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윤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KBS 장애인 앵커
홍서윤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KBS 장애인 앵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발표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노인 교통복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한다는 정책 발표는 마치 노인의 교통복지를 빼앗는 것처럼 인식돼 공분을 샀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서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급격히 늘어날 공공부채를 우려하며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를 찬성하기도 했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는 다년간 지속해왔던 사회적 쟁점이다. 결론이야 어찌됐든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방점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에 찍어 논란이 됐던 것이지 관점을 조금만 바꿔 자세히 뜯어보면 이 논쟁은 결국 ‘보편적 노인 교통복지 확대’를 주장할 수 있는 귀한 단초가 된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에 시작됐다. 당시에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 50%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1년 뒤인 1981년에는 적용 연령을 65세로 낮추고, 1984년에는 대통령의 지시로 승차 요금의 전액을 면제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65세 인구가 전체의 4.1%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제도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노인은 17.5%이며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을 예견하고 있다. 인구 25명 중 1명이 노인이었던 시대와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에는 그 시대에 걸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공공부채 폭증은 우려해야 할 문제이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주장한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무료 교통카드(연 12만 원 무료 및 40% 추가 할인) 대안은 나쁘지 않은 정책이다. 그러나 노인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좀 후하게 설계해도 될 법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국민 월평균 대중교통비용 지출이 5만519원(2022년 기준)이며, 자가운전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월 5만원 정도의 무료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추가 50% 할인을 보장하는 것이 적정선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여러 연구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폐지되면 노인의 심리, 정서, 행동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노인의 이동 행태를 모르는 매우 게으른 주장이라 여긴다. 노인들은 지하철을 더 선호해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수직 이동이 어렵거나 지하철역이 멀어도 해당 교통수단을 더 많이 이용한다. 

교통약자에게 종로3가, 공덕역, 시청역, 왕십리역처럼 환승 노선이 많고 수직 이동을 오래 해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에서 나오는 답이다. 2022년 서울시립대학교 석사 연구원의 논문에서 교통약자의 지하철 환승 거리가 비교통약자에 비해 18배, 시간은 28배나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노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교해 지하철이 만족스러워서 선호하고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대안도 다른 혜택도 부재하니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출 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버스가 28.7%, 지하철이 27.8%, 도보가 26.5%, 자가용이 12.9%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노인 대상 무임승차는 지하철에만 해당하고 있으며 버스나 택시 등에는 적절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부작용이 큰 오래된 정책은 재검토하고, 더욱 보편적인 노인 교통복지 정책의 필요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여기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노인 무료 교통 혜택의 범주 확대다. 예컨대, 5만원 선의 무료 노인 교통카드의 적용 범위를 지하철, 시내버스, 시외버스, 택시, 선박, 자전거, 주유비까지 적용해야 한다. 특히 비도시지역은 대중교통 인프라 부재로 대중교통 비용을 무료로만 할 경우 교통에 따른 노인 간 지역 격차 해소가 체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범주를 확실히 넓게 설정하게 되는 경우 노인에게 더 많은 교통수단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해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한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노인 교통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논쟁이 시작되자 오히려 지하철 무임승차가 예산이 덜 들어간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직 이동이 불편하지 않은 일부 노인을 위해 매년 5,000억 규모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예산 투입이 나을지, 아니면 조금 더 공공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지하철 이동이 어려운 수도권 노인과 대중교통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 노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교통 복지가 나을지 이 시대가 고민해야 할 때다. 

뜨겁게 불붙은 이번 논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지점은 노인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과 노인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라는 점이다. 노인을 위한 정책이 곧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임을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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