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T&G.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KT&G(사장 민영진)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이 흡연자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수십억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KT&G 입장에서는 1조원대 건강보험공단 담배소송을 비롯해 자회사인 영진약품공업의 특별 세무조사, 1,500억원대 세금 폭탄에 이르기까지 가뜩이나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져 더욱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KT&G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이 흡연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지난 2012년까지 수십억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와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한국담배협회’는 KT&G를 비롯해 BAT코리아,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등 국내 담배 제조·판매 회사들이 낸 회비를 기초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동안 ‘담배소비자협회’에 사업준비금 등의 명목으로 60억원 넘게 지원했다. 담배협회가 해당 시민단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지원하거나, 일각에서는 협회에서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운영비와 활동비를 직접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담배회사와 담배소비자협회의 ‘부적절한 관계’

문제는 담배협회가 운영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시민단체가 흡연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이하 담배소비자협회)’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 단체는 공공장소 흡연실 설치 사업을 비롯해 재떨이 설치 등 흡연권을 옹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단체에 담배협회가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소비자협회를 지원하면서 얻어지는 무형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회사들은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에 의거, 제품광고와 관련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또, 정부의 흡연규제 정책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흡연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담배소비자협회)는 이런 규제에서 자유롭다. 흡연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보니, 어찌보면 담배회사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담배회사들이 협회를 통해 담배소비자협회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있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를 활용한 전형적인 NGO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담배회사와 협회에서는 직접적인 흡연규제 반대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론몰이를 위해 시민단체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KT&G의 경우엔 협회를 통한 간접 지원과는 별개로 1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담배소비자협회에 특별 지원하기도 했다.

직원들 월급의 일부를 갹출해 ‘특별회비’를 조성한 뒤 담배소비자협회에 지급한 것. KT&G 임직원 상당수가 담배소비자협회 유료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담배소비자협회에 ‘회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다. 규모는 약 17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KT&G는 또,  담배소비자협회 측에 자사 주식을 강제로 매입하도록 지시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자 회비 사용내역을 회사에 수시로 보고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담배소비자협회 대의원 40명중 절반인 20명은 KT&G 임직원이라는 사실이다. 비영리 시민단체가 과연 KT&G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 담배소비자협회 대의원 절반이 KT&G 직원, 과연 영향력 없을까?

이에 대해 KT&G 측은 공식 답변서를 통해 “KT&G는 담배협회를 통해 담배소비자협회에 금전적 지원을 한 바가 없다”면서 “단지 다른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담배협회의 운영을 위한 회비를 납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KT&G 직원들의 회비 갹출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2004년~2005년 담배 소비자 권익보호 운동을 펼치는 담배소비자협회의 활동이 주목 받게 되었고, 이 활동에 지지 또는 공감하는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담배소비자협회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납부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다만 KT&G 직원들의 협회비 납부는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며, 회사 차원에서 회원 가입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매입 강요 의혹에 대해서는 “KT&G가 지시나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단지 권유 차원이었음을 강조 드린다. 과거 담배소비자협회가 KT&G 측에 회비의 안정적인 운영에 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어, 당시 ‘KT&G 주식이 저평가 되어있고 지속적인 고배당정책으로 인해 매력적’이라는 증권사들의 보고서 등을 소개하며 협회에 회사주식 매입에 대한 검토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후 협회는 자체적인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KT&G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회사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납부하여 조성된 금액을 직원들이 회비의 운용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투명한 집행을 위해 직원들을 대표하는 일부 대의원들이 자금사용내역을 요청한 바는 있다”고 덧붙였다.

KT&G 측은 담배소비자협회 대의원 40명 중 20명이 KT&G 직원이라는 지적에 대해 “해당 내용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담배소비자협회는 10여명의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이사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KT&G 또는 직원들이 담배소비자협회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KT&G 측은 “담배소비자협회를 활용해 마케팅을 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담배소비자협회는 ‘담배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담뱃값 인상 반대’, ‘흡연공간의 마련’, ‘청소년 금연사업’ 등 담배소비자협회의 주장들은 담배소비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담배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묶어서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담배소비자협회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20일 총회 준비 때문에 바빠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4월 이후에나 전화해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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