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객 가치를 우선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겠다.”

올해 금융권 신년사와 주요 경영전략엔 이러한 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올해는 유독 ‘내부통제 강화’에 강한 방점을 찍은 곳이 많아진 모습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 증권업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내부통제는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지키는 핵심 가치다. 문제는 은행, 증권 등 주요 금융업권에서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횡령,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불법 계좌개설, 차명 투자, 채권형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사건사고가 터졌다. 

특히 지난해 경남은행에서 드러난 횡령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횡령 금액 자체도 많았지만 십 수년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금융당국은 해당 사고 원인과 관련해 경남은행과 지주사인 BNK금융의 내부통제 미흡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BNK금융은 최근 시스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내부통제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강력한 내부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각오다. 

금융권의 사건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3년 7월) 전체 금융사고액은 1조1,066억원에 달한다. 이 중 78%는 내부 직원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사건 사고가 이어진 만큼 전체 금융사고 금액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매번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강화를 외쳐왔지만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게도 크고 작은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이는 내부통제에 대해 더욱 강한 책임을 부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희를 통과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당 개정안은 금융사와 임원의 내부통제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해당 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권은 분주한 모습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책무구조도’ 마련 작업에도 나서는 분위기다.

책무구조도란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금융사 대표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이사회 심의, 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 제출은 은행·지주회사에 적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타업권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의무를 짊어진다. 임원의 관리 책임 강화를 통해 내부통제 작동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선 우선 철저한 시스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임원뿐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철저한 책임 의식을 갖춰야 한다. 윤리 의식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 외침이 공염불의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