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ESG. 최근 몇 년간 기업 경영에서 가장 핵심 화두를 꼽자면 이 단어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은 개념이다. ‘ESG 요소’는 기업 투자에 있어서도 주요 평가 가치로 부상했다.

이에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ESG 경영 활동은 부쩍 활발해졌다. 저마다 ESG 경영 강화라는 목표 아래, 탄소절감,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루에서 수십 건의 보도자료를 받는 취재기자 입장에서 ‘ESG’ 단어는 빈번하게 접하는 단어가 됐다. 

그런데 이러한 ESG 경영 활동에 있어 아쉬운 대목이 있다. E(친환경)와 S(사회적 책임) 활동엔 매우 열성적이지만 G(지배구조) 개선에 있어선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보다 한국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저평가돼 있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미흡한 주주환원책,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 국내 주식 시장에 신뢰 부족 등 거론돼왔다. 일부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특정 지배주주의 소유집중 구조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 아래, 특정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 왔다. 여기에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주주 권리보호 수단과 이사회 기능 등도 취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위해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사외이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가장 중요한 자질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는 제 기능을 하고 있을까. 매년 반복되는 거수기 및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을 떠올리면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올해도 벌써부터 기업의 사업과 무관한 경력을 갖췄거나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주주 및 기업과 관계성이 있는 인사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논란이 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개선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사회 독립성 지표로 여겨지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있어서도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에서 사외이사를 둔 237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11.4%(27곳)만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사회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권장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와 분리해 선임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주총을 통해 이사진 선임, 정관변경 등 다양한 안건이 상정될 전망이다.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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