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DGB금융지주 회장이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이 낙점됐다. /  DGB금융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이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이 낙점됐다. /  DGB금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에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이 낙점됐다. 6년 만에 수장이 교체되는 DGB금융이 신임 회장 체제를 맞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지 주목되고 있다.

◇ 6년 만에 수장 교체… 차기 회장 전통 DGB맨 낙점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26일 차기 회장 후보로 황 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추위는 황 행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 등 3명으로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로 선정한 바 있다. 회추위는 이들을 상대로 2주간 △CEO급 외부 전문가 1대 1 멘토링 △사업계획 및 비전 발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종합적인 경영 역량을 평가한 결과, 황 행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이로써 내부와 외부 출신 간의 맞대결에서 내부 출신이 최종 승자가 됐다.

1967년생인 황병우 회장 내정자는 경북 상주 출생으로 대구 성광고, 경북대 경제학과 등을 졸업한 뒤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25년간 한 조직에 근무해온 ‘전통 DGB맨’이다. 

그는 대구은행 DGB경영컨설팅센터장, 대구은행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대구은행 본리동지점장을 거쳐 DGB금융 비서실장, 이사회사무국장, 미래기획총괄, 지속가능경영총괄을 지낸 뒤 지난해 초 대구은행장에 올랐다. 회추위는 은행 경영 전반 뿐 아니라 지주 내에서도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이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는 그를 추천한 배경에 대해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면서 “우수한 경영관리 능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시중 지주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를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데는 내부 주요 현안 과제를 원활하게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DGB금융은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완수’라는 당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7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황 내정자는 은행장으로서 이러한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바 있다. 

본인가 통과 가능성은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점쳐지나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기 어렵다. 아울러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마주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시 전국구 영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 비교하면 자산 및 영업망에서 격차가 큰 게 현실이다.

대구은행은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 전략을 제시했다. ‘뉴 하이브리드 뱅크’란 디지털 접근성 및 비용 효율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역은행의 장점을 함께 갖춘 새로운 은행의 모습을 뜻한다. 이러한 시장 전략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시중은행 전환 및 안착·비은행 수익 개선 등 과제 산적

대구은행은 점포망의 경우 전국 모든 행정구역에 거점점포를 신설하되,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채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금융상품 제조-판매 분리 환경의 이점을 활용한 플랫폼사와의 개방적인 제휴, iM뱅크 등 디지털 앱 및 IT시스템의 전면 고도화 등을 통해 고객 친화적이면서 생산적인 채널망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사명은 대구은행에서 ‘iM뱅크’로 변경할 예정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한해선 ‘대구은행’ 상표를 병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완료 후 시장 안착에 성공하기 위해선 세밀한 사업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차기 회장이 마주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의 덩치를 키우는 것 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 수익’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DG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3,878억원에 그쳤다. 이 중 비은행 부문 누적 당기순이익은 1,320억원으로 전년보다 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낸 영향이다.

우선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31억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018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계열사다. 2021년까지 효자계열사 노릇을 하던 하이투자증권은 2022년 부동산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연결기준 3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DGB캐피탈 역시 부동산금융 부진 여파로 부진했다. DGB캐피탈의 순이익 전년 대비 22.5% 감소한 599억원에 그쳤다. 

올해도 부동산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았지만 시장 환경 악화가 장기화될 시 부실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이에 부동산금융 리스크에 노출된 계열사의 경영 효율화 및 건전성 관리 역시 차기 회장의 과제로 부상했다.

여기에 내부통제 관리, 및 신인도 제고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최근 몇 년간 내부통제 이슈가 지속돼 왔다. 지난해엔 임직원의 대규모 불법계좌 개설 사건이 적발돼 눈총을 산 바 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 내에선 지난해 부동산PF 관련 꺾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있었다. 계열사 전반에 강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황 내정자가 마주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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