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유 전 회장을 비롯 측근 50여명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동시에 50억원 상당의 고급 골프채 구입 여부 확인에 나섰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의도 정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유 전 회장의 비리를 조사하는 검찰이 여·야는 물론 전·현직을 막론하는 전방위적 수사로 대규모 사정 칼날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A씨의 고백이었다. A씨는 지난달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 전 회장이 여야 정치인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한 사실을 폭로했다. 현재 청해진해운 관련 회사의 임원으로 있는 B씨가 주로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정치인의 아랫사람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자신 역시 “회사 돈을 사과박스 2개에 가득 채워 유 전 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채규정 온지구 대표가 지난 11일 소환 조사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단 검찰은 채 대표를 회사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준 혐의(배임)로 조사했지만, 그가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채 대표는 회사에서 뭉칫돈을 많이 빼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온지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채 대표가 취임한 2008년 용처모를 선급금 8400만원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8억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뿐만 아니다. 2012년 회사로부터 5억8000만원을 빌렸다가 지난해 13억원을 추가로 빌리는 등 단기대여금을 수시로 받아갔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이 돈을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채 대표의 이력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 채규정 온지구 대표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에 응했다.
육사 25기 출신인 채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전북부지사를 지낸 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전북 익산시장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전북에는 구원파 계열사로, 유 전 회장 두 아들이 최대 주주인 아해 본사가 자리 잡고 있던 터. 채 대표가 익산시장을 끝으로 평생 살아온 전북을 떠나 2008년 경북 칠곡에 있는 온지구로 자리를 옮기자 당시 전북 지역 정치인들은 의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채 대표의 구속을 검토 중인 검찰은 현재 채 대표 외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50여명의 자금 흐름도 함께 추적하고 있다. 기간은 해운법 개정이 있던 2009년 전후. 청해진해운은 해운법 개정으로 여객선 연령이 최대 20년에서 30년까지 늘어나자 세월호를 수입했다. 세월호는 2012년 9월에 18년간 운항하고 퇴역한 여객선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세월호 운항의 단초를 제공한 해운법 개정 전후로 유 전 회장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정관계 인사들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유 전 회장이 50억원 상당의 고급 골프채를 구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자금출처와 정관계 로비 관련성을 캐고 있다. 유 전 회장과 인척관계인 C회장이 서울에 위치한 한 골프숍에서 2008∼2009년을 전후해 3년간 50여억원 상당의 고급 골프채 등을 구입한 정황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다. C회장과 골프숍 사장 D씨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유 전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한 상태. 검찰은 실제 골프채 판매와 구입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대금이 오갔다면 판매된 수백 세트의 골프채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추적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인천, 부산 등 이른바 ‘항만지역’ 의원들은 혹여 불똥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유 전 회장이 사실상 교주인 기독교복음침례회 이른바 ‘구원파’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것. 물론 해당 의원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기억에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역 정가에선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일부 시인했다. 해운회사라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 의원들은 의례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고, 행사가 한번 열릴 때마다 수천명이 참여하다보니 “눈도장을 찍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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