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액 30조원을 돌파하고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 뉴시스
쿠팡이 지난해 연간 매출액 30조원을 돌파하고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쿠팡이 지난해 연 매출 3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고성장이 올해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쿠팡의 올해 전망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 지난해 연매출 30조원 돌파… 기존 유통 강자 제쳐

쿠팡이 지난달 28일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243억8,300만달러(31조8,298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2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을 달성했다. 2010년 8월 쿠팡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이번 실적 발표로 쿠팡은 온오프라인 포함 기준 국내 유통업계서 기존 유통 강자들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경쟁업체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29조4,72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내며 부진한 성적표를 거둬들인 바 있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매출액 65억6,100만달러(8조6,555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가량 증가해 1억3,000만달러(1,715억원)을 기록했다. 6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쿠팡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환율 효과 및 FLC 사업 회계처리 방식 변경 효과를 배제하고 본 4분기 매출액 성장률은 29%”라면서 “한국의 지난해 4분기 내수 성장률이 전년대비 1%,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률이 11%였음을 감안하면 쿠팡이 얼마나 빨리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가이던스를 언급하면서 지난해 달성했던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한 채 수익성 개선을 약속했다”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여력과 신사업 성장성을 감안하면 쿠팡이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무서운 성장세… 쿠팡, 타격 받을까

업계서는 이를 두고 쿠팡이 본격적으로 ‘회수 구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2019년 약 6조원에서 시작해 △14조3,963억원(2020년) △22조1,424억원(2021년) △26조5,917억원(2022년) 등 외형 성장을 거듭한 것과 달리 영업손실을 지속해 ‘만년 적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쿠팡은 이러한 비난에도 6조원 이상을 물류망 구축에 쏟아부어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쿠팡이 지속 고수해 왔던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통해 증명된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쿠팡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한국 제품 전용관 ‘K-베뉴’를 만들면서 ‘수수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5일 앱 사용량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월대비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급상승 앱 1위는 2월에만 60만 사용자가 증가한 알리익스프레스였다. 모바일인덱스는 이와 관련해 “테무(Temu)와 함께 여전히 한국 커머스 시장에 큰 위기감을 주는 앱으로 자리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업종별 신규 설치 순위를 살펴보면 쇼핑 업종에선 ‘테무’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테무를 새롭게 설치한 수는 165만건으로 집계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09만건으로 파악됐다. 쿠팡은 48만건을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 성장에 따른 우려와는 반대로 쿠팡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9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쿠팡의 ‘와우 회원(유료 멤버십)’ 수가 전년대비 27% 증가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올해 쿠팡이 한국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보다 높은 매출 증가세를 기록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쿠팡의 활성 고객 수(한 번 이상 제품을 산 고객 수)는 2,100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증가했다. 와우 멤버는 같은 기간 27% 증가해 1,400만명을 기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홍콩‧일본에서도 물건을 확보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은 쿠팡의 해외직구 매출에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쿠팡이 유료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하면 소비자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이 국내서 빠른 속도로 거대하게 성장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많아진 모양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법을 추진하고 있고, 기존 유통 강자들이 연합 전선을 만들고 쿠팡을 견제하는 등 여러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를 돌파하고 고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coupang Q4 2023 Financial Results
2024. 02. 27. 쿠팡
쿠팡:쿠팡은 다 계획이 있다
2024. 02. 29. 한국투자증권
쿠팡:불황을 비켜가는 성장세
2024. 02. 28. 삼성증권
월간 인기 모바일 앱 순위(2024년 2월)
2024. 03. 05. 모바일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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