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가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새롭게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스마트폰 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AI기술과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계열사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가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새롭게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스마트폰 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AI기술과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계열사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새롭게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AI기술과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계열사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스마트폰의 새로운 혁신 이끄는 AI, ‘스마트폰 2.0’ 시대 연다

전문가들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모델 평가 요소가 단순히 ‘얼마나 우수한 하드웨어를 탑재했나’가 핵심이었다면 갤럭시 S24 이후엔 ‘얼마나 우수한 AI기술이 탑재됐는가’로 바뀔 것이라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매년 하드웨어를 통한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퀄컴 등 외부 업체로부터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받는다. 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모두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공급받는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조금 더 비싼 모델을 구매한 쪽이 약간 더 성능이 좋아지는 정도 차이밖엔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실제로 단순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보면 갤럭시 S24 시리즈는 전작 갤럭시 S23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두 시리즈의 프리미엄 모델을 살펴보면 확실히 느껴진다. ‘갤럭시 S23 울트라’와 ‘갤럭시 S24 울트라’ 모두 4nm 8코어 갤럭시용 퀄컴 스냅드래곤 8을 사용했다. 세대의 경우 2에서 3세대로 갤럭시 S24 울트라가 소폭 상향된 정도다. 램과 화면 크기는 각각 12GB, 6.8인치로 동일하다.

반면 AI기술의 경우 같은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성능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갤럭시 S24의 경우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한 AI모델이 탑재돼 성능을 극대화 시켰다. 제미나이는 구글이 개발한 생성형 AI모델이다. 1조6억개의 파마리터(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연산 능력이 특징이다. 이는 현재까지 출시된 AI 모델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S24 시리즈에 △Gemini Ultra(제미나이 울트라) △Gemini Pro(제미나이 프로) △Gemini Nano(제미나이 나노)의 3가지 제미나이 모델을 모두 탑재한 것로 알려졌다. 각각 개발자용, 챗봇용, 모바일 장치용 경량화 버전 등의 역할을 한다.

특히 제미나이 울트라는 AI개발자들이 사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AI모델이다.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이해 테스트(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MMLU)에서 90.04%을 받기도 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의 AI가 보유한 번역 시스템, 실시간 통역 시스템 등이 이 AI모델을 기반으로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모델 평가 요소가 단순히 ‘얼마나 우수한 하드웨어를 탑재했나’가 핵심이었다면 갤럭시 S24 이후엔 ‘얼마나 우수한 AI기술이 탑재됐는가’로 바뀔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전문가들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모델 평가 요소가 단순히 ‘얼마나 우수한 하드웨어를 탑재했나’가 핵심이었다면 갤럭시 S24 이후엔 ‘얼마나 우수한 AI기술이 탑재됐는가’로 바뀔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AI의 힘’ 업은 갤럭시 S24,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 급등 기대

AI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실제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진다. 30일 대만의 애플 분석 전문가 궈밍치 TF 증권 분석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기능을 앞세워 예상보다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고 출하량도 5~10%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올해 상반기 아이폰15의 출하량 전망치를 낮췄다”며 “2025년까지 디자인 등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의 출하량과 생태계 성장은 당분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AI폰 전략’은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흐름에도 딱 들어맞는 모양새다. 지난해가 AI기술에 대한 시장 관심이 급성장한 해였다면 올해는 AI기술이 어떤 실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지 평가받는 해다. 이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실제품은 소비자와 밀접한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 및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올해를 ‘생성형 AI 스마트폰이라는 꽃이 개화되는 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5억2,200만대의 생성형 AI 스마트폰이 출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려 연평균 성장률 83%에 달하는 수치다.

스마트폰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국내외 관련 업계의 기술 개발 흐름도 바뀔 전망이다.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카메라, 디바이스 등 스마트폰 관련 모든 부품 및 서비스가 ‘AI 특화형’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생성형 AI 스마트폰은 단순히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응답을 제공하거나 미리 정의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독창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디바이스는 기본적으로 최적화된 AI 모델을 운영하며 특정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정보제공, 이미지 구축, 실시간 번역, 개인 비서 애플리케이션 등 네 가지 주요 영역에 집중하는 로드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열어 재낀 ‘AI스마트폰 시대’의 영향은 같은 그룹 계열사들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의 실제 모습./ 박설민 기자
삼성전자가 열어 재낀 ‘AI스마트폰 시대’의 영향은 같은 그룹 계열사들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의 실제 모습./ 박설민 기자

◇ AI스마트폰 등장으로 업계도 ‘들썩’… 삼성전기, 삼성SDS 등 호재 기대

삼성전자가 열어젖힌 ‘AI스마트폰 시대’의 영향은 같은 그룹 계열사들도 크게 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 분야는 ‘고부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개발 및 생산이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즉, 복잡한 전자제품일 경우 MLCC의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노종합기술원에 따르면 초기 스마트폰의 경우 MLCC는 2~300개 정도가 사용됐으나 최근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고성능 스마트폰 모델은 약 1,000~1,100개 정도의 MLCC가 사용된다. 따라서 AI를 직접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형태인 ‘온 디바이스 AI’ 타입의 AI스마트폰에는 기존보다 많은 MLCC가 필요한 것이 필연적이다.

이창민 KB리서치 연구원은 “온 디바이스 AI와 이를 활용한 AI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2.0’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전통적인 스마트폰 대비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폭과 질이 궤를 달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강하게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AI스마트폰에는 발열·전력 소모의 최소화와 더 많은 부품의 실장을 위한 부품의 경박단소화가 필수적”이라며 “관련 부품의 대당 탑재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MLCC와 기판 분야에서 관련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삼성전기의 중장기 실적 개선 흐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생성형 AI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도 올해 AI스마트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삼성SDS는 지난해 생성형 AI 열풍 이후 실적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가 지난 25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3,771억원, 영업이익 2,14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4.4% 증가했다. 

김준섭 KB리서치 연구원은 “삼성SDS의 실적 발표에서 메일 및 대화 요약, 화상회의 실시간 자막 지원, 회의록 작성 등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2월 출시할 예정임을 확인했다”며 “연중 ERP, SCM, CRM 등 글로벌 솔루션사가 제공하는 생성형 AI와 연계하는 서비스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가운데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 부각된다는 점 역시 투자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며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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