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설립 후 韓 ‘대화형 AI’ 기술 ‘게임체인저’로 발돋움
지난해 중기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도 선정

대화형 AI 기술기업 ‘라피치(rapeech)’는 2005년 설립 후, 오랜 시간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국내 대표 대화형 AI 전문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대화형 AI 기술기업 ‘라피치(rapeech)’는 2005년 설립 후, 오랜 시간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국내 대표 대화형 AI 전문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으레 주목받는 신산업 분야에선 수많은 기업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4차 산업시대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전체 투자금액 중 25% 이상이 AI기업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쏟아지는 만큼 문 닫는 곳도 많다. 초기 시장에 뛰어든 중소기업은 자본력도, 인력도, 시장 영향력도 부족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기업생명 행정통계’에서 지난 2021년 기준 신생기업의 1년 생존률은 65%에 그쳤다. 스타트업 10곳 중 4곳 정도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는 의미다.

물론 척박한 환경에서 싹을 틔우고 살아남는 기업도 있다. 이는 저마다의 생존 방식이 있다는 방증이다. 대화형 AI 기술기업 ‘라피치(rapeech)’도 그중 한 곳이다. 지난 2005년 설립한 라피치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국내 대표 대화형 AI 전문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다.

◇ 음성 IVR 터줏대감서 ‘대화형 AI’ 대표기업으로

지금은 국내 주요 AI기업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라피치는 사업 초기부터 ‘AI’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8일 기자와 만난 어범석 라피치 부사장은 “창립 초기 한국은 사실상 AI기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때문에 라피치의 초기 사업 모델명은 ‘음성인식 IVR’이었다고 한다. AI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름이었다고 한다.

높은 기술력으로 라피치는 사업 1년 만에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2006년 KTF(지금의 KT) 부산콜 음성인식 ARS 서비스를 수주하는데 성공한 것.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KTF와 손잡고 국내 최초 대화형 음성인식 ARS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2010년과 신한카드와도 IPCC시스템 및 음성인식 ARS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음성인식 ARS 및 IPCC가 금융사 및 통신사의 전략 사업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더딘 탓이었다. 때문에 2015년까지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다. 이때 다시 사업의 불씨가 되는 사건이 2016년 발생했다. 바로 구글의 AI ‘알파고’의 등장이다. AI가 인간 이상의 업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객 기업들의 관심도 다시 커진 것이다. 특히 문장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음성합성(TTS)’ 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AI기반 TTS는 음성비서, 안내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서 응용 가능하다.

지금은 국내 주요 AI기업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라피치는 사업 초기부터 ‘AI’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어범석 라피치 부사장(사진)도 “창립 초기 한국은 사실상 AI기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설민 기자
지금은 국내 주요 AI기업 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라피치는 사업 초기부터 ‘AI’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어범석 라피치 부사장(사진)도 “창립 초기 한국은 사실상 AI기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했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설민 기자

이후 라피치는 급격한 성장세를 타게 됐다. 2017년 SK텔레콤의 STT(Speech-to-Text, 음성을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 고도화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 KT 음성인식 AI서비스 구축, 2019년 라이나생명 STT 시스템 고도화까지 3년 만에 여러 대기업 고객사 확보에 성공했다. 이후 2020년에는 AI가상상담 플랫폼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금융결제원의 음성바이오 분산관리 적합성 인증을 받는 등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업 성장에 힘입어 라피치의 매출도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2021년 67억7,9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105억1,200만원까지 올랐다. 1년 새 55.1% 뛴 셈이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라피치는 2021년 코넥스 시장 상장도 성공했다. 라피치 측은 “아직 정확한 매출액 집계가 완료되진 않았으나 2023년 역시 전년도의 성장률을 유지하여 고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어범석 부사장은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AI 기술도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내부 연구소에서 이를 연구하고 있던 대기업들도 콜센터 사업, 음성합성 사업 분야에 대해 이해가 있는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했고 라피치도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대화형 AI기술 연구를 진행 중인 라피치 연구원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대화형 AI기술 연구를 진행 중인 라피치 연구원들의 모습./ 박설민 기자

◇ 최적화 대화형 AI솔루션 강점… SKT·KT·LGU+등 통신사 고객 다수 확보

알파고에 이어 2022년 Chat GPT의 등장으로 거대 LLM 활용에 대한 ‘AI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라피치도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기존 음성인식 IVR 사업을 진행하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체 고객센터에 보유한 일반 콜센터 인프라와 AI의 최적 연동 솔루션을 개발·제공 중이다.

현재 라피치의 핵심 사업 분야는 크게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와 ‘음성인증 AI’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대화형 AI 사업 부문은 △엠버스(EMBUS) △오르체(ORCHE) △PS 3가지 핵심 기술 제품으로 구성된다. 음성인증 AI 사업 부문은 △아센티(ASENTI)가 핵심 기술 제품이다.

먼저 ‘엠버스’는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대화형 AI봇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간단한 설치와 설정만으로도 STT, TTS 인프라와 연동 가능하다. 때문에 국내외 콜센터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키오스크, 모바일 과 같은 멀티모달 환경에서도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오르체’는 여러 AI엔진과 멀티 통합 관리 환경을 제공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서비스(SOE)다. 이는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자동화된 구성, 조율,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오르체는 자연어 처리(NLP) 기반의 ‘앙상블 AI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어떻게 AI가 대답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 전략을 내외부 AI솔루션에 통합해 훈련·적용한다. 이렇게 하면 AI음성인식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서비스 운영 환경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PS’는 음성인식 서비스 기획 및 AI최적화 기술이다. AI콜봇 서비스와 관련한 대화, 시나리오를 디자인하고 고객 업무 분석해 AI콜센터 서비스·시스템 구축 운영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자연어이해(NLU)’ 기반 최적화 서비스로 음성인식 AI모델 성능을 극대화해준다. NLU는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추론하는 기술이다.

라피치의 핵심 사업 분야는 크게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와 ‘음성인증 AI’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대화형 AI 사업 부문은 △엠버스(EMBUS) △오르체(ORCHE) △PS 3가지 핵심 기술 제품으로 구성된다. 음성인증 AI 사업 부문은 △아센티(ASENTI)가 핵심 기술 제품이다./ 라피치
라피치의 핵심 사업 분야는 크게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와 ‘음성인증 AI’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대화형 AI 사업 부문은 △엠버스(EMBUS) △오르체(ORCHE) △PS 3가지 핵심 기술 제품으로 구성된다. 음성인증 AI 사업 부문은 △아센티(ASENTI)가 핵심 기술 제품이다./ 라피치

음성인증 AI사업 부문 핵심 기술인 ‘아센티’는 목소리로 본인을 인증하는 음성인증 AI서비스다. 국내 금융거래법규, 금융결제원 생체인증 분산관리 규격을 통과했다. 2020년 IBK 기업은행에 금융권 국내 최초 AI음성인증 서비스를 구축하며 금융권으로부터 기술력도 인증 받았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피치는 눈에 띄게 성장하는 AI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NICE디앤비 전영진 연구원은 ‘한국IR협의회’가 발간하는 ‘기업리서치센터’ 보고서에서 “라피치는 지속적인 R&D 투자로 국내 최초 음성인식 화자인증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체계화된 자체 기술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라피치의 대화형 AI기술은 국내 대다수 기업들에 서비스 중이다. 대표적인 곳은 이동통신사 KT다. KT는 현재 KT AI통화비서, KT AICC(AI콜센터) 클라우드 상품에 라피치의 엠버스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 LG, AVAYA, Genesys 등의 콜센터 인프라와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 콜센터·모바일 환경 고객들도 확보했다.

전영진 연구원은 “기존 대화형 AI제품과 음성인식 AI제품에 더해 헬스케어, 서비스 봇,  보이스-피킹 AI 제품 등 기술 개발 고도화 및 중장기적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공급 서비스의 지원환경 확대와 클라우드 최적화로 적용확대를 꾀해 실적다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피치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 온 임원들의 모습. (좌측부터)오범근상무, 어범석 부사장, 김재중 대표, 이재혁 상무./ 라피치
라피치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 온 임원들의 모습. (좌측부터)오범근상무, 어범석 부사장, 김재중 대표, 이재혁 상무./ 라피치

◇ 사회 도움이 되는 AI서비스 목표… 정부 혁신제품도 선정

라피치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AI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고객-기업을 연결해주는 대화형 AI서비스를 넘어 상담원 도우미, 노인돌봄 등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라피치 대화형 AI 서비스 통합 플랫폼 ‘ConvAI(컨바이) v1.0’제품이 2023년 하반기 중소기업벤처부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지정 부문은 ‘사회통합분야 혁신제품’이다. 혁신제품 지정기간은 2023년 12월 28일부터 오는 2026년 12월 27일까지 3년이다. ConvAI는 콜처리 기술, 실시간 음성처리기술, AI 엔진 연동기술 등 국내외 다양한 엔진을 연동·융합한 대화형 AI서비스 통합 플랫폼이다.

기대되는 ConvAI 응용 분야는 ‘상담원 도우미’다. ConvAI는 AI상담원의 업무환경 개선 기능이 핵심이다. 라피치에 따르면 ConvAI 기반 AI어시스턴트를 이용할 경우 상담 업무 처리 시간이 평균 15초 단축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대화형 AI서비스가 인간 상담사를 ‘대체’하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다. 때문에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금융권 상담원들의 훌륭한 조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복지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 노약자, 장애인 등 정보소외계층 돌봄 서비스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사회복지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는 136명 수준이다. 때문에 복지사는 과도한 업무에 부담을, 돌봄 대상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때 ConvAI 기반 AI복지사가 도입되면 인간 사회복지사의 자잘한 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복지사가 먼저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약자에게 안부전화를 건다. 그 다음 통화 내용을 요약해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사는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돌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라피치는 최근 범부처 통합 AI 컨택센터 구축 및 지자체 AI 노인돌봄 B2G 플랫폼 사업 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어범석 부사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취약계층과 일반인 간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라피치의 AI음성인식 서비스는 모든 사람들이 AI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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