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시작됐던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 간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월 시작됐던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 간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 간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 모두 시장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라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 홈쇼핑 “수수료 인하” vs 유료방송 “합리적 근거 필요”

홈쇼핑과 유료방송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은 매해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월부터는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가 송출 수수료 관련 협상을 진행해 왔다. 홈쇼핑 측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료방송 측은 수수료를 지속 인하하려면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 방송사업 매출액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3.5%(2020년) △52.2%(2021년) △51.4%(2022년) 등 매해 줄어들고 있다. 반면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 △32.1% △33.5% 등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서는 이에 대해 유료방송 가입자 수신료는 낮은 편인 것에 반해 프로그램 사용료 등이 상승하면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도 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유료방송 시장도 한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유료방송사업자의 총매출액은 7조2,045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성장률 둔화세는 지속되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꺾인 유료방송 업계 입장에서는 주요 재원인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홈쇼핑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 홈쇼핑 4개사(CJ‧GS‧롯데‧현대) 모두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수익성 악화가 나타났다. 3분기에는 CJ온스타일을 제외한 3개사가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했다. 홈쇼핑업계 측은 TV홈쇼핑 시청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송출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통채널 중 홈쇼핑 채널이 특히 부진한 이유에 대해 “TV시청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일시적으로 비대면 광고 채널로서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엔데믹 이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홈쇼핑 채널의 외형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대가검증협의체’ 결론 낼까… “정부 개입 강화해야” 지적도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는 송출 수수료에 대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엔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프에 대해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같은 해 11월 대가검증협의체를 구성하고 사태에 직접 개입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3월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사업자 간 협상 기간(8개월)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운영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해당 협의체는 홈쇼핑과 유료방송 사업자 사이의 계약이 공정했는지와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 대가 산정 시 고려 요소값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대가 산정은 홈쇼핑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 총액의 증감과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수 증감을 토대로 이뤄진다.

이번에 구성된 협의체는 다음주에 기본 운영 기간 60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협의체가 내놓은 결론은 강제성이 없는 자문 의견이다. 그러나 협의체가 실제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때문에 업계 양측에서는 결과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홈쇼핑과 유료방송 사업자 간 갈등 중재에 정부 개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응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의 주요 원인은 대가산식의 불신과 불공정 경쟁행위, 정부의 소극적 대응 및 가이드라인의 한계 등이 있다”면서 “특히 구조적으로 홈쇼핑과 유료방송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시장에서 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상에 기반한 수수료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최 조사관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가산식에 대한 불신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 합리적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과 이에 기반한 사업자 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역할 및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방송사업자간 홈쇼핑송출수수료 갈등요인과 과제
2023. 12. 29. 국회입법조사처
방송산업 실태조사
2023. 12. 25. 방송통신위원회
현대홈쇼핑 기업분석보고서
2023. 11. 09. 한화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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