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소재공학과, 멤리스터 기반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 개발
기존 비전 시스템 대비 에너지 절감 효율 92.9% 향상

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눈을 모방한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곤충의 시각 지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눈을 모방한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곤충의 시각 지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누구나 파리나 모기를 잡을 때 이런 경험은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몰래 다가가 내려쳐도 이를 비웃듯 피해 도망가는 것 말이다. 이는 곤충이 가진 특별한 ‘눈’ 덕분이다. 수천 개의 ‘낱눈’으로 이뤄진 곤충의 눈은 실시간으로 수많은 이미지를 시신경으로 전송시킨다. 이 덕분에 곤충들은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먹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곤충의 눈을 모방한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곤충의 시각 지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 인식, 객체 탐지 및 동작 분석과 같은 다양한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 센서에서 수신된 신호를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물체와 그 동작을 인식한다. 이러한 방식은 상당한 양의 데이터 트래픽과 높은 전력 소모가 필요하다. 때문에 모바일 또는 사물인터넷 장치에 적용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경민 교수팀은 곤충의 눈이 가진 시신경 회로 능력을 비전 시스템에 적용하고자 했다. 곤충은 ‘기본 동작 감지기(Elementary Motion Detector)’라는 시신경 회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어 물체 탐지와 동작 인식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멤리스터 기반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가 신호 전달 방향에 따라 방향 특이성 반응을 보이는 원리 및 동작인식 소자 기반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 구성도./ KAIST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멤리스터 기반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가 신호 전달 방향에 따라 방향 특이성 반응을 보이는 원리 및 동작인식 소자 기반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 구성도./ KAIST

연구팀은 곤충의 기반 동작 감지기를 비전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멤리스터 소자’를 집적한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새롭게 고안했다. 멤리스터란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다. 입력 신호에 따라 소자의 저항 상태가 변하는 전자소자를 뜻한다.

새로 개발된 동작인식 소자는 자체 개발한 두 종류의 멤리스터 소자와 저항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멤리스터는 각각 신호 지연 기능과 신호 통합 및 발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곤충의 시신경을 직접 모사해 사물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된 동작인식 소자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다. 차량 경로를 예측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하고 여기에 동작인식 소자를 적용한 것이다. 이 시스템으로 차량 경로 예측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를 92.9% 줄였을 뿐만 아니라 더 정확히 사물의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경민 교수는 “곤충은 매우 간단한 시각 지능을 활용해 놀랍도록 민첩하게 물체의 동작을 인지한다”며 “이번 연구는 신경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는 멤리스터 소자를 활용해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AI가 탑재된 휴대폰과 같이 에지(edge)형 인공지능 소자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이 연구는 동작 인식을 위한 효율적인 비전 시스템 구현에 기여할 수 있어,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차량 운송 시스템, 로봇, 머신 비전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사업, 나노종합기술원 및 KAIST 도약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 1월 29일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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