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 현장 취재
1992년 취항 후 국내 해양과학연구의 대들보 역할
우수 관리로 현역이지만… ‘노후화’ 진행으로 대체선 건조 추진

해양연구조사선 ‘온누리호’는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바다를 누비며 우리나라 한국 해양과학연구의 대들보 역할을 맡아왔다. 지금은 노후화가 진행돼 연근해 연구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현역 연구선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제=박설민 기자
해양연구조사선 ‘온누리호’는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바다를 누비며 우리나라 한국 해양과학연구의 대들보 역할을 맡아왔다. 지금은 노후화가 진행돼 연근해 연구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현역 연구선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제=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거제=박설민 기자  “바다는 계속해서 방문자를 기다리는 심연(深淵)의 박물관이다(the sea is an underwater museum still awaiting its visitors).”

프랑스 해양 탐험가이자 작가인 필립 돌(Philip Diole)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바다’는 현대 과학 연구의 보고와 같은 곳이다. 무수한 생물·광물자원, 다양한 지구 환경 정보, 지리 정보 등은 바닷속 깊은 곳에 여전히 잠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첨단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류가 정복한 바다 영역이 5%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금도 세계 각국의 해양 탐사 경쟁은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과학계 역시 글로벌 해양과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있다. 1973년 문을 연 KIOST는 해양과학기술의 연구개발로 국가 과학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 결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약 100여년 정도 늦게 해양과학연구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상위권의 연구성과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KIOST의 연구 성과를 뒷받침하는 기둥은 바로 해양연구조사선 ‘온누리호’다. 온누리호는 30여 년간 국내외 바다를 누비며 심해저 자원·정보 탐사를 수행했다. 한국해양과학의 역사 그 자체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거제 KIOST 남해연구소를 방문해 온누리호 연구 현장을 직접 확인해봤다.

해양연구조사선 ‘온누리호’의 전신 모습. 온누리호의 길이는 63.8m, 너비는 12m, 5층으로 구성된 대형 선박이다. 무게는 1,370톤급에 이른다./ 거제=박설민 기자
해양연구조사선 ‘온누리호’의 전신 모습. 온누리호의 길이는 63.8m, 너비는 12m, 5층으로 구성된 대형 선박이다. 무게는 1,370톤급에 이른다./ 거제=박설민 기자

◇ 온누리호의 현두를 이끄는 ‘조타실’… 정밀 운항으로 연구 능력↑

15일, 약 4시간 30분을 이동해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KIOST 남해연구소에 도착했다. 장목항의 바다 풍경과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KIOST 남해연구소의 모습은 마치 동남아 지역의 아름다운 리조트를 연상케 했다.

연구소 내부로 들어서자 항구에 정박돼 있는 거대한 연구선이 눈에 띄었다. 이날 방문 취재를 진행할 1,370톤급의 ‘온누리호’였다. 온누리호의 실물 모습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다. 바로 옆에 정박돼 있는 357톤급의 ‘이어도호’ 역시 대형 연구선 중 하나였지만 온누리호와 비교하면 매우 작게 느껴졌다.

KIOST에 따르면 온누리호는 길이는 63.8m, 너비는 12m, 5층으로 구성된 대형 선박이다. 1991년 노르웨이 칼슨 조선소에서 건조된 온누리호는 한국 최초의 종합해양조사선이다. 건조 비용은 총 213억8,200만원이 들었다. ‘온누리’라는 이름은 ‘온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에서 따왔다. 전 세계 대양을 대상으로 해양조사 연구활동을 펼쳐 해양과학 발전에 공헌하고자 의지를 담았다.

온누리호가 처음 바다로 취항한 것은 1992년 3월, 이후 32년간 태평양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및 해양생명자원 확보를 위한 연구 산업 등을 진행해 왔다. 현재는 신형 연구선인 이사부호에게 대양 연구 역할은 내줬다. 하지만 여전히 연근해 해양조사 연구에선 현역으로 뛰고 있다.

온누리호의 항해를 책임지는 조타실 내부의 모습. 낡은 것처럼 보이지만 ‘동적위치유지시스템(Dynamic Positioning, DP)’ 등의 첨단장비들이 적용돼 연구조사 작업 시 정확한 위치로 온누리호를 이동 및 고정시킬 수 있다. 사진은 조타실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손동근 KIOST 온누리호 3등 항해사./ 거제=박설민 기자
온누리호의 항해를 책임지는 조타실 내부의 모습. 낡은 것처럼 보이지만 ‘동적위치유지시스템(Dynamic Positioning, DP)’ 등의 첨단장비들이 적용돼 연구조사 작업 시 정확한 위치로 온누리호를 이동 및 고정시킬 수 있다. 사진은 조타실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손동근 KIOST 온누리호 3등 항해사./ 거제=박설민 기자

온누리호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KIOST 남해연구소의 정승영 연구선운항·관측팀 행정원의 안내에 따라 선박 내부로 들어섰다. 선박 공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계단은 좁고 가파른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내부 공간은 미로와 같아 처음 들어간 사람은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구불구불한 복도와 계단을 지나자 온누리호의 운행을 총괄하는 ‘조타실’에 도착했다. 조타실 내부에는 30여년 바다를 누빈 온누리호의 흔적이 가득했다. 구식처럼 보이는 모니터와 전화기, 운행장치들은 모두 온누리호와 함께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사고 없이 안정적인 온누리호의 항해가 가능케 한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여러 장비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동적위치유지시스템(Dynamic Positioning, DP)’이다. 고유한 프로펠러와 스러스터를 사용하여 선박의 위치와 방향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컴퓨터 제어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연구조사 작업 시 현재위치에 연구선을 고정하기 위한 장치다. 해류가 흐르더라도 지정된 위도와 경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도록 온누리호를 고정시켜준다. 일반 선박과 달리 바다 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온누리호에겐 없어선 안될 핵심 장치다.

동적위치유지시스템과 함께 온누리호가 정확한 연구 현장에 정박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는 ‘가변피치프로펠러’다. 이 장치는 프로펠러 날개의 피치(Pitch, 프로펠러를 1회전 시켰을 때 이동한 거리)를 자유롭게 변화시켜 원하는 위치에 기계적으로 이동·고정할 수 있다. 때문에 조타실에서 단순한 조작만으로도 전진·후진·저속·정지 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온누리호는 연구 현장에서 미터(m) 단위로 정확한 이동 가능하다.

손동근 KIOST 온누리호 3등 항해사는 “일반 선박의 경우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온누리호는 동적위치유지시스템과 가변피치 프로펠러를 이용해 세밀한 연구 장소까지 정확히 이동·고정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KIOST 연구진들은 온누리호 위에서 각종 해저 지형지물 탐색과 자원 발굴, 해양 생물 자원 관찰 등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누리호의 현장 연구가 이뤄지는 갑판 위의 모습. 항구에 정박된 상태에서도 KIOST 구성원들은 연구장비 및 선박 정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거제=박설민 기자
온누리호의 현장 연구가 이뤄지는 갑판 위의 모습. 항구에 정박된 상태에서도 KIOST 구성원들은 연구장비 및 선박 정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거제=박설민 기자

◇ 깊은 해저의 비밀을 밝히는 ‘바다 위의 연구소’

조타실을 살펴본 후 온누리호의 실제 연구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갑판 위로 이동했다. 바닷물로 축축하게 젖은 갑판에선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여러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분주한 작업 현장에서 커다란 원통 모양 장비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페트병 모양의 병들이 다발로 묶인 것처럼 보이는 장비였다. 정창헌 KIOST 연구선운항·관측팀 관측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비의 이름은 ‘수층별 염분·수온·수심측정기(Conductivity Temperature Depth, CTD)’. 이름 그대로 바닷속 깊이별 수온과 성분, 수심 등을 관측하는 해양종합관측장비다.

CTD를 구성하는 페트병처럼 생긴 장치는 ‘니스킨 채수기(Niskin Bottle)’이다. 니스킨 채수기는 원하는 수심의 바닷물을 채취할 수 있는 장비다. 온누리호 CTD의 니스킨 채수기는 각 병당 10L의 해수를 채취할 수 있다. 온누리호의 CTD는 총 24개의 니스킨 채수기로 구성돼 있다.

(사진 위쪽) 온누리호 해저 연구의 핵심 장치인 ‘수층별 염분·수온·수심측정기(Conductivity Temperature Depth, CTD)’. 이름 그대로 바닷속 깊이별 수온과 성분, 수심 등을 관측하는 해양종합관측장비다. 아래는 CTD에 연결된  ‘단일 컨덕터 CTD 케이블’. 약 6,000m의 길이인 이 케이블은 방수코팅이 되어 깊은 바닷속 탐사 시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거제=박설민 기자
(사진 위쪽) 온누리호 해저 연구의 핵심 장치인 ‘수층별 염분·수온·수심측정기(Conductivity Temperature Depth, CTD)’. 이름 그대로 바닷속 깊이별 수온과 성분, 수심 등을 관측하는 해양종합관측장비다. 아래는 CTD에 연결된  ‘단일 컨덕터 CTD 케이블’. 약 6,000m의 길이인 이 케이블은 방수코팅이 되어 깊은 바닷속 탐사 시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거제=박설민 기자

이때 CTD를 선박과 연결하는 케이블은 ‘단일 컨덕터 CTD 케이블’이다. 방수 코팅된 이 케이블의 길이는 약 6,000m로 해저 깊숙한 곳까지 CTD를 내려보낼 수 있다. 또 내부엔 통신선이 들어 있어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니스킨 채수기로 각 수층별 해수 샘플을 채취하면 CTD에 부착된 센서는 온누리호의 연구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한다.

CTD, 심해저 카메라, 광물 채집 장치 등과 같은 대형탐사장비를 깊은 바닷속 아래로 내리고 올리는데는 ‘윈치(Winch)’가 사용된다. 커다란 강철 케이블 실타래처럼 보이는 윈치는 밧줄, 와이어로프의 장력을 조정하거나 물체를 들어 올리고 끌어당기는데 사용하는 기계다.

현재 온누리호에 탑재된 윈치는 ‘광케이블 윈치’과 ‘윈치-1,2’다. ‘광케이블 윈치’는 대형기기 및 기구를 윈치케이블과 연결해 원하는 수심까지 내리고 올리는데 사용된다. 원치-1은 CTD를 원치-2는 이외 각종 실험장비를 해저에 내리고 올리는 장비다. 이밖에도 각 윈치들은 심해생물 및 광물자원 채집에도 쓰인다.

온누리호 내 대형탐사장비를 깊은 바닷속 아래로 내리고 올리는데 사용되는 ‘윈치(Winch)’의 모습./ 거제=박설민 기자
온누리호 내 대형탐사장비를 깊은 바닷속 아래로 내리고 올리는데 사용되는 ‘윈치(Winch)’의 모습./ 거제=박설민 기자

갑판을 살펴본 후 온누리호 선내 연구실로 들어섰다. 이곳은 갑판에서 연구장비로 수집한 데이터로 KIOST 과학자들이 실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실제로 연구실 내부를 가득 차지한 여러 컴퓨터 모니터들엔 수집된 수집한 각종 데이터들이 가득했다. 데이터는 해저지형부터 지층구조, 해양생물 군집 상황 등 종류도 다양했다.

선내 연구실의 핵심 연구장비는 ‘멀티빔(Multibeam)’ 시스템이다. 멀티빔 시스템은 수심과 해저지형을 동시에 관측·기록할 수 있는 측심기다. 온누리호에 장착된 ‘다중 음향측심기-EM124’로 소리 신호를 보낸 다음 지형에 부딪혀 반사된 소리를 다시 수신해 해저 지형지물을 관측한다. 잠수함의 음파탐지기(SONAR)와 비슷한 원리다. 이때 여러 개의 소리 신호를 사방으로 쏘아보내기 때문에 ‘멀티빔’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KIOST에 따르면 온누리호의 멀티빔 시스템은 최대 1만1,000m 깊이의 해저면 까지 측심이 가능하고, 약 8~9,000m 횡단면 전체를 동시 측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선내 연구실에서 ‘멀티빔(Multibeam)’ 시스템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정창헌 KIOST 연구선운항·관측팀 관측감독./ 거제=박설민 기자
선내 연구실에서 ‘멀티빔(Multibeam)’ 시스템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정창헌 KIOST 연구선운항·관측팀 관측감독./ 거제=박설민 기자

멀티빔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선내 연구실 컴퓨터에서 실시간 컬러 그래픽의 해도 형태로 작성되고 있었다. 붉은색, 녹색, 파란색 등의 색상별에 따라 바다의 수층, 해저 바닥 지형 등이 3D그래픽 형태로 구현됐다. 뿐만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는 물고기 등 해양생물 군집 현황, 가스 기포 상황 등도 정리해 리플레이 자료 형태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났다.

정창헌 연구선운항·관측팀 관측감독은 “2~3000m 깊이 이상의 깊은 바다에 수중 장비나 잠수정을 투입할 경우 현장 수중지형의 특성 및 위험성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온누리호의 멀티빔 시스템을 사용하면 조사현장의 해저면 표면이 진흙과 같이 부드러운지, 바위처럼 딱딱한 곳인지를 조사할 수 있고, 해저산이 얼마나 많은지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어 안전하고 정확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빔 시스템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실시간 컬러 그래픽 해도 형태로 구현한 모습. 붉은색, 녹색, 파란색 등의 색상별에 따라 바다의 수층, 해저 바닥 지형 등이 3D그래픽 형태로 구현됐다./ 거제=박설민 기자
멀티빔 시스템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실시간 컬러 그래픽 해도 형태로 구현한 모습. 붉은색, 녹색, 파란색 등의 색상별에 따라 바다의 수층, 해저 바닥 지형 등이 3D그래픽 형태로 구현됐다./ 거제=박설민 기자

◇ 32년 온누리호를 지탱한 심장 ‘엔진룸’… 노후화로 대체선 건조도 추진

뛰어난 연구자원도 중요하지만 온누리호가 오랜 기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배의 심장인 ‘엔진’의 힘 덕분이다. KIOST 연구원들도 온누리호가 3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엔진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을 보기 위해 선박 내부 가장 깊숙한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실로 이동했다. 기관실 내부로 들어서자 매캐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웅웅거리는 엔진 가동 소음은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이 가운데서도 손영우 온누리호 기관장은 기관실 점검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온누리호의 출항 전 엔진과 연료탱크, 기관 시스템의 안전 점검과 유지·보수를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사진 위쪽) 온누리호 기관실 내부의 모습. 푸른색의 거대한 엔진 기관 두 대가 눈길을 끌었다. 아래 사진은 손영우 온누리호 기관장이 엔진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거제=박설민 기자
(사진 위쪽) 온누리호 기관실 내부의 모습. 푸른색의 거대한 엔진 기관 두 대가 눈길을 끌었다. 아래 사진은 손영우 온누리호 기관장이 엔진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거제=박설민 기자

기관실 점검을 마친 손영우 기관장의 안내에 따라 기관실 내부 엔진룸으로 이동했다. 엔진룸 내부엔 푸른색의 거대한 엔진 기관 두 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온누리호는 최대 12.5노트, 약 시속 22km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연료를 최대로 적재한 후 이동하는 항속거리는 1만마일. 총 1만6,093km로 한국에서 미국까지 거리의 약 1.5배에 이른다.

항해 시 발생할 수 있는 해양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장비도 구축돼 있었다. 먼저 온누리호는 초저유황 성분의 선박용 경유(MGO)를 사용, 청정기에서 정제해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연료 성능을 높이고 있다. 

정승영 KIOST 행정원은 “온누리호는 일반 선박들과 달리 벙커C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선인 온누리호의 특성상 환경오염 최소화 등을 위해 최고품질의 MGO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형수 스마트 처리 장치(BWTS)’도 온누리호의 환경오염 저감 핵심 장치 중 하나다. BWTS는 선박 평형수의 배출 전 유기물을 제거 또는 소독하는 설비 또는 시스템이다. 평형수는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 안에 채우거나 배출하는 물이다. 이때 사용되는 평형수는 주로 바닷물을 사용한다. 때문에 특정 해역 내 박테리아와 병원균, 미생물 등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여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토착해양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

장기간 연구항해를 하는 온누리호에겐 해양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 장치도 필수다. (사진 위쪽부터)초저유황 성분의 선박용 경유(MGO)를 정제하는 청정기와 선박 평형수의 배출 전 유기물을 제거 또는 소독하는 ‘평형수 스마트 처리 장치(BWTS)’./ 거제=박설민 기자
장기간 연구항해를 하는 온누리호에겐 해양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 장치도 필수다. (사진 위쪽부터)초저유황 성분의 선박용 경유(MGO)를 정제하는 청정기와 선박 평형수의 배출 전 유기물을 제거 또는 소독하는 ‘평형수 스마트 처리 장치(BWTS)’./ 거제=박설민 기자

◇ 노후화로 부품 단종 등은 아쉬워… KIOST, 대체선 건조 추진 박차

이처럼 연구자원과 엔진 장치를 탑재한 온누리호는 지금까지 현역 해양과학연구선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 6월엔 미국 노트르담대학과 연구팀과 함께 해무(海霧)의 생성원인과 소멸과정 규명 공동 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총 20일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온누리호의 CTD와 ADCP4(수층별 해류 속도 및 방향 관측 장비)가 사용됐다. 해무는 바다 위에서 발생하는 안개다. 선박의 운항, 항만과 교량 통제를 방해하는 해양 재난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온누리호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누리호와 비슷한 크기의 1,000톤급 선박의 수명은 25년에서 35년 정도다. 온누리호가 사실상 은퇴할 시기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KIOST 구성원들의 꼼꼼한 관리 덕에 앞으로 10년 이상은 현역 연구선으로 뛸 수 있다고 평가받곤 있지만 확실히 낡은 것은 사실이다.

온누리호는 현재 노후화로 엔진, 발전기, 연구 장비, 부품 등이 단종됐다. 때문에 기관실 내 작업실에서 엔지니어들은 직접 부족한 부품을 수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거제=박설민 기자
온누리호는 현재 노후화로 엔진, 발전기, 연구 장비, 부품 등이 단종됐다. 때문에 기관실 내 작업실에서 엔지니어들은 직접 부족한 부품을 수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거제=박설민 기자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유지·보수 문제다. 엔진, 발전기, 연구 장비, 부품 등의 단종 때문이다. 배가 오래되면서 엔진 수리 등에 필요한 부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다. 현재 부족한 부품은 KIOST 엔지니어들이 작업실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손영우 기관장은 “긴 시간 동안 온누리호의 엔진과 연료탱크 등의 시설은 큰 사고 없이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며 한국 해양 과학 연구의 버팀목이 돼 왔다”며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부품의 부족, 장비 노후화 등이 일어나고 있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KIOST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 현재 온누리호 대체선 건조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32년의 긴 세월 동안 한국 해양 과학 연구의 대들보가 돼 왔던 온누리호.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현역으로 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양 과학의 터줏대감으로서 앞으로도 우리 바다를 온누리호가 누비며 바닷속 깊은 곳의 비밀을 밝혀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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