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진단 기업인 씨젠이 지난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수혜가 종식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분자 진단 기업인 씨젠이 지난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수혜가 종식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분자 진단 기업인 씨젠이 지난해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수혜가 종식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다. 씨젠 측은 기술공유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각오다.

◇ 씨젠, 지난해 영업손실 301억원… 코로나 관련 제품 매출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의 지난해 매출은 3,67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7% 급감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301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은 5억원으로 전년(1,824억원) 대비 99.7% 감소했다.

이에 대해 씨젠 측은 “Covid 관련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씨젠은 체외 진단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매출로 2020년부터 2년간 실적이 급성장세를 보였던 곳이다. 

2019년 1,220억원에 불과했던 씨젠의 매출은 2020년 코로나 진단키트 수요 급증으로 2020년 1조1,252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듬해인 2021년엔 1조3,70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24억원에서 2020년 6,761억원으로 치솟은 뒤 2021년 6,66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실적 날개가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엔 완전한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이러한 실적 감소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씨젠 측 비코로나 제품 판매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연간 실적 악화를 막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 4분기엔 비코로나 제품 매출 증가로 선방한 실적을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씨젠의 매출은 1,005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18.2%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9.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78.4% 급감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씨젠은 작년 3분기엔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씨젠에 따르면 4분기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9%, 전년 동기 대비 17.4%씩 각각 성장했다. 소화기 종합 진단(GI), 자궁경부암 진단(HPV),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RV)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호흡기세균(PB) 제품 매출은 바이러스 단독검사와 동시검사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세를 보였다. 이 외에 GI 제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늘고 HPV 제품은 36% 증가했다. 여기에 재고충당금 감소에 따른 원가율 축소, 연구개발비 및 판관비절감 등의 노력이 더해져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비코로나 관련 제품 매출 확대 추세… 기술공유사업 키우기 총력

씨젠의 지난해 총 시약 매출은 2,880억원(진단시약 2563억원, 추출시약 31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비코로나 시약 매출은 2,154억원으로 진단시약 매출의 84%를 차지했다. 코로나 시약 매출은 409억원으로 전체의 16%에 그쳤다. 코로나19 시약 매출은 올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씨젠은 비코로나 제품 매출을 늘리고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해 실적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각오다. 씨젠은 중장기 사업전략인 ‘기술공유사업’을 통해 글로벌 분자진단 유통기업으로의 전면적 쇄신을 꾀하고 있다. 

씨젠의 기술공유 사업은 씨젠만의 독자 기술과 노하우의 결정체인 신드로믹 정량 PCR 기술과 시약개발 자동화시스템 SGDDS(Seegene Digitalized Development System)를 각국 대표기업에 제공함으로써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 생산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씨젠은 전세계 과학자들이 다양한 PCR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형 시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기술 협력과 디지털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씨젠이 지난 1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협약 체결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국내 IT기업 브렉스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브렉스는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 기획 및 컨설팅이 강점인 회사다. 씨젠 측은 “디지털혁신을 지원할 IT 전문회사로서 내부조직처럼 지속적인 협업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미래 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수혜 종식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울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잠정 실적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16900364
2023. 02. 1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3년 4분기 IR 자료
2023. 02. 16 씨젠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