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봄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올해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봄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그야말로 ‘빙하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량 생산해온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이 더뎌지면서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재고자산 회전율은 3.3회로, 3.8회였던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이 같은 반도체 사업 부진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14.58%, 84.92%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봄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지난해 ‘7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8만전자’의 고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와 증권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프리퍼드네트웍스 사업 수주에 ‘파운드리’ 사업 성장 기대

먼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AI순풍’에 본격 탑승한 곳은 ‘파운드리’다. 18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의 AI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에서 AI반도체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서 삼성전자가 프리퍼드네트웍스로부터 수주에 성공한 AI반도체 모델은 ‘2나노미터(nm) 공정’ 기반 제품이다. 여기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첨단 패키징 공정 기술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나노 공정기반 AI반도체는 3나노 공정의 2세대 3GAP 프로세서에 비해 전력 효율이 25% 정도 높다. 뿐만 아니라 동일 전력에서 성능은 12% 정도 우수하고 칩 면적은 5% 작다. 대만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기반 SF2 프로세서는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주가 의미 있는 것은 일본 산업계 내에서 프리퍼드네트웍스가 갖는 위상을 보면 이해 가능하다. 지난 2014년 도쿄대 연구진들이 AI벤처로 창립한 프리퍼드네트웍스는 일본의 대표적 유니콘 기업이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내 AI 딥러닝 개발 능력 1위로 평가 받으며 도요타, NTT, 히타치, 화낙 (Fanuc) 등 자율주행·로봇 기술 기업들과의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이를 통해 AI를 접목한 로봇, 바이오, 자율주행, 양자컴퓨팅 등 사업 영역도 넓혀가는 추세다.

특히 핵심 사업 분야는 ‘슈퍼컴퓨터용 AI반도체’ 개발이다. 프리퍼드네트웍스는 2016년 슈퍼컴퓨터 1세대 AI반도체 개발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슈퍼컴퓨터 구동용 2세대 AI반도체 설계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 IT·컴퓨팅 기업 ‘슈퍼마이크로’와 협업을 통해 슈퍼컴퓨터 ‘MN-3’도 제작했다. MN-3은 지난 2020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슈퍼컴퓨터 전력 효율 평가인 ‘그린 500’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은 “2016년 미국 슈퍼마이크로와 협업해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한 프리퍼드네트웍스는 AI 기능을 세부화해 탑재 적용한 로봇, AI 딥러닝을 활용해 추출한 혈액으로부터 14종의 암을 발견하는 AI 유전자 분석 기술, AI가 탑재된 자율주행 레벨 4 등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주요 고객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도요타, NTT, 화낙, 히타치 등 국내외 대형 IT·로봇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수주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은 프리퍼드네트웍스가 최선단인 2나노 AI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의 TSMC가 아닌 삼성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프리퍼드네트웍스의 신사업이 AI를 탑재한 로봇, 바이오, 자율주행, 양자컴퓨팅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대형 수주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 온 디바이스 AI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 증권가, “올해 9만전자 달성 가능”

아울러 갤럭시 S24를 시작으로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생태계를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올해 실적 향상 및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온 디바이스 AI는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IT기기 자체에 AI를 탑재하는 기술이다. 때문에 AI소프트웨어 기술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기술력 확보도 중요하다. 즉, AI와 하드웨어의 동시 개발이 가능한 삼성전자에겐 매우 유리한 무대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연구조사기업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온 디바이스 AI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3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삼성전자가 2025년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점유율은 55%다. 갤럭시 S24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 덕분이다.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강점을 확보하고 있어 올해부터 본격 개화가 기대되는 온 디바이스 AI시장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협력이 증가될 전망”이라며 “특히 자사 AI 확대가 필요한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삼성의 20억개 하드웨어 기기 연결을 통해 자체 AI 생태계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생태계(SAFE) 협력사들과 AI반도체 설계, 생산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강점을 기반으로 향후 온 디바이스 AI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종가 7만9,600원을 달성하며 ‘8만 -전자’를 목전에 두었지만 이후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9일도 전날(7만2,800원) 대비 1.37% 상승 7만3,800원을 달성하긴 했으나 여전히 7만원대 초반을 횡보 중으로 8만전자 달성은 요원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주가  지난해 실적 부진 등이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를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대다수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조만간 8만전자를 넘어 9만원대 주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메모리 중심의 가파른 실적 회복 기대감은 유효하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반도체 가동률 정상화 및 가격 상승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온 디바이스AI 시장 개화로 전반적인 탑재량 증가세도 동반될 전망”이라며 “올해 DRAM, NAND의 비트그로스(B/G, 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는 각각 20%, 17%,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은 각각 38%, 31%로 전망돼 목표 주가는 9만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MX사업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제한적인 실적성장이 전망되지만 2분기 이후 수요회복에 따른 메모리 가격과 출하량 반등을 기대한다”며 “투자의견은 구매로, 목표 주가는 9만5,000원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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