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량 감소로 위기를 맞은 국내 우유 시장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 뉴시스
우유 소비량 감소로 위기를 맞은 국내 우유 시장에 새로운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 20여년간 국내 우유 시장은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저출생과 저렴한 수입 멸균유 증가 등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유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새로운 브랜드 선보이는 ‘동원F&B’… 오너 경영 막 내린 ‘남양유업’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새로운 유가공 브랜드 ‘Hej(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Hej!’는 북유럽 언어로 ‘안녕하세요’를 의미하는데,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북유럽풍의 브랜드 콘셉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특허청에 상표 출원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정 상품으로는 △마시는 요구르트 △발효우유 △유가공식품 △유산균음료 등이 있다.

동원F&B는 자사 유제품 브랜드로 ‘소와 나무’와 ‘덴마크밀크’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와 어떤 차별점을 가질지, 시장에 안착하게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원F&B가 유제품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있음에도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편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마켓링크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우유 시장 점유율 1위는 서울우유협동조합(43.72%)이 차지했다. 그 뒤를 △빙그레(14.57%) △남양유업(12.26%) △매일유업(10.52%) 등이 뒤따르고 있다. 동원F&B의 경우는 전체 매출 5순위 밖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대법원판결에 따라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4일 남양유업은 2021년 8월부터 2년 반가량 진행된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남양유업은 최근 몇 년간 실적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8년 연간 매출액 1조797억원과 영업이익 86억원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매출이 1조원을 밑돌았고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저출생 및 우유 소비량 감소, 기업 이미지 악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2022년에는 적자가 868억원까지 확대됐다.

한앤코는 곧바로 남양유업 인수 절차를 밟고 경영 정상화와 기업 이미지 및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이 한앤코를 통한 리브랜딩 이후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다.

◇ 줄어드는 ‘우유 시장’, 대책은

국내 우유 시장은 지속 쪼그라드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백화점‧할인마트‧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된 ‘우유’의 총매출은 지난 2020년 2조4,652억원에서 △2조1,841(2021년) △2조1,766억원(2022년) 등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시장 내에서 점유율을 키우기 위한 우유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우유의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은 46%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이러한 성장에는 나100% 우유 브랜드 강화와 함께 프리미엄 우유 출시 등 제품 다각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서울우유는 우유 시장을 세분화하고 △유기농 우유 △골든저지밀크 △프로틴 우유 등을 출시해 왔다.

프리미엄 우유는 흰우유 소비 부진에 따른 유업계 자구책의 일환이다. 서울우유가 저지종에서 생산한 원유로 만든 골든저지밀크나 유당불내증을 가진 소비자들을 위한 락토프리 우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서울우유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유업계 빅3(서울우유‧남양‧매일)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띠는 모양새다.

반면 매일유업은 우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식물성 대체유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21년 출시한 식물성 귀리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어메이징 오트 커피‧초콜릿 2종을 출시하고 체험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아식 브랜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유아식 브랜드 ‘리케(Lykke)’ 상표를 출원했다. 리케는 덴마크어로 ‘행복’을 의미하는데, 이에 시장에서는 덴마크 지역의 유제품을 활용한 유아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이에 국내 우유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관세가 붙어도 국산 우유보다 가격이 낮아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각 변동이 일어난 국내 우유 시장에서 주요 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도 서울우유협동조합 정기공시
2023. 03. 31. 서울우유협동조합
남양유업 투자판단관련주요경영사항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104800091
2024. 01. 0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남양유업 사업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323001233
2023. 03. 2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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