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硏, 초미세 플라스틱 노출 시 실험용 쥐 모유 성분 변화 확인
새끼 쥐 혈액 내 비만 유발 성분 증가… 장내 비만 억제 균종도 감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모유로 다음 세대로 전이돼 자손의 비정상적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모유로 다음 세대로 전이돼 자손의 비정상적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초미세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쪼개져서 형성되는 매우 작은 합성 고분자화합물이다.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로 매우 작아 관찰 또는 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해양오염의 주 원인일 뿐 아니라, 먹이사슬로 인한 인체 및 유전 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초미세 플라스틱이 소아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다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은 초미세플라스틱이 모유로 다음 세대로 전이돼 자손의 비정상적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폴리스타이렌(PS)과 폴리프로필렌(PP) 성분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어미 생쥐에게 노출시킨 후 새끼에게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에 노출된 생쥐의 새끼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이나 섭취량의 증가가 없음에도 몸무게와 체지방이 두드러지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생쥐의 모체가 섭취한 초미세플라스틱이 자손의 체중 증가를 유도하는 과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쥐의 모체가 섭취한 초미세플라스틱이 자손의 체중 증가를 유도하는 과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에 연구팀은 어미 생쥐의 모유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비만도와 관련이 높은 지질 성분인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는 증가하고 단백질 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PC)은 감소했다. 모유를 섭취한 자손의 혈액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관련 효소 활성 조절로 초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지질 성분 변화를 억제하자 새끼 쥐의 몸무게 증가는 정상이 됐다.

뿐만 아니라 초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쥐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도 비만에서 나타나는 분포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비만 억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움 슈도롱검(Bifidobacterium Pseudolongum)과 포카이콜라 불가투스(Phocaeicola vulgatus) 균종도 현저히 감소했다.

이다용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과 소아 비만 간의 연관 가능성을 대사적으로 규명한 첫 번째 사례”라며 “실제 관련 질환 환자에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과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후속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인바이론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교육부 이공문야 학술지원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및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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