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순환 마중물 ‘고염대륙붕수’ 장기 관측 성공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인 고염대대륙붕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고염대륙붕수 장기관측 위치와 남극 테라노바만 관측장비 설치 위치(노란색 원)./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인 고염대대륙붕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고염대륙붕수 장기관측 위치와 남극 테라노바만 관측장비 설치 위치(노란색 원)./ 극지연구소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극지의 바다는 전 세계 바닷물의 근원과 같은 곳이다. 거대한 빙하가 녹거나 얼어붙으면서 주변 해역 바닷물 성분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한 빙하 대륙으로 이뤄진 ‘남극 바다’의 바닷물은 전 세계를 이동하며 지구 전체 해류를 변화시킨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남극 바다의 소금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증명하는데 성공해 학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바다에서 ‘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정밀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짠물은 전 세계 바다 순환의 핵심인 남극저층수를 움직이는 마중물 같은 존재다.

남극 해안가에 인접한 바다는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얼음이 생성될 때 배출되는 염분이 가라앉으면서 바닷물의 염도는 높아진다. 이 바닷물은 염도가 전 세계 바다 평균보다 높고 대륙붕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고염대륙붕수’라 불린다.

고염대륙붕수가 주변 바닷물과 섞이면 ‘남극저층수’가 만들어진다. 남극저층수는 수심 4,000m 이하의 깊은 곳에서 대양으로 퍼진다.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남극저층수는 대기 중의 탄소를 심해에 격리해 기후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지구 바다와 해양 생태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고염대륙붕수 형성 과정을 찾기 위한 연구를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2017년 1월부터 진행했다. 연구는 극지연구소와 함께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경북대학교, 뉴질랜드 국립수문대기연구소 등이 국제 공동 연구팀을 꾸려 진행했다. 연구 방법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테라노바만에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약 1년간 고염대륙붕수의 형성과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다.

관측 결과, 2017년 고염대륙붕수의 평균 수송량은 0.4 Sv(스베드럽, Sverdup)에 달했다. 스베드럽은 1초에 100만㎥ 양의 해류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1스베드럽은 아마존강 수송량의 약 5배에 달한다. 

연구팀은 관측 결과와 인공위성에서 얻은 바다얼음의 면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 테라노바만에서 고염대륙붕수 생성량이 지난 10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결과를 얻었다. 2015년부터 지속적인 생성률 증가가 나타났는데 이 기간에 진행된 다른 관측값과도 일치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연구팀은 고염대륙붕수 생성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도전적으로 수심 47~360미터 구간에 관측망을 구성했다. 남극 바다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할 때, 일반적으로는 빙산을 피해 수심 400미터 아래에 장비들을 설치한다. 이를 통해 남극에서 세계 최초로 고염대륙붕수 생성과정을 1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성공했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최근 10년간 고염대륙붕수의 장기 변동성과 남극저층수 변동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향후 전 지구 해양 순환과 해수면 상승 예측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국제저명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도 지난 1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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