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막걸리의 기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선 막걸리의 효능으로 항암 효과가 언급되곤 한다. / 뉴시스
최근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막걸리의 기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선 막걸리의 효능으로 항암 효과가 언급되곤 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막걸리의 기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컨대 유산균이 많아 장 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막걸리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막걸리에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해도, 술에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말은 다소 믿기 어렵다.

◇ 막걸리에서 발견된 ‘파네졸’, 항암 효과 있나

막걸리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에 시작됐다. 지난 2011년 다수 언론을 통해 항암 효과를 내는 성분이 막걸리에서 일반 맥주나 포도주보다 10~25배 많이 발견됐다는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의 발표가 보도되면서부터다. 이러한 내용은 10년도 넘게 지난 최근까지도 ‘막걸리 효능’이란 제목을 달고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자 식품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식품연 소속 식품분석센터 하재호 박사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주인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파네졸(Farnesol)’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파네졸은 일반적으로 식물성 오일에서 주로 발견되고 과실주의 향기성분으로 쓰인다.

연구팀은 국내서 시판되고 있는 막걸리‧맥주‧포도주 등의 파네졸 함량을 각각 분석했다. 약 5~7mg/L 정도의 파네졸도 항암 및 항종양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막걸리 성분 분석을 시행한 결과, 막걸리에 들어있는 파네졸 함량이 일반 포도주나 맥주(15~20ppb)보다 10~25배 많은 150~500ppb 수준임이 밝혀졌다.

특히 막걸리 음용 시 탁한 부분을 가라앉히고 마시는 경우와 흔들어서 마시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 혼탁한 부분에 파네졸이 더 많이 들어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 내용이 보도된 직후 국내서는 막걸리, 특히 농도가 진한 막걸리가 흥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ppb(Parts-per billion)’는 전체의 10억분의 1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1ppb는 1,000kg(10억mg) 중 1mg의 농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연구 결과를 체감이 쉬운 단위로 환산하면, 막걸리 1L에 들어있는 파네졸은 0.15~0.5mg 수준이다.

즉 파네졸이라는 성분이 항암 성질을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막걸리를 통해 항암 효과를 내기 위해선 750ml 기준 대략 13~40병가량을 마셔야 기준치를 맞출 수 있다. 막걸리 적정 섭취량은 150~200ml 잔으로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1잔 이하다.

◇ ‘파네졸’ 효능, 아직 암 환자에게서 검증 안돼

그렇다면 파네졸은 실제로 인체 내에서 항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2011년 당시에도 하재호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관련해 파네졸의 항암 효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많았다. 파네졸이 항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5~7mg/L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당시의 선행 연구는 동물이나 임상시험이 아닌 시험관 실험 결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동향에 따르면 파네졸의 항암 및 항염증 효과와 관련된 동물실험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8년 발표된 파네졸의 기능에 관한 연구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암에 대한 잠재적인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네졸의 암 치료에 대한 정확한 효능과 안정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암 환자에게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막걸리에 항암 효과가 있다’ 혹은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설령 추후에 파네졸 성분이 실제로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더라도 이를 막걸리까지 확장할 수는 없어 보인다. 막걸리에 포함된 해당 성분은 극소량이기 때문이다.

음식에는 파이토케미컬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양한 식물성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파이토케미컬로는 빨간색이나 오렌지색 계통의 과일과 채소에 많이 함유돼 있는 카로티노이드 등이 있다.

이처럼 각종 식품에는 수백에서 수천 가지의 파이토케미컬이 있는데, 파네졸은 그중 하나다. 수많은 파이토케미컬 중 파네졸 하나가 있다고 해서 ‘막걸리’가 다른 식품과 비교해 항암 효과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 최종결론 : 거짓

근거자료 및 출처
Potential Anti-Inflammatory and Anti-Cancer Properties of Farnesol
2018 Molecules 23권 11호
Farnesol induces mitochondrial/peroxisomal biogenesis and thermogenesis by enhancing the AMPK signaling pathway in vivo and in vitro
2021. 약리학 연구 163권
[노화막는 항산화 영양] 식물 속 컬러 에너지, 파이토케미컬
  삼성서울병원
한국식품연구원 보도자료 '막걸리의 항암물질 최초 확인'
2011. 04. 04. 한국식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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