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약 13억톤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절감 방법에 관한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약 13억톤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절감 방법에 관한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식량 생산 기술 발전으로 인류는 기근에서 해방됐지만 새로운 문제와 직면하게 됐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수질오염과 질병 발생, 악취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 비용적 낭비도 심각하다. 영국 정부의 환경·자원 자문기구 ‘폐기물·자원 행동 프로그램(Wrap)’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의 총량은 43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약 13억톤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1만4,885톤이다. 전체 생활 쓰레기의 24%에 달한다.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외 기업·연구기관에서는 첨단과학기술을 사용한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절감 방법에 관한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 이미지 인식·강화학습 등 AI기술, 음식물 재활용·절감에 큰 도움

음식물 쓰레기 절감 분야에서 AI의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재활용’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매우 많아서다. 이때 AI의 뛰어난 분석 능력을 활용, 일반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정확히 분류해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전문가들이 말하는 핵심 기술은 ‘AI기반 이미지 인식’이다. 이는 ‘컨볼루션 신경망(CNN)’, 흔히 합성곱 신경망으로 불리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AI모델이다. CNN은 이미지 데이터 학습 및 인식에 특화된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데이터 입력과 출력 과정에 ‘필터링 기법’을 적용, 각 데이터들이 연산 처리에 적합하도록 AI를 자동 학습시킨다. 이를 통해 AI모델은 뒤섞인 폐기물 사이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폐기물을 정확히 분류한 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AI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은 재활용뿐만 아니라 식품 품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제조 과정에서 농수산물, 식품을 AI가 분류한 후 고품질 제품만 걸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트나 시장으로 판매된 식품이 반품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을 크제 줄일 수 있다.

‘강화 학습 AI’도 음식물 쓰레기 절감에 큰 도움이 되는 AI기술이다. 식품 물류 및 공급망 관리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어서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연구에서 “강화 학습 AI 시스템은 식품 물류 및 공급망 관리를 최적화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며 “신선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보장하기 위해 배송 경로와 시간을 최적화하여 지역 식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화학습은 AI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반복적 시행착오·상호작용을 거치며 작업 수행 방법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이다. 마치 인간 학생이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하고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AI열풍을 일으킨 ‘챗GPT’ 역시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미지 인식, 강화학습 기반 AI는 음식물 재활용과 낭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식품 물류 및 공급망 관리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WWF의 연구에 따르면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솔루션을 각 식료품 매장에 적용한 결과 평균 식료품 구매 낭비가 14.8% 감소했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이미지 인식, 강화학습 기반 AI는 음식물 재활용과 낭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식품 물류 및 공급망 관리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WWF의 연구에 따르면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솔루션을 각 식료품 매장에 적용한 결과 평균 식료품 구매 낭비가 14.8% 감소했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 쓰레기 90만톤 이상 절감 효과… 작업효율·비용 절약도 우수

이 같은 AI의 음식물 쓰레기 절감 효과는 실제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다. 대표적인 것은 글로벌 자연보호 비영리기구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 결과다. WWF는 미국의 푸드테크 전문 기업인 ‘어프레쉬(Afresh)’와 ‘쉘프 엔진(Shelf engine)’, ‘태평양 연안 음식물 쓰레기 공약(PCFWC)’과 함께 최근 AI 기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솔루션 성능 테스트 연구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두 개의 식료품 매장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한쪽 매장에만 구매 시스템에 AI를 적용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적용된 AI모델은 실시간으로 소비자가 고른 식품의 유통기한, 구매량 등을 측정한다. 그 다음 소비자와 매장 점주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주문 및 재고 요구 사항의 정확성을 높여 식료품 구매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예상이었다.

그 결과, 각 매장 당 평균 식료품 구매 낭비가 1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미국 식료품 매장 전역에 적용하면 연 평균 90만7,372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는 수준 효과다. 또한 연간 1,330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소 효과가 있을 것로 예상됐다.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솔루션은 비용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WWF에서는 AI솔루션을 도입하면 미국 내 식품 산업 시장서 20억달러(2조6,340억원)의 재정적 이익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장 당 노동 효율성도 최대 20% 증가한다.

WWF는 “미국에서 전체 식품의 거의 35%가 낭비되고 있는데 AI를 도입한다면 식료품 소매 폐기물 감소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며 “AI전문기업과의 협업해 식료품 소매업체의 데이터를 공급받으면 기술 개발 및 구현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PCFWC 시범 사업과 연구에서 볼 수 있듯 AI솔루션의 도입으로 소매업체, 직원, 고객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제는 업계가 지갑과 지구에 큰 도움이 되는 구현하기 쉬운 AI 솔루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국내선 AI기술 스타트업 ‘누비랩’을 중심으로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솔루션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누비랩이 개발한 AI 푸드 스캐너./ 누비랩
국내선 AI기술 스타트업 ‘누비랩’을 중심으로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솔루션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누비랩이 개발한 AI 푸드 스캐너./ 누비랩

◇산업 자체 가능성도 높아… 국내선 ‘누비랩’ 중심 성장

산업 자체로도 음식물 쓰레기 절감용 AI기술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절감용 첨단기술산업 시장은 2033년 859억달러(약 1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서 첨단기술에는 푸드테크, 로봇, 스마트팜 등 AI관련 기술이 상당수 포함된다.

퓨처마켓인사이츠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산업 기술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첨단과학기술”이라며 “고성능 센서, 데이터 분석 및 AI를 사용해 음식물 쓰레기 관리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스마트 폐기물 관리 시스템이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절감 시스템 개발이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되는 추세다. 대표적 사례 기업은 ‘어프레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어프레쉬는 지난해 8월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으로부터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솔루션 개발을 위해 1억1,500만달러(약 1,514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홀 푸드 마켓은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 그룹이다.

어프레쉬가 개발한 AI기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솔루션은 ‘알버트슨(Albertsons)’ 매장에서 적용 중이다. 알버트슨은 미국 소매 식료품 체인 운영사다. 어프레쉬에 따르면 AI솔루션이 적용된 알버트슨 매장은 현재 약 2,300개다. 각 매장별로 음식물 쓰레기는 평균 25% 이상 감소했다. 또한 농산물 영업 마진은 40% 이상, 매출은 2~4% 성장했다.

국내서도 관련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누비랩’을 꼽을 수 있다. 누비랩은 2018년 설립된 AI기술 스타트업으로 ‘AI 푸드 스캐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식사 제공 전후 음식물의 양을 측정한 후 폐기물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약 4,100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해 식품 종류와 양을 실시간 측정 가능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SK텔레콤, 신세계 등 국내 기업과 싱가폴 알렉산드라 병원 등 100여 곳 이상에 도입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디자인혁신 유망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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