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삼성SDS 과천ICT센터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있던 지난 주말, 아찔한 화재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삼성SDS 과천ICT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발생한 화재는 무려 8시간 동안 계속된 뒤 오후 8시 40분쯤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40여대와 헬기까지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고층인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협력업체 직원 1명이 부상을 입은 것 외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건물 3~4층 지점에서 시작된 화재는 건물 외벽과 10~11층 사무실 등을 태웠다.

문제는 건물 내부에 보관 중이던 데이터 등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삼성SDS 과천ICT센터는 삼성SDS 외에도 일부 관계사의 백업데이터를 보관 중이었다. 삼성SDS 측은 “데이터 유실은 없다”며 메인데이터는 수원센터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5월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불산누출사고와 관련해 삼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화재 발생 이후부터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서비스 장애가 계속되고 있다.

21일 삼성카드의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등 인터넷망을 이용한 카드결제 ▲삼성카드 홈페이지 및 앱을 이용한 모든 서비스 ▲총 23개 체크카드 제휴 금융사 중 6개 금융기관(새마을금고, 기업, 신한, 광주, 동부저축, 삼성증권) 제휴 카드 이용, ▲총 27개 ATM/CD기 중 6개 금융기관(제주, 기업, 새마을금고, 롯데피에스넷, KIS뱅크, 청호) 현금서비스 이용 ▲카드 결제 후 문자알림서비스 등이 불가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삼성SDS가 제공하는 와이즈070 인터넷 전화도 일부 회선이 ‘먹통’인 상황이다. 특히 언제쯤 서비스가 재개될 지 알 수 없어, 고객들의 답답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사고… 이건희 회장,
    귀국 3일 만에 ‘골치’

이처럼 이번 삼성SDS 과천ICT센터 화재는 제법 큰 사고였다. ‘세월호 참사’에 가려져 관심을 덜 받았지만, 아파트와 고층빌딩, 쇼핑몰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아찔한 화재사고였던 것이다. 덕분에 인근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놀란 가슴을 또 다시 쓸어내려야 했다.

더불어 삼성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또 다시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국내 최고 기업 ‘삼성’에서마저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과 5월, 7월, 8월 등 총 3차례의 불산·암모니아 누출 사고와 2차례 화재사고를 일으켜 인근 주민들을 비롯한 사회적 불안을 높인 바 있다. 또 지난해 삼성정밀화학에서는 대형 물탱크가 파손되는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 지난 17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
해당 사고는 모두 허술한 안전관리, 즉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그렇게 숨진 노동자는 총 4명, 부상자는 24명에 달했다. 대부분 협력업체 소속이다.

올해도 삼성의 ‘사고’는 반복됐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번 삼성SDS 과천ICT센터 화재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사고뭉치 기업’이라는 오명을 더욱 짙게 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불호령’을 내렸음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화재 역시 이 회장이 지난 17일 귀국한지 불과 3일 만에 발생했다. 이 회장으로선 귀국하자마자 골치 아픈 일이 터진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을 외치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먼저 후진국형 안전불감증 사고부터 근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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