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소 등 에너지 사업 강화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분야도 진출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다각화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 뉴시스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다각화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 관심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2024년 어떤 사업 전략을 펼칠지에 쏠리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주요 건설사 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해외사업 확대나 원전과 같은 에너지사업, 폐배터리 재활용 등 환경 사업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CEO들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PF발 리스크 현실화로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지표가 부정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어떤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칠지 업계가 눈여겨보고 있다.

◇ 친환경‧에너지사업에 눈돌린 건설사

국내 주요 건설사 중 사업다각화를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곳은 SK에코플랜트다. 

앞서 이달 초 박경일·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핵심 미래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환경 업스트림 사업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에 중점을 두고 재원 투입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사업에서 파트너십 기반의 글로벌 자산을 확대하고 호주, 캐나다 등 해외지역의 추가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적극 참여해 그린수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글로벌 E-Waste(전자쓰레기) 리사이클링(재활용) 선도기업인 테스(TES)와 재생플라스틱 전문기업인 DY인더스‧DY폴리머를 인수해 리사이클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연결기준 회사의 매출 구조는 플랜트 39%, 건축‧주택 21%, 에너지 17%, 인프라 13%, 환경 10% 순으로 구성돼 있다. 매출의 50~80%가 건축‧주택 분야에 몰린 타 건설사와 비교하면 사업다각화가 고르게 이뤄진 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해상풍력‧태양광과 연계한 그린수소 사업 등 두 축의 사업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여해 신기술 공개와 함께 환경·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서다.

아울러 지난 14일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스 공장에서 조 롬바르도(Joe Lombardo) 미국 네바다주 주지사와 미팅을 갖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에너지‧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올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수주 확대 △대형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강화 △수소 및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강화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초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원전·SMR 등 핵심사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해야 하고 CCUS 분야 같은 미래 신기술 상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실적 발표 이후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성장하기 위해 태양광·해상풍력·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전력중개거래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에너지 그리드(공급망) 구축에 힘쓸 계획”이라면서 “수소·CCUS 등 지속가능한 핵심기술과 최상의 주거가치를 위한 미래형 주거공간 건설기술을 내재화·고도화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올해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사업 강화 및 신사업 추진 등에 나서려 하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이미지 / 뉴시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사업 강화 및 신사업 추진 등에 나서려 하고 있다. 사진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이미지 / 뉴시스

◇ 국내 주택사업 외 해외시장 확대 및 신기술 투자로 활로 개척

대우건설은 올해 적극적인 해외사업 진출과 시행·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3일 시무식에 참석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해외에 답이 있다”며 올해 적극적인 해외사업 수주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또한 그는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 및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해외시장에서도 시행·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29일 대우건설의 아프리카 거점 국가인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의 멜레 콜로 키야리 총관 CEO를 만나 현지에서 추진 중인 가스 플랜트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의논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사업 강화 행보에 나섰다.

이후 지난 30일 대우건설은 실적 발표 과정에서 “올해에는 리비아 재건사업, 이라크 알포항 PJ 등 해외 거점국가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규 해외 국가에 진출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양질의 수주를 달성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삼성 건설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미래기술 확보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31일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잠정 영업실적 발표와 동시에 2024년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한 해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세부적으로 △Energy Transition(에너지 전환) 등 신사업에 2,000억원 △EPC(설계·시공·관리) 수행 혁신에 1,300억원 △IT인프라 등에 400억원 등 총 3,7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해 원천 기술 투자와 전략적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기자재 제작 자동화 등을 도입해 차별화된 EPC 수행 혁신에 나설 것”이라며 “여기에 내부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등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미래 성장 및 생산성‧수익성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라 전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주택통계’에서 보았듯 그간 미분양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 작년 12월 미분양주택이 전달 대비 3,000호(43%↑) 가량 증가하는 등 국내 주택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더불어 올해 초부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이를 상환하고자 최근 사모채 발행에 나섰으나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PF발 리스크 현실화로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고물가·고금리 기조, 공사비 상승에 따른 고분양가 등으로 투자목적의 자산가를 제외한 실수요층의 구매 심리는 꺾이는 추세”라며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해에는 여러 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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