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보다 상품성이 뛰어난 소형 SUV다.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보다 상품성이 뛰어난 소형 SUV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2020년 출시 첫해는 2만대 이상 판매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월 1,000대 판매도 힘겹다. 이는 올해 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의 출시로 인해 발생한 팀킬 효과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치면서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가격이 인상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보다 상품성이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질까. 최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개별 시승을 진행한 후 느낀 점은 ‘트랙스보다 비쌀 만하다’라는 게 결론이다.

◇ 디자인 완성도 높은 트레일블레이저… 실내는 트랙스와 판박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뒷모습이 다부진 느낌으로 완성도가 높다.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뒷모습이 다부진 느낌으로 완성도가 높다. / 제갈민 기자

우선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닮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한 두 모델은 전부 날렵하고 샤프한 인상이 두드러진다. 다만 차체의 볼륨감이나 전반적인 느낌 부분에서 두 차종은 큰 차이가 있다.

외관에서 차이점으로는 트레일블레이저의 보닛 높이나 바닥부터 루프까지 높이가 트랙스보다 높아 보다 ‘큰 차’라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또 트레일블레이저의 전면과 측면 유리창이 트랙스보다는 크게 느껴진다.

가장 큰 차이점과 트레일블레이저의 완성도가 더 높다고 느껴지는 점은 뒷모습이다. 트랙스의 뒷모습을 보면 리어램프가 가장자리로 치우쳐있고 양쪽 램프 사이 거리가 너무 벌어져있어서 곤충 같은 느낌이다. 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뒷모습과 테일램프가 아이언맨 마스크처럼 다부진 느낌이 들고 한층 완성도가 높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1열 인테리어는 트랙스와 판박이다.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1열 인테리어는 트랙스와 판박이다. / 제갈민 기자

실내 인테리어도 트랙스와 닮은 점이 많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인테리어를 대폭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계기판이나 중앙에 자리 잡은 터치디스플레이, 중앙 송풍구, 기어노브, 컵홀더, 공조기 조작 버튼·다이얼 등 많은 부분의 형상과 디테일이 트랙스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을 적용하면서 실내 분위기는 완전히 닮은 모습이다.

계기판을 기존에 바늘이 움직이던 아날로그 형태에서 디스플레이로 바꾼 점은 대세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계기판 및 센터디스플레이 주변이 블랙하이그로시 같은 검은색 유광 재질로 만들어져 빛 반사가 심해 시인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 시트 열선·통풍 및 공조기 조작부는 버튼과 다이얼을 적용해 직관성을 높였으며, 기어노브 우측의 컵홀더는 앞뒤 홀더 사이에 간격을 두면서 2개의 음료를 보관하기에 충분하게 설계했다. 1열 시트 사이 콘솔박스는 2단으로 설계해 수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점도 돋보인다. 무선 스마트폰 연결을 통해 안드로이드오토나 애플카플레이 사용을 지원하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실내 주요 부분. 2열 암레스트에 설치된 컵홀더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실내 주요 부분. 2열 암레스트에 설치된 컵홀더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 제갈민 기자

트레일블레이저가 트랙스보다 길이 및 너비가 조금 작아서 2열 공간이 협소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단순히 수치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다. 트레일블레이저 2열 공간도 성인 2명이 탑승하기에 충분하며 오히려 SUV 특성상 루프 높이가 높게 설계되고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돼 헤드룸 공간이 넉넉하고 개방감도 한층 뛰어나다. 여기에 2열 시트도 열선기능을 지원한다. 열선 작동 버튼은 좌우 도어 손잡이 부분에 위치한다.

2열의 단점으로는 2열 시트 중앙의 등받이를 내려 팔걸이(암레스트)로 사용할 때 컵홀더의 깊이가 깊지 않아서 음료를 보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이 역시 트랙스와 동일한 부분이다. 또한 1열 시트 사이 콘솔박스 후면에는 USB A타입과 C타입이 각각 1개씩 설치돼 있다. 여기 바로 옆에는 콘센트가 위치할 것 같은 자리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막아뒀는데, 있는 기능을 일부러 뺀 느낌이라 아쉬운 점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2열 및 적재함 공간. 트렁크 바닥 안쪽에는 보스오디오시스템 우퍼가 탑재돼 있다.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2열 및 적재함 공간. 트렁크 바닥 안쪽에는 보스오디오시스템 우퍼가 탑재돼 있다. / 제갈민 기자

2열 시트를 접으면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은 높낮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도록 설계했다. 트렁크 바닥을 낮게 하면 2열을 접은 경계와 턱이 생기지만, 바닥을 한 단계 높이면 2열 시트를 접은 부분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손길이 닿은 부분이다.

또 시승 모델은 프리미엄 패키지를 포함한 모델이라 트렁크를 여닫을 때 손을 쓰지 않고 발로 리어범퍼 하단 특정 부위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해 편리하다.

주행 성능은 무난하다. 소형 SUV에서 뛰어난 정숙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나마 소형 SUV급에서는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정도의 정숙성과 주행성능이며, 원하는 시점에 급가속을 할 수 있어 답답함이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주행모드 변경 시 약간의 차이점이 느껴지는 정도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측면부.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측면부. / 제갈민 기자

소형이지만 SUV라는 특성에 걸맞게 시트 포지션은 세단보다 약간 높게 느껴지며 전면 유리창이 큼지막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운전이 편안한 느낌이다.

여기에 시승 차량은 스위처블 AWD패키지 옵션을 포함해 사륜구동 시스템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있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사륜구동을 사용할 일이 크지 않으며 도심 주행 시에는 사륜구동과 전륜구동의 차이점도 느끼기 쉽지 않다. 오히려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인해 차량 무게가 증가하고 이 때문에 연료효율이 떨어지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작은 차에 굳이 9단 미션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트레일블레이저 9단 미션이 트랙스에 탑재된 6단 미션보다 뛰어난지 차이점을 체감하기란 어렵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파노라마 선루프와 2열 시트 열선 기능,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 옵션을 고려해 차량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사륜구동과 9단 변속기, 19인치 휠 등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200만원이 넘는 스위처블 AWD패키지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트랙스 RS·액티브 풀옵션과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센터 디스플레이 및 계기판. / 제갈민 기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센터 디스플레이 및 계기판.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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