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다.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김신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물러난다. / SK증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총 시즌을 앞두고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의 거취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임기 만료와 함께 사퇴 수순을 밟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증권가 ‘최장수 CEO’로 꼽혀온 김신 SK증권 대표는 1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돼 관심을 집중시켰다.

◇ 김신 대표 사퇴… 정준호 각자 대표 신규 선임

SK증권은 오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여의도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SK증권은 정준호 리스크관리본부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과 전우종 각자대표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각각 1년이다.

SK증권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준호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전우종 각자대표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달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당일 이사회를 거쳐 각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김신 대표는 이달 말 임기 만료와 함께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 김 대표는 2014년 SK증권 대표에 선임돼 10년간 사령탑을 맡아 온 증권가 대표 ‘장수 CEO’다. 그는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토대로 잇따라 연임에 성공해 왔다. 2018년 대주주가 SK에서 사모펀드 J&W파트너스로 교체된 후에도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바 있다. 그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는 지난해 3월까지 9년간 유지됐다.

SK증권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경영진 체제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SK증권은 지난해 3월 전우종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김신 단독대표 체제에서 김신·전우종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이달 김신 대표이사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SK증권은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로 새롭게 변경된다. 전우종 각자대표는 이번에 연임 후보에 올라 임기가 연장된다.

김 대표의 사퇴는 증권가에 불어 닥친 ‘세대교체’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증권가에선 ‘CEO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CEO들이 용퇴하고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CEO로 속속 등용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 대표의 사퇴에도 이러한 인사 기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됐다. 

◇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

여기에 SK증권은 지난해 수익성 저하와 우발 채무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SK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62.8% 하락한 32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8% 줄어든 13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우호적 영업 환경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경영 쇄신과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SK증권이 경영진 변화를 꾀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준호 본부장은 대신증권 IB팀장을 거쳐 SK증권 전략기획실장,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역임해왔다.

SK증권 측은 정 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지난 3년간 SK증권의 CRO로서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통해 회사 전반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해 왔다”며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진 금융환경 하에서 향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리스크관리를 통해 회사의 위험을 통제하고 지속적인 성장·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앞으로 전우종 사장이 영업 전략 등 사업 부문을, 정준호 본부장이 리스크관리 업무를 전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업무 분담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김신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지만 회사를 완전히 떠나지 않는다. 그는 SK증권의 신사업 발굴에 힘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보직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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