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들이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다만 이러한 성적표에도 유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 뉴시스
유업체들이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다만 이러한 성적표에도 유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유업체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지속됐던 헬시플레져(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힘입어 단백질‧유산균 음료가 흥행한 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성적표에도 유업계의 한숨은 줄지 않는 모양새다. 이유가 뭘까.

◇ 유업계, 사업 다각화로 실적 개선 나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968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3%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6.9% 개선돼 54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41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47.0% 개선됐다. 남양유업은 이와 관련해 가격 인상 및 원가절감 활동 강화를 통해 적자폭을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7,83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5.8%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9.0% 늘어 72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81.5% 늘어 55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일유업 측은 이와 관련해 영업 및 영업외손익 개선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1937년 조합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단백질 제품군 누적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의미의 헬시플레져 트렌드가 지속됐다. 이에 발맞춰 유업체들이 건강 관리 등을 위한 단백질 및 유산균 음료, 대체음료 시장에도 발빠르게 나선 것이 실적 개선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풀이다.

실제로 흰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시장 성장세가 정체되자 유업계는 사업 다각화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로 매일유업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전체 사업에서 우유(백색시유‧가공유‧유기농)가 차지하는 비중은 32.1%, 유아식(조제분유‧이유식)은 12% 수준이다. 이외 커피나 두유 등 음료가 16.9%, 발효유 8.1%, 치즈 9.3% 등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국내 우유 시장 전망 ‘흐림’… 경쟁력 확보 방법은

그러나 이러한 실적 개선에도 유업계는 한숨만 늘고 있는 모양새다. 본업인 ‘우유’의 중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저출생에 따라 우유의 주요 소비층이 줄어드는 점은 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1만9,000여명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출생아 수 감소는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출생아 수는 매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전년도와 비교해 출생아 수가 늘어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2015년 전년대비 소폭 증가해 43만8,42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는 다음해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엔 전년대비 7.3% 줄어든 40만6,243명으로 집계됐다. 이후엔 △2017년 35만7,771명(11.9%↓) △2018년 32만6,822명(8.7%↓) △2019년 30만2,676(7.4%↓) 등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은 전년대비 4%가량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완화됐지만, 다시 지난해 7.7% 감소했다.

국내서는 마시는 우유에 쓰이는 ‘음용유’와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가공제품을 만드는 ‘가공유’를 구분해 용도별 원유 기본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의 소비량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음용유 생산을 점차 줄여나가고, 가공유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서 생산된 우유는 수입 우유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러자 우유 수입량만 매해 늘어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수입량은 3만7,361톤으로 전년과 비교해 19% 늘었다. 수입 금액은 3,094만달러였다. 이에 따르면 우유 수입량은 5년(2019~2023년) 동안 3배가 넘게 늘었지만, 우유 자급률은 이미 50% 이하로 떨어진 수준이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 대해 유제품 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국내 원유가격보다 저렴한 국제 원유가 무관세로 수입되면 국내 낙농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낙농가뿐만 아니라 유업계가 그전에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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