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 장악한 ‘우주쓰레기’… 충돌·추락 시 치명적 피해
로켓 발사 시 대기오염도… 오존층 파괴 원인으로 급부상
청소로봇위성부터 친환경 연료까지 대응 방안 마련 분주

우주산업이 성장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간이 쏘아 올린 로켓과 인공위성은 대기오염부터 우주쓰레기까지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면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우주산업이 성장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간이 쏘아 올린 로켓과 인공위성은 대기오염부터 우주쓰레기까지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면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주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새로운 산업 성장 동력 제공과 항공, 로봇, 에너지, 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또한 다양한 과학 연구 성과도 얻을 수 있어 국가 경쟁력 제고의 초석이 된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30년 우주산업 규모가 1조1,108억4,000만달러(약 1,460조5,32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산업이 발전하면 늘 동반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환경오염문제’다. 우주산업 역시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이 쏘아 올린 로켓과 인공위성은 대기오염부터 우주쓰레기까지 다양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 우주의 시한폭탄 ‘우주쓰레기’

우주산업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환경오염은 ‘우주쓰레기’다. 우주쓰레기의 공식 명칭은 ‘우주인공물체’. 고장 난 인공위성, 로켓 잔해, 로켓에서 분리된 부스터 등을 일컫는다. 유럽우주청(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는 10cm 크기는 2만9,000여개, 1cm는 67만여개, 1㎜ 크기는 1억7,000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총 무게로 추산하면 약 1만100톤에 이른다.

우주쓰레기가 위험한 이유는 엄청나게 빠른 비행 속력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주쓰레기의 평균 비행속력은 시속 2만7,300km. 평균 속력이 시속 1,000km 수준인 총알보다 30배 가까이 빠르다. 때문에 충돌할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우주청 전문가들에 따르면 10cm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 하나를 파괴할 수 있다. 1cm 크기의 우주쓰레기도 인공위성, 우주선을 무력화할 수 있다. 또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장갑을 관통해 내부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깨알만한 크기의 우주쓰레기조차 인공위성에 부딪히면 컴퓨터 장치나 전선에 손상을 가한다.

또 다른 문제는 ‘추락 위험’이다. 로켓 잔해 등 수명을 다한 위성은 지구 궤도를 오랜 시간 떠돈다. 이때 우주쓰레기들은 지구 중력에 의한 섭동력(천체의 궤도 교란을 일으키는 인력) 때문에 조금씩 비행 궤도가 바뀌게 된다. 그러다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 궤도 이탈이 발생, 지구로 추락한다.

추락 과정에서 작은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열로 불타 없어진다. 하지만 로켓 잔해 등 수 미터 크기의 대형 쓰레기는 대기권을 통과해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에 따르면 고장, 임무 종료 인공위성 등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한 사례는 2022년 기준 2,461건이다. 2021년(534건) 대비 360.8%, 2018년 이후 5년 간 884% 이상 증가했다.

아직까지 우주쓰레기 추락으로 인한 대형사고 발생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일단 발생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매우 클 수 있다. 마이클 바이어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팀은 202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주를 떠도는 로켓 잔해의 높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600km보다 낮을 경우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잔해다. 그 다음 잔해가 떨어질 수 있는 지역이 어딘지, 추락 시 피해 면적은 어느 정도인지 컴퓨터를 활용해 예측했다. 그 결과 로켓 잔해가 지구에 추락할 시 10㎡의 면적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10년 동안 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낼 확률은 약 10%였다.

최은정 천문연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주쓰레기는 운용 중인 인공위성과의 충돌위험 뿐만 아니라 추락으로 인한 위험도 존재한다”며 “천문연은 국가우주위험감시기관으로 우주감시인프라 기술개발 및 운용, 관련 핵심연구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산업 확산은 우주쓰레기 증가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오염 문제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켓 발사 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뿐만 아니라 오존층을 파괴하기도 한다./ Pixabay
우주산업 확산은 우주쓰레기 증가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오염 문제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켓 발사 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뿐만 아니라 오존층을 파괴하기도 한다./ Pixabay

◇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 오존층에 ‘구멍’

우주산업 확산은 우주쓰레기 증가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 오염 문제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켓 발사 시 막대한 양의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오염’ 문제는 우주산업의 새로운 걸림돌 중 하나다.

로켓을 발사할 때 사용되는 핵심 원료는 ‘케로신’, 우리말로 하면 ‘등유’다. 석유의 일종인 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로켓 발사 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등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로켓 스페이스X(Space X)의 팔콘9 로켓 발사 당시 165초 만에 약 116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 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24대가 1년 간 배출할 온실가스를 3분도 안돼 쏟아내는 셈이다.

물론 우주산업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로켓이 자동차나 비행기, 선박처럼 자주 운행되는 교통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로켓 발사 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지구 대기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 특히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 파괴에 로켓 발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의 2022년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대기 관측 데이터 세트인 ‘메라-2(MERRA-2)’를 기반으로 ‘GEOS-Chem’을 개발했다. GEOS-Chem은 로켓 배기 방출로 인한 지구 대기권 구성 물질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으로 2019년 로켓 발사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로켓이 발사한 후 성층권을 통과하는 순간 오존층 내 오존(O₃) 성분이 파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로켓은 지상 발사대 이후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체 연료가 탑재된다. 이 고체 연료가 고열에서 타면 ‘블랙카본(BC)’, 연기입자인 ‘그을음’이 만들어진다.이 그을음 입자들은 화학반응으로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소화합물을 생성해낸다. 지난 2019년 발생한 호주 남동부 대형 산불이 오존층에 큰 구멍을 낸 것과 같은 원리다. UCL연구팀에 따르면 로켓에서 발생하는 그을음 입자는 일반 입자보다 약 500배 이상 오존층 분해 능력이 강하다고 한다.

UCL 연구팀은 “최근 성층권에 재진입하는 우주쓰레기와 발사 잔해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로켓 발사 시 사용되는 고체 연료가 만드는 염소화합물은 성층권의 오존 고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로켓 발사로 인한 성층권 내 오존층 손실률은 0.15%였다”며 “향후 10년 동안 우주 관광 산업까지 활성화된다면 손실률은 0.22%에 달할 것이고 이는 몬트리올 의정서로 설정된 오존층 회복 지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주산업부문은 여러 국가의 과학 연구 시설 설립, 상업용 우주 로켓 발사, 우주 관광 산업으로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에 동반하는 성층권 내 오존층 파괴 문제와 기후 변화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환경 규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오염문제의 경우 친환경 로켓 추진제 개발을 중심으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사진은 일반 고체 연료를 쓴 로켓과 친환경 로켓을 쓴 로켓의 오염도 비교 실험. (사진 위쪽부터) 고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검은색 그을음이 가득한 연기가 나지만 녹색 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은 상대적으로 불꽃이 깨끗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NTSB
대기오염문제의 경우 친환경 로켓 추진제 개발을 중심으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사진은 일반 고체 연료를 쓴 로켓과 친환경 로켓을 쓴 로켓의 오염도 비교 실험. (사진 위쪽부터) 고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검은색 그을음이 가득한 연기가 나지만 녹색 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은 상대적으로 불꽃이 깨끗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NTSB

◇ 친환경 추진제부터 우주청소로봇까지… 해결책 고심

하지만 우주산업은 가장 중요한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이다. 환경문제 때문에 이를 포기할 국가는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정부가 우주항공청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R&D 인력을 포함 총 300여명의 전문가들을 우주기술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친환경 우주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강조한다. 실제로 해외서는 이미 우주산업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기오염문제의 경우 친환경 로켓 추진제 개발을 중심으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 주목받는 기술은 ‘녹색 추진제(Green Propellants)’다. 녹색 추진제란 ‘암모늄 디니트라마이드(ADN)’, ‘질산히드록실암모늄(HAN)’ 등을 기반으로 만든 친환경 추진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하이드라진’ 기반 추진제보다 독성이 훨씬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 녹색 추진제는 ‘하이브리드 로켓’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 연료와 액체 연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로켓 기술이다. 액체 산소와 과산화수소, 아산화질소 등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 녹색 추진체를 혼합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UNIPD) 산업공학과의 프란체스코 바라토 연구원은 “액체 연료와 고체 녹색 추진제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로켓은 일반 로켓보다 배기가스와 그을음 같은 유해물질을 훨씬 적게 방출한다”며 “독성이 낮고 에너지가 높은 로켓 추진제로서 미래 우주산업의 고성능·고효율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색 추진제 연구를 주도하는 곳은 미국의 NASA다. 지난 2015년 ‘녹색 추진제 주입 임무(GPI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 6월 25일에는 ‘SpaceX Falcon Heavy’ 로켓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로켓에 사용된 친환경 혼합 추진제는 ‘AF-M315E’다. 녹색 추진제에는 질산히드록실암모늄 기반 추진제가 사용됐다.

ESA는 지난 2020년부터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청소 인공위성 AI로봇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도 개발 중이다./ 유럽우주청
ESA는 지난 2020년부터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청소 인공위성 AI로봇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도 개발 중이다./ 유럽우주청

또 다른 환경 문제 요소인 우주쓰레기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적극 연구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방식이다. ESA는 지난 2020년부터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청소 인공위성 AI로봇’도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는 스위스 우주항공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과 공동 진행한다. 

프로젝트에서 개발 중인 로봇의 이름은 ‘클리어스페이스-1(ClearSpace-1). AI기반 정밀 카메라 및 센서와 4개의 로봇팔이 장착됐다. AI기반 카메라로 우주쓰레기를 찾은 다음 큰 쓰레기는 수거하고 작은 쓰레기는 대기권으로 던져 태워버린다. ESA는 클리어스페이스-1을 오는 2025년 우주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국내서는 천문연이 추락하는 우주쓰레기의 위협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 기술은 ‘인공우주물체 추락 예측 소프트웨어(SREP)’다. 지난해 2018년 중국 톈궁 1호 지구 추락과 2021년, 2022년 발생한 중국 창정5B 로켓 잔해의 지구 추락을 거의 오차 없이 측정했다. 천문연은 이와 관련한 기술을 2022년 한화 시스템에 이전하기도 했다.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 궤도 결정 및 예측, 조정 핵심 알고리즘을 포함한 인공위성 비행역학 시스템 기술이다.

최은정 천문연 우주위험연구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천문연은 지난해부터 우주위험대응체계 구축사업과 우주위험대응 통합시스템개발, 중고궤도 광학감시시스템개발을 시작했다”며 “향후 저궤도 우주감시를 위한 우주감시 레이다 개발을 기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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