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그 인물 자체가 돼 보는 이를 설득하고야 마는 배우 안재홍이 기어코 또 새 얼굴을 꺼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서 완벽한 싱크로율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낸 그는 “만화적인 인물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영화 ‘극한직업’(2019),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시리즈로 재탄생시켰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티빙 오리지널 ‘LTNS’, 드라마 ‘멜로가 체질’ ‘쌈, 마이웨이’ ‘응답하라 1988’ 등 매 작품 다른 얼굴로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 안재홍은 이번 ‘닭강정’에서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부터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까지. 자신의 진가를 재입증한 안재홍이다.
안재홍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작품을 택한 이유, 이병헌 감독과의 재회 소감, 류승룡과의 호흡 등 ‘닭강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쏟아지는 호평에 “배우로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도대체 웹툰 몇 개를 찢는 건가. 이번에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하하. 감사하다. 작품을 제안받고 원작 웹툰을 봤다. 좋은 게 있다면 가져오고 싶어서 참고용으로 봤다. 웹툰 자체가 독특했다. 작화가 처음 보는 형식이었다. 백중이라는 인물은 살집도 있고 통통하고 뭔가 나와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흡사하게 가져가 보자, 외형을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까지 가져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닮았지만 더 닮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시리즈도 독특하고 만화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런 느낌을 자아내고 싶었다.”
-‘마스크걸’ 주오남에 이어 또 한 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배우로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대할 때 일체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닭강정’은 독특하고 새롭고 독보적인 작품이었고 이병헌 감독님이 재창조한 세계 속에서도 만화적이기 때문에 일체성을 높이는 게 시청자가 이입하는데 더 생생함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웹툰을 안봤더라도 이 작품만이 가진 세계관 속에서 만화적인 인물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마스크걸’ 인터뷰 때 다음 공개되는 작품이 싱크로율 100%에 가깝다고 했었는데 그게 ‘닭강정’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한 만화적인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캐릭터성 짙은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고유한 하나의 인물, 하나의 세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 선택에 대중이 몰입해 줬다는 게 감사하고 기쁘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 있어 주오남이 강렬했다고 해서 다음 캐릭터나 작품을 하는 데 있어 굳이 피해 가거나 굳이 다르게 가려고 하진 않는다. 하나하나 고유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파격적이라든가 독특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공개하는 데 있어 부담은 없다.”
-‘닭강정’은 어떤 점에 끌렸나.
“신나는 모험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만화적이고 본 적 없는 이야기가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였고 꼭 참여하고 싶었다. 새로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고백중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어떻게 생생하게 이 인물이 가진 만화적인 순간들을 새로운 톤, 새로운 화법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배우로서의 마음이 크게 작동했다. 이병헌 감독과 다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컸다. 신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류승룡 선배가 캐스팅돼 있었는데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 쾌감 넘치는 작품 속에서 선배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정말 컸다. 그래서 너무 참여하고 싶었다.”
-독특한 설정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는 없었나.
“걱정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기분 좋은 상쾌함이 있었다. 대본 자체가 가진 비범함을 잘 구현하고 싶었고 일상적이지 않은 데서 오는 재미랄까 황당함의 뉘앙스를 잘 살려내고 싶었다. 대사 톤 자체가 굉장히 새롭다고 느꼈는데 연기하는 데 있어 톤을 높이되 그 안에서도 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 인물의 화법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고백중의 톤, 화법은 어떻게 해석하고 잡아나갔나.
“‘LTNS’에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은 켜켜이 쌓여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사가 진행됨에 있어서 캐릭터의 이면을 보여주면서 그 캐릭터가 입체성을 갖게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의도적으로 캐릭터가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 ‘닭강정’ 백중은 완전히 반대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이 인물은 등장과 동시에 딱 캐리커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등장과 동시에 굉장히 독특하고 이상하지만 자꾸 보게 되는 그런 모습을 단박에 보여주고 달려가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 등장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그다음부터는 녹아들 수 있게 진실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중의 노래도 직접 불렀다. 어땠나.
“음원이 출시됐다. 매일 듣고 있다.(웃음) ‘고백의 주문서’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닭강정 랩소디’도 좋아한다. 요즘 매일 듣고 있고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노래 가사가 독특한데 또 굉장히 신난다. ‘모든기계’와 ‘야식’이라는 노래는 기분 좋아지는 노래다. (준비는) ‘멜로가 체질’ 때도 함께 했던 음악감독님이 지도해줬다. 노래와 기타 레슨을 받고 녹음하고 촬영했다. 노래가 작품을 대표하는 어떤 매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 장인 류승룡과의 호흡은.
“호흡을 맞추면서 존경심이 더 커졌다. 류승룡 선배는 국가대표라고 생각할 정도의 배우다. 이미 어떤 신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더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정말 더 커졌다. 빠르게 오가는 호흡 속에서 굉장한 리듬감을 만들어냈고 에너지를 받았다. 연기자로서 그리고 후배로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나도 승룡 선배처럼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류승룡 못지않은 코믹 열연을 보여줬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 다르게 접근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코미디는 ‘생성이 된다’고 믿는 편이다. 재밌는 무언가를 해서 웃음을 주는 코미디도 있지만 나는 굉장히 절박하고 진지한데 그것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재미가 생성되는 코미디를 추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닭강정’을 할 때 몇 톤 위의 세상에 있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서 고백중으로서 진짜 감정을 듬뿍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내가 굳게 믿을수록 재미가 생성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류승룡 선배 덕에 에너제틱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류승룡 선배가 정말 다채롭게 랠리를 이어가 준 덕에 티키타카를 할 수 있었다. 나도 마음을 열고 캐릭터로서 그 순간에 실재하고 싶어 했고 살아있음을 느꼈다.”
-곳곳에 이병헌 감독과 함께한 ‘멜로가 체질’이 등장하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였다. 아이디어를 낸 것도 있나.
“대본에서 ‘멜로가 체질’을 보는 설정을 보고 그 속에 내가 등장하는지 궁금했는데 나오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웃음) 나오더라도 ‘닭강정’ 세상 속에서는 충분히 재미로 작동할 수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거기까진 가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멜로가 체질’ 장면이 나오고 다음 신에서 고백중으로 넘어오는데 뭔가 몽글몽글한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병헌 감독님이 준 소중한 재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중의 얼굴 위로 ‘멜로가 체질’ OST가 선행되면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신이 있는데 그 장면은 대본에 없었지만 그 노래를 상기시키는 듯한 분위기로 즉흥적으로 연기했는데 그게 나왔더라. 재밌었다. 멀티버스 같았다.”
-점점 여유로워진달까. 편안함이 느껴진다. 스스로 느끼는 변화가 있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시간이 지나면 없더라.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촬영을 하고 작품을 하면서도 조금씩 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고, 대중과 작품으로서 캐릭터로서 연기로서 잘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게 솔직한 마음이다. 참여한 작품에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고 싶고 시청자 혹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다.”
-아직 ‘닭강정’을 보지 않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 작품이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가득 담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재밌게, 새로운 맛을 즐겨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