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손실되는 ‘회생에너지’, 1MW… 태양광 발전소 1만㎡ 규모
‘지필로스’, 회생에너지시스템, 전기요금 연간 1억원 절감 효과
서울·인천교통공사와 실증 진행… 초기 투자비 회수 기간 4~5년 기대

지하철 제동 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로 인해 평균 15% 정도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이에 회생에너지를 쓸모 있는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국내외 기업들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지하철 제동 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로 인해 평균 15% 정도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이에 회생에너지를 쓸모 있는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국내외 기업들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퇴근길, 지하철역 내부엔 차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가득하다. 이윽고 역내로 지하철이 들어온다. ‘끼이익’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정지하고 사람들은 빈자리를 찾아 차내로 우루루 몰려 들어간다.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이 퇴근길 풍경 속엔 흥미로운 과학 원리가 있다. 바로 지하철 정차 시 발생하는 쇳소리다. 지하철의 운동에너지가 제동장치로 인해 마찰, 열, 소리 에너지 등으로 변환돼 발생한 것이다. 사소해보이지만 이로 인한 전기에너지 낭비가 적잖다. 프랑스 운송 설비 기업 ‘알스톰(Alstom)’에 따르면 지하철 제동 시 평균 15% 정도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이 같은 에너지 낭비를 막고자 철도업계도 여러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중 대표 기술은 ‘철도 회생에너지 재활용’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기차, 지하철이 제동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하는 것이다. 해외 국가들 역시 현재 회생에너지 재활용은 에너지 절약과 탄소중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철도 회생에너지 산업 현황은 어떨까. <시사위크>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업 ‘지필로스’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산업 현황 및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회생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량의 전기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전동차가 한 번 정차하면 1,600V 이상의 고전압이 10~30초 발생한다. 이를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약 1MW 규모다. 1만㎡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지필로스
회생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량의 전기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전동차가 한 번 정차하면 1,600V 이상의 고전압이 10~30초 발생한다. 이를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약 1MW 규모다. 1만㎡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지필로스

◇ 철도 위에서 낭비되는 ‘회생에너지’, 전력변환장치로 역사 전기에너지로 ‘변신’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이름 그대로 ‘회생에너지(Regenerated energy)’의 활용이다. 회생에너지란 전동차 제동 시 발생되는 전기에너지다. 전동차가 정차할 때 발생하는 관성에너지가 전기에너지 형태로 변환되는 것이다.

회생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량의 전기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지필로스 측에 따르면 전동차가 한 번 정차하면 1,600V 이상의 고전압이 10~30초 발생한다. 이를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약 1MW 규모다. 1만㎡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하지만 회생에너지의 상당량이 전기에너지로 저장되지 못하고 낭비된다. 마땅한 저장장치가 없어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발생된 회생에너지 중 30%가 저장장치가 없어 버려진다고 한다.

이는 국내 철도의 경우 발생되는 회생에너지는 전원(전력공급기)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선에 전력 과부하가 발생하게 돼 이를 저장하기 어렵다 만약 회생에너지 때문에 정해진 전압범위를 넘어갈 경우 전원에서는 발전제동(Dynamic Brake)장치가 가동된다. 이렇게 되면 회생에너지는 사용되지 못하고 차량 내 저항기에서 열로 소비돼 버린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일반적으로 역내 전류 시스템이 버틸 수 있는 전압은 약 1,650V 정도인데 열차 제동 과정 중에선 1,700V 이상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차량 및 전류 계통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 저항 장치에서 에너지를 소모시켜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필로스가 고안한 기술이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이다. 현재 지필로스는 ‘1,500V-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750V-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  두 가지 모델을 개발했다. 1500V급 모델은 40대의 1MW 컨버터와 10대의 인버터로 구성되며 22kV 고압계통에 연결해 사용한다. 소형 모델인 750V급 모델은 10대의 500kW 인버터만으로 구성된다. 380V 저압계통에 연결해 사용한다.

(사진 위쪽부터) 7호선 수락산 변전소에 설치된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이뤼지며 대상은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 지필로스
(사진 위쪽부터) 7호선 수락산 변전소에 설치된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과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이뤼지며 대상은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 지필로스

각 시스템은 용량 차이는 있지만 핵심은 회생에너지를 역사 내에서 사용가능한 전력으로 변환해주는데 있다. 회생에너지는 직류(DC) 형태다. 때문에 사용 가능한 전압으로 변경하기 어렵다. 이때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 내부에는 ‘전동차 회생에너지 전력변환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직류의 회생에너지를 전압 변경 및 공급이 쉬운 ‘교류(AC)’ 전류 형태로 바꿔준다. 이를 통해 버려지는 회생에너지를 실시간 역사로 공급해 사용 가능한 것이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역사에 설치하면 회생에너지를 재생해 에어컨, 전등, 난방, 스크린도어 등 역사 내 필요 전력으로 사용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낭비 전력을 재활용하는 것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대되는 에너지 절약 및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우수하다. 지필로스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설치한 역사 1개소당 기대되는 연간 탄소절감량은 320톤이다. 전력요금 절감 기댓값은 연간 1억원 수준이다. 매년 상승하는 전기요금을 감안하면 2025년엔 1억2,000만원, 2030년엔 연간 1억7,000만원의 절감이 가능하다.

김말수 지필로스 재생에너지사업팀 이사는 “원가절감 등의 노력으로 500kW급 모델 기준 역사 설치 비용은 약 5억원 정도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사측에서 예상하는 초기 투자비 회수 기간은 약 5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속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5년 이내로 투자 회수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진 우측)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역사에 설치하면 회생에너지를 재생해 에어컨, 전등, 난방, 스크린도어 등 역사 내 필요 전력으로 사용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낭비 전력을 재활용하는 것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사진 우측)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역사에 설치하면 회생에너지를 재생해 에어컨, 전등, 난방, 스크린도어 등 역사 내 필요 전력으로 사용 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낭비 전력을 재활용하는 것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 ‘편의성’으로 기술 차별화… 국내 역사 2곳에서 실증테스트도 진행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기술 관련 산업은 이미 해외선 중요한 에너지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관련 산업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리포트(Valuates Reports)’는 전 세계 철도 회생에너지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4,400만달러였으며 오는 2029년 9,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밸류에이츠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는 유럽과 중국. 일본이다. 주요 기업으로는 스웨덴의 ‘ABB’, 독일의 ‘지멘스(Siemens)’, 일본의 ‘가와사키(Kawasaki)’를 꼽을 수 있다. 이 상위 3개 업체는 현재 글로벌 시장의 55%를 차지한다.

이 같은 해외 기업들에 맞서 지필로스가 택한 방법은 시스템의 ‘유연성’이다. 현재 대다수 해외 업체들에서 제작한 철도 회생에너지 전환 시스템은 단일 모델인 경우가 많다. 반면 지필로스 시스템의 인버터는 100kg 단위로 모듈화돼 있다. 때문에 원하는 용량 설정 및 수리·관리가 편하다.

예를 들어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이나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의 용량을 조금만 늘려야 한다면 인터버 몇 개만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인버터가 고장 날 경우 전체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할 필요 없이 그 부분만 새로운 인버터로 교체하면 된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필로스는 현재 국내 철도공사들의 실증 과제도 진행했다. 1,500V 1M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의 경우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와 7호선 수락산 변전소 실증 했다. 테스트 결과 해당 시스템 설치 시 연간 8,500만원의 전력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전력 절감량은 500MWh다. 이는 태양광 228kW 발전소를 설치한 수준으로 140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올해부터는 인천교통공사와도 실증에 나선다. 실증은 2호선 주안국가산단역에서 이뤼지며 대상은 750V 500kW급 회생에너지 시스템이다. 지난 1월 기준 테스트 결과 연간 5,000만원의 전력 비용과 280MWh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초기 투자비 회수 기대 기간은 4년 반 정도다.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점검 중인 김말수 지필로스 재생에너지사업팀 이사./ 박설민 기자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점검 중인 김말수 지필로스 재생에너지사업팀 이사./ 박설민 기자

아울러 지필로스는 해외 시장 진출 사업도 준비 중이다. 현재 진출을 목표로 잡은 국가는 동남아 지역이다. 이미 자국 기업으로 포화시장인 미국, 유럽 등 국가보단 아직 철도 회생에너지 시스템 도입이 늦은 동남아 블루오션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서정길 지필로스 영업본부 이사는 “현재 말레이시아의 철도 엔지니어링 회사 측과 컨텍이 이뤄져 사업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이를 교두보로 삼아 향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국내 철도 회생에너지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운영·안전 규정도 전부 바뀌어야 한다. 이를 교통공사, 정부기관 등에서 검증하고 테스트해 허가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철도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해선 교통 공사 등 도시철도기관에서의 실증이 필수인데 이때 요구되는 안전 기준이 굉장히 높다”며 “이를 만족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철도 업계자들 가운데선 해당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탄소중립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회생에너지 활용 시스템 설치가 필수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규제적 지원이 뒷받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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