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대표주자 ‘로봇(Robot)’은 편리하지만 려운 조작·운영 등의 문제로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 분야에선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컴퓨터처럼 로봇도 쉽게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첨단기술의 대표주자 ‘로봇(Robot)’은 편리하지만 려운 조작·운영 등의 문제로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 분야에선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컴퓨터처럼 로봇도 쉽게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자기기와 가전제품 상용화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 제품이라 할지라도 이용자가 사용하기 어려우면 상용화엔 한계가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가장 대중화에 성공한 전자기기가 된 것도 뛰어난 접근성 덕분이다. ‘윈도우(Windows)’, ‘안드로이드’ 등 우수한 ‘운영체제(OS)’ 덕분에 우리는 클릭, 터치 한 번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대표주자 ‘로봇(Robot)’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조작·운영 등의 문제로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 분야에선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전용 운영체제 기술력 확보가 향후 로봇 산업 경쟁력 확보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누구나 쉽게 로봇 제작·운용 가능한 ‘ROS’ 

관련 기술 중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로봇운영체제(ROS,Robot Operating System)’다. ROS는 로봇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운영체제 플랫폼의 일종이다. 엄밀히 말하면 윈도우, 리눅스, 안드로이드와 같은 조금 운영체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로봇을 제어·운영해주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ROS가 로봇 기술 개발의 혁신이 된 것은 엄청난 편의성 덕분이다. ROS 등장 전 로봇 연구자들은 하드웨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했다. 때문에 각 로봇마다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달랐고 운영도 어려웠다.

하지만 오픈소스로 ROS가 공개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제작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로봇 제품 간 호환성도 높아졌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ROS는 현재 국제 로봇 연구자, 기업들 사이에서 ROS는 표준과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수많은 로봇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관련 산업 규모도 해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이다. 15일 인도시장조사업체 ‘360리서치리포트(360 research reports)’에 따르면 글로벌 ROS 시장 규모는 현재 약 2억5,646만달러(약 3,421억원) 수준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6.56%다. 따라서 오는 2027년엔 3억7,539만달러(약 5,007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360리서치리포트는 “글로벌 ROS 시장은 2024년에서 2031년 사이의 예측 기간 동안 상당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에 시장은 꾸준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주요 로봇 기업의 전략 채택이 증가하고 있어 올해는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로봇운영체제(ROS,Robot Operating System)’ 사진은 에이팩스.AI(APEX.AI)’가 개발한 RO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농업로봇  ‘펜트 자이버’(Fendt Xaver)‘의 모습./ Fendt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로봇운영체제(ROS,Robot Operating System)’ 사진은 에이팩스.AI(APEX.AI)’가 개발한 RO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농업로봇  ‘펜트 자이버’(Fendt Xaver)‘의 모습./ Fendt

◇ 해외선 무인이동로봇, 스마트농업 등 ROS 다방면 활용 중

해외 기업들에선 이미 ROS 기반 로봇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클리어패스 로보틱스(Clearpath Robotics)’를 꼽을 수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2009년 설립한 로봇 전문 스타트업이다.

이곳에서는 ROS를 활용한 무인이동로봇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주요 제품으로는 무인지상차량(UGV)인 ‘자칼’과 무인수상선박(USV)인 ‘헤런(Heron)’ 등이 있다. ROS는 협력사들과의 연구로 공급된다.

특히 클리어패스 로보틱스는 광산 등 위험한 산업 및 제조 시설의 자동화용 ROS 협력 연구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산업 자동화 회사인 ‘락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에 6억달러(약 8,004억원)가 넘는 금액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에이팩스.AI(APEX.AI)’도 ROS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2017년 설립된 에이펙스.AI는 자율주행차 및 로봇용 소프트웨어 전문개발업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하며 독일과 스웨덴, 일본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한국에도 지사가 설립됐다.

에이팩스.AI의 대표 기술로는 ‘APEX.Grace’가 있다. RO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서비스는 로봇 및 자율주행 전용 운영체제다. 이 서비스의 주 활용 분야는 ‘스마트 농업’이다. 현재 에이펙스.AI는 ‘펜트 자이버’(Fendt Xaver)‘리고 불리는 농업용 자율주행로봇에 이 서비스를 적용 중이다. 이 로봇은 미국스마트농업기계 전문제조업체 ‘펜트(Fendt)’와 협력해 제작한 것이다.

APEX.Grace를 탑재한 펜트 자이버는 여러 대의 자율주행로봇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자택에서도 손 쉽게  실시간 작물 상태 파악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설치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형태로 사용할 수 있어 농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도 로봇용 운영체제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버랩스는 지난 5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테크포럼에서 로봇용 OS ‘아크마인드‘를 공개했다. 사진은 발표를 진행하는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 리더./ 네이버
네이버도 로봇용 운영체제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버랩스는 지난 5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테크포럼에서 로봇용 OS ‘아크마인드‘를 공개했다. 사진은 발표를 진행하는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 리더./ 네이버

◇ 국내 IT기업들도 ROS 시장 관심↑… 네이버·삼성 등 로봇 전용 OS 구축 속도

해외 로봇업계와 마찬가지로 국내서도 로봇용 운영체제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 중에선 ‘네이버’를 꼽일 수 있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5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열린 테크포럼에서 로봇용 OS ‘아크마인드‘를 공개했다.

‘아크마인드(ARC mind)’는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랩스가 합작해 구축한 웹 플랫폼 기반 ROS다. 이 기술은 웹 플랫폼에 존재하는 여러 모바일앱들을 로봇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러 기술 중엔 로봇의 제어·인지·이동을 위한 전용 웹 API도 포함돼 있다.

아크마인드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웹 플러그인 기술’이다. 이를 통해 로봇 개발자는 웹에서 직접 로봇을 구동할 수 있는 전용 API를 제공받을 수 있다.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구현됐던 앱들이 아크마인드를 사용하면 로봇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 리더는 “로봇은 각 제조사에 따라 서비스 호환이 한정돼 있는데 반대로 웹 플랫폼 생태계는 특정 회사, 진영에 속하지 않아 호환성이 굉장히 우수하다”며 “이런 웹 플랫폼 생태계의 특성과 로봇 산업 생태계를 접목해 로봇 서비스 산업을 확장하곘다는 것이 네이버랩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차세대 로봇 플랫폼 협력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온 칩(SoC)’, 이미지 센서 등의 반도체 솔루션을, 네이버는 OS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양사는 하나의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을 구현, 국내 로봇 대중화를 빠르게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로봇 전문기업 중에선 ‘유진로봇’도 주목할 만하다. 청소·물류용 로봇 개발 업체로 잘 알려진 유진로봇은 제품에 ROS 탑재 시도를 진행 중이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연구개발용 로봇 ‘터틀봇2’다. 이 로봇은 ROS를 적용, 사람을 따라가거나 안내하는 등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ROS 기반 물류 로봇인 ‘고카트’도 유진로봇에서 개발·공급 중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는 산업용 로봇을 인간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로봇 산업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숙원“이라며 ”“ROS 등 로봇용 OS 시장은 이 같은 업계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가장 높은 ROS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로봇 도입을 원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는데 디지털화가 잘 이뤄진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선 ROS 기반 로봇 도입이 금방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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