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 세계를 매료하고 있는 셀린 송 감독. / CJ ENM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 세계를 매료하고 있는 셀린 송 감독.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 중인 셀린 송 감독이 아카데미 입성 소감부터 한국 개봉에 대한 소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해 왔다. 한국 만재도에 살고 있는 해녀들의 이야기와 이민 1.5세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엮어낸 연극 ‘엔들링스(Endlings)’를 미국 무대에 올려 극찬받았고, 아마존 시리즈 ‘시간의 수레바퀴’ 각본에 참여한 바 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으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2의 그레타 리와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자마자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각본으로 극찬을 받았고, 미국 시상식 시즌 각종 신인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을 휩쓸었다. 특히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생애 첫 연출작으로 오스카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셀린 송 감독은 “한국적인 게 깊이 들어있는 영화”라며 “내 안에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패스트 라이브즈’를 소개했다.

-첫인사 부탁한다.  

“이 영화의 작가이자 감독인 셀린 송이다. 태어나고 12살까지 자랐던 한국에서 ‘패스트 라이브즈’가 극장에 나오는 게 영광이고 기쁘다. 개봉을 앞두고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한국어가 서툰 점 이해하길 바란다.” 

-극작가에서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 기분이 어떤가.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영화가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거의 1년 후까지 관심을 가져주고 투표를 해줘서 아카데미까지 가게 돼서 정말 영광이다. 제일 놀라운 것은 데뷔작이 그렇게 됐다는 거다. 영광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의 콘셉트인 ‘인연’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한국인이 아닌 대부분 사람들은 그 단어를 몰랐다. 이 영화를 통해 ‘인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을 봐서 행복하다.”  

이제 오스카로 향하는 ‘패스트 라이브즈’. / CJ ENM
이제 오스카로 향하는 ‘패스트 라이브즈’. / CJ ENM

-고국인 한국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국내 개봉을 앞둔 소감은. 

“정말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고 함께하는 CJ ENM 배급사 분들도 서포트를 전 세계적으로 해주고 있어서 감사하고 꿈만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긴장도 되지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국에 빨리 가서 직접 인사하고 관객을 만나고 싶다.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되고 신나고 그렇다.” 

-언제부터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나.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결국 공부를 끝까지 해서 심리학자가 되진 않았다. 대학원을 연극 전공으로 가서 연극을 공부했다. 그때부터 10년간 연극을 했고 극작가로 활동했다. 영화를 하게 된 건 이 이야기가 영화로 하기 더 좋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대륙을 가로지르고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도 있고 어른인 시절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비주얼하게 보여야 했다. 또 한국도 느껴야 하고 미국도 느껴야 하고 서울도 느껴야 하고 뉴욕도 느껴야 하고, 비주얼하게 이야기가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한국어부터 한국의 풍경 등 한국적 정서가 굉장히 많이 담긴 작품이다. 이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12세까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 사람인 부분도 있고 뉴욕 사람인 부분도 있고 캐나다에 이민을 갔기 때문에 캐나다 사람인 부분도 있다. 내 안에 있는 많은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돼서 그렇다. 자전적이라고 하지.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이라는 배경과 한국어, 한국이라는 부분이 많은 영화가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한국에 돌아가서 영화를 찍을 수 있고 나의 과거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고 두고 온 것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겉으로만 그런 게 아니고 철학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것도 한국적인 게 깊이 들어있는 영화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호연을 펼친 그레타 리(왼쪽)와 유태오. /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호연을 펼친 그레타 리(왼쪽)와 유태오. / CJ ENM

-앞서 말했듯 ‘인연’에 관련된 이야기다. 다른 문화권에서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인연’이라는 걸 모르는 미국 남자에게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다. 그 장면 덕에 ‘인연’에 대해 듣게 된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거다. ‘인연’이라는 아이디어를 우선 설명하기 때문에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 생각을 마음에 갖고 볼 수 있게 될 거다.”

-유태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유태오가)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줬다. 오디션 테이프를 많이 받았는데 유태오의 영상을 보고 이 배우와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였기 때문에 뉴욕에서 화상으로 유태오와 만나 3시간 정도 대화이자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유태오가 그 캐릭터구나 생각을 하게 됐고 캐스팅하게 됐다. 오디션 이후 유태오에게 전화로 영화를 같이 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는데 그날 밤에 (유태오가) 한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탔다.”  

-‘제2의 기생충’ ‘제2의 미나리’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평가와 비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영화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실 괜찮다. 자랑스러운 것은 한국 영화든 한국적인 부분이 있는 영화든 다 함께 글로벌하게 사랑받는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좋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셀린 송 감독. / CJ ENM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셀린 송 감독. / CJ ENM

-할리우드가 한국계,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민자라는 정체성은 꼭 한국으로만 연결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사를 가고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그런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잖나.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인생을 옮기는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생충’이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영화고 위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어가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자막이 나오잖나. 그런데 ‘기생충’이 자막영화도 사랑받고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어가 나오고 한국적 요소가 많은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없앴다. 당연히 케이팝, 케이드라마가 열어준 길도 있어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글로벌하게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감독에게 ‘인연’은 어떤 의미가 있는 단어인가.  

“지금 이 순간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어디든 누군가든 누군가와 함께든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중우주라고 하지.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인생도 여러 시공간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순간,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진짜 작은 관계도 인연이다. 어디든 특별한 인연도 있고 지나치는 인연도 있고 특별하지만 지나치는 인연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넘버3’ ‘세기말’ 등을 연출한 아버지 송능한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좋고 그냥 너무 좋아하셨다. 진짜 신나고 온 가족이 좋아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재밌고 특이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솔직히 굉장히 심플하다. 그냥 좋고 행복하고 자랑스럽고 그런 마음이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디영화인데 이런 영화들은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없으면 쉽지 않다. 그 덕에 아카데미 후보에도 오른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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