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가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금융 리스크 등 여러 숙제가 업계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증권가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다. 새해를 맞아 희망찬 분위기가 만들어질 법도 하지만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금융 리스크 등 여러 숙제가 업계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증권가를 상대로 올해도 서슬 퍼런 기색을 드러내고 있어 업계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 부동산금융 리스크에 짓눌린 증권가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작년 4분기 실적은 대체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형사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11일 리포트를 통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주요 4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지배주주순이익이 2,38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규모지만 작년 3분기와 비교해선 56.8% 급감한 수준이다. 특히 시장의 컨센서스(4,710억원) 대비 49.3% 하회한 수준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어닝쇼크 배경에 대해 “보유자산 평가손실 및 충당금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프랑스 부동산 관련 손실 반영과 이외 투자목적자산 손실 인식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됐다. 다른 회사도 해외 부동산 및 태영건설 관련 손실 등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그는 “경상 업황이 소폭이나마 회복되며 수수료손익과 이자손익, 채권 매매평가익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년 동기에도 자산 손실이 컸기 때문에 기저가 낮아 전년 대비 이익 개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원이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대형사 중 키움증권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견조한 실적을 내왔지만 영풍제지 사태에 따른 미수금 발생으로 작년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키움증권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외에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도 밝지 못하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업황 악화,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등 영향을 받아 저조한 실적을 내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워크아웃에 신청함에 따라 부동산PF 리스크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올해 부동산PF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당국 점검 강화

여기에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 4곳에 대한 중징계 제재를 확정했다.

또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은행에 이어, 주요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은 최근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 부동PF 임직원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를 대거 적발하고 엄중한 제재를 예고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5개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PF 기획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임직원 사익 추구, 증권사 내부통제 취약점 등의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증권사 임원은 PF 사업장의 비공개 개발진행 정보 등을 이용해 본인 관계 법인에서 시행사 관련 전환사채(CB) 투자를 통해 500억원 상당의 PF 사업수익을 부당하게 챙겼다.

또 PF 사업장 관련 직무상 정보를 활용해 시행사 등에 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금리로 사적 대여하고 수수료, 이자 등 명목으로 40억원 상당을 빼돌린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중대 위규사항에 대해 엄정한 제재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한 위규행위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여타 증권사의 사적이익 추구행위 개연성을 집중 검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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