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a(힘은 질량과 가속도를 곱한 값.)” 중학교 1학년 과학책 첫 장에 등장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의 이름은 ‘뉴턴의 운동 제2법칙.’ 위대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고안한 것이다. 알파벳 단 세 글자로 이뤄진 이 법칙을 기반으로 인류는 비행기부터 우주선,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첨단과학기술문명을 이루게 됐다. 괜히 글로벌 IT기업 애플사의 상징로고가 아이작 뉴턴을 상징하는 ‘사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 과학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연구 분야라도 전부 연결돼 있다. 기초과학이라는 거대한 뿌리 아래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항공, 핵융합 등 응용과학이라는 가지와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괜히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선진국들이 매년 ‘돈이 안 되는’ 과학 연구에 수십, 수백억 달러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은 올해, 우리 과학계에 맴도는 우울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올해부터 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 전체 R&D 예산은 26조5,000억원. 전년 대비 14.7% 줄어든 수치다. 감축 액수를 환산하면 4조6,000억원에 이른다.

급격한 연구예산 감축 부담은 고스란히 과학자들에게도 돌아갔다. 한국 과학연구를 이끄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25곳은 신규 인력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제비가 없어 연구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조기 종료하는 과제도 쏟아지고 있다. 출연연의 ‘평균’ 예산 삭감률은 20% 정도지만 각 과제별로 살펴보면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90% 이상 삭감된 과제도 대다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크게 삭감된 과제들 대부분은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초과학분야’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연구 분야에서 삭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 산업시대 핵심 과학기술분야인 ‘인공지능(AI)’도 예산안 칼질을 피해가지 못했다. AI분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챌린지선도기술개발사업’의 경우 86%가 전년 대비 줄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형 챗GPT’와 ‘AI반도체’ 개발에 힘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당초 정부의 발표와 다르게 ‘한국어대형언어모델기술개발’과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설계)’, ‘인공지능반도체 응용기술개발’ 예산도 각각 84%, 13.4%, 75% 삭감됐다.

이 같은 과학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연구예산 삭감과 관련해 지적은 쏟아지지만 이에 대해 보도해명자료를 내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해명 내용 역시 시원찮다. R&D예산 4조6,000억원이 전년 대비 줄었다는 지적에는 ‘기존안보다 6,000억원 증액’으로, 예산 부족으로 미국 나사(NASA)가 달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2호에 우리나라 큐브위성을 탑재할 수 없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9월 말에서 10월 초 경에 정부안 예산이 이미 국회로 제출돼 추가예산 제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과학계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고려한 예산 삭감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두루뭉술하게 말을 돌릴 뿐이다.

현재 불안정한 국제 정세, 경제 위기 등 국가적으로 분명 힘든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 과학 기술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과학산업의 기반이 되는 연구개발예산 문제를 너무나 손쉽게 처리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가시진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어떤 일에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 일이 틀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학연구의 배는 때로는 산으로 갈 필요가 있다. 과학이 할 일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엉뚱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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