소주 가격에 전가하는 경우가 관행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간 도매업자가 가져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소주값 6,000원 기준 4,400원가량을 음식점이 가져가게 된다.

외식업체의 입장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최근에 인건비뿐만 아니라 전기‧가스 등 각종 제반 비용이 한 번에 오르면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주 출고가가 내린 시기인 만큼 지금의 소주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소주로의 부담 전가가 과도한 수준이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일반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이미 6,000~7,000원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여기서 소주 가격이 더 오르면 소주는 더 이상 ‘서민의 것’이라는 타이틀을 쥐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가격’에 특화된 경쟁력도 잃을 수 있다. 희석식 소주 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타 증류주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국산 증류주류의 세액이 절감됐다. 위스키와 브랜디, 일반증류주, 리큐르까지 출고가 인하 효과를 볼 예정이다. 같은 양을 기준으로 가격이 비슷할 경우 희석식 소주의 경쟁력은 일부 저가 증류주와 비교해 떨어질 수 있다. 과도한 소주값 인상은 소주업계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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