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단계별로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상당한 규모의 문책을 예고한 셈이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다. 세월호 침몰 사고 8일 째인 23일 사망자 수가 150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실종자 152명의 구조 및 수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실상 생존 확률이 적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기다림은 통곡소리로 변했고, 민심은 분노했다. 사고 직후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재난 대응체계의 난맥상이 오히려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에서다.

흉흉한 민심으로 청와대 내 위기의식도 커져가고 있다.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안팎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단순히 중하위 공무원 몇 명에게 책임을 묻고 끝낼 수 없다는 중론이 모아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 진도 현장 방문을 통해 ‘성난 민심’을 확인한 박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 단계별로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상당한 규모의 문책을 예고한 셈이다.

◆ ‘유명무실’ 안행부 중대본 해체

문책 대상자 1순위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꼽힌다. 강 장관은 안행부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질적인 현장 책임자다. 그러나 강 장관은 사고 당시 가장 중요한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침몰 사고 신고 접수 후 53분이 지나서야 늑장 가동된데 이어 구조자 수를 6차례에 걸쳐 정정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실종자 수색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는 결국 수습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진도로 향한 강 장관을 대신해 중대본을 지휘한 이경옥 2차관 역시 긴급 상황에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실상 해체하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책임자는 정홍원 국무총리로 지목했다. ‘책임총리’로서 현장을 장악해 신속히 대처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 총리가 현장에 내려간 후 상황은 더 꼬였다. 현장관리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목포지방해양경찰청이 해양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 가운데, 정 총리까지 나서 일이 번거롭게 됐다는 후문이다. 비전문가인 정 총리의 현장 상주는 불편하기만 하다는 주장이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정 총리에 대한 원망이 깊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일. 실종자 가족들이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했을 때, 정 총리는 현장에 있던 3시간 동안 승용차 안에서 머물렀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무성의하다”고 말했고, 여당 내에선 “정 총리가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하기에는 국민들의 신뢰를 너무 잃었다”고 판단했다.

◆ ‘우왕좌왕’ 골든타임 놓친 해경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실종자들의 원성을 샀다. 구조에 나선 해경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는 것. 이후 구조 작업까지 더뎌지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마찰을 빚었다. 더 큰 문제는 수습 과정에서도 해경들의 비이상적인 태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 침몰 사실을 처음 알리며 “살려주세요”라고 말한 단원고 학생에게 해경의 답변은 “위도, 경도를 말하라”였다. 초기 구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을 어이없이 흘려보낸 셈이다. 이에 해경 관계자는 “신고자가 선원인 줄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해명을 최초 신고자였던 학생이 들을 수는 없게 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자리도 위태롭다.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논란에 휩싸였던 이 장관은 이번 사고로 여실히 한계를 드러냈다. 사고 전날까지 그는 “바다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했으나 막상 실전에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 장관은 해수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본부장이지만, 현장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 장관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사고 당일인 16일 진도실내체육관 내 응급 진료소 테이블 위에 있던 의약품을 치우고 그곳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식음을 전폐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응급진료소에서 버젓이 의전용 의자까지 갖췄다. 사건은 이틀 뒤인 18일 단원고 학생의 빈소를 찾았을 때도 터졌다. 서 장관의 수행원이 유가족들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고 귓속말을 해 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서 장관은 쫓기다시피 빈소를 나왔다.

 ◆ 분위기 쇄신용 개각 불가피

이외 세월호 참사 문책인사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거론되고 있다. 당초 김 실장은 청와대 지하 벙커의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사태를 주시하며 박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실에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보를 취합 중이라는 것. 게다가 사고 발생 초반에 부정확한 정보로 박 대통령의 상황 판단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안행부, 해수부, 해양경찰청 등의 수장들에 대한 사퇴 및 경질이 힘을 받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개각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여권 내부에선 “등 돌린 민심을 되찾기 위해선 대폭적인 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사당국의 결과가 나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기에 분위기 쇄신용 개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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