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 급증에 따른 소비자 불만 및 분쟁 건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 급증에 따른 소비자 불만 및 분쟁 건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최근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국내 업체 역차별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해외 플랫폼 업체에 대해 칼을 뽑아 들고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하는 정부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전자상거래법 등 국내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 직구 규모는 2022년 기준 5조3,000억원가량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불만 및 분쟁 건수가 급증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경쟁제한 행위 및 국내 입점업체 대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또한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에 주소‧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가 발생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해물품 유통의 주요 통로로 해외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되고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자율협약 체결도 추진한다. 현재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7개 오픈마켓(네이버‧11번가‧이베이코리아‧인터파크‧쿠팡‧위메프‧티몬) 및 4개 중고거래 플랫폼(당근마켓‧번개장터‧세컨웨어‧중고나라)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위해물품의 온라인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위해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내용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 소비자 보호대책, ‘실효성’ 의문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규제’ 필요해”

다만 공정위가 내놓은 소비자 보호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대책의 방향이 현행법 내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는 내용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의 자율협약은 크게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법 위반 소지가 있어도 공정위 직권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와 관련해서도 알리‧테무 등의 업체들은 이미 국내대리인이 정부와 소통하고 있어 이번 소비자 보호대책이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에 최근 알리에 대해 조사에 나선 공정위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공정위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에 대해 소비자 보호의무 위반과 관련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알리 사용자가 최근 급증하면서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가 전년대비 5배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 결과로 공정위의 실질적인 조사 범위를 일부분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가통계포털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227조원으로 전년대비 9.7% 성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업 간 시장점유율 경쟁을 넘어서 해외 기업부터 이종산업까지 유통 산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해외 기업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12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아직까지 배송‧반품‧환불 편의성은 한국 이커머스들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충격은 없겠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규제가 없다면 중국 이커머스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커머스에는 중국의 알리바바, 일본의 야후 등 절대 강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쿠팡과 네이버가 절대 강자를 두고 싸우는 와중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기업까지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며, SNS 기업인 유튜브‧틱톡 등 이종산업에서도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직구 거래액은 2022년 기준 아직 국내 온라인 거래액의 2.6% 수준으로 높지 않다”면서도 “다만 적극적인 한국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나 월간 사용자 성장이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원은 비식품과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쿠팡보다는 네이버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알리의 최근 전략은 입점‧거래 수수료 혜택을 기반으로 판매사들을 유입시키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직매입 비중이 90% 이상인 쿠팡보다 비식품‧오픈마켓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의 점유율을 알리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통: 기업분석 보고서
2024. 03. 12.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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