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아들 결혼식으로 뜻하지 않게 구설에 휘말렸다. 롯데백화점 본사 직원들이 이원준 사장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식장 안내와 화환 정리 등 일을 거든 것이 화근. 회사 측은 자발적 참여였다고 강조하지만, 외부에서는 주말에 ‘사장님 아들 결혼식’ 돕기에 직원들을 동원한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겨례>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지난 18일(일요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호텔월드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이날 예식은 1시에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본점 소속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결혼식장에 ‘출석’했다. 이원준 사장 아들 결혼식을 거들기 위해서다.

◇ 아들 결혼식에 본점 직원 동원 논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지원군’으로 나선 본점 직원은 26명. 경영지원본부 소속 직원들로, 직급은 과장에서부터 사원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주차장에서부터 결혼식이 예정돼 있는 3층 식장까지 배치돼 하객들의 안내를 담당하거나, 화환을 정리하는 일, 주차 관리, 방명록 담당 등을 맡아 각자 지시받은 일을 수행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거든 것 뿐이었다”고 설명한다. 일손을 돕는 게 인지상정으로, 친척이나 동료 혹은 친구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밤을 새워주거나 일을 거들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롯데백화점 주장도 일리가 있다. 우리네 정서상, 경조사에 참석해 일을 거드는 것은 사실 아주 오랜 풍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도 보장된 주말(휴일)에 상사의 아들 결혼식을 돕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것은 사정이 좀 다르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사장의 사적인 행사를 위해 직원들이 동원된 셈이어서다.

더구나 이날 예식은 오후 1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예식장에 모였다. 각자 역할을 배분하고, 차질없는 수행을 위한 사전 점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이원준 사장 아들의 ‘원활한 예식’을 위해서였다. 결국 사장님의 아들 결혼식을 위해 직원들은 ‘휴일근로’를 한 셈이다. 보도에서는 이들이 결혼식 일정에 쫓겨 끼니도 패스트푸드로 대충 때웠다고 전했다.

특히 회사 측은 이번 일에 대해 “사장님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장의 개인사에 참석을 요구하는 윗선의 지시를 ‘당당히’ 거부할 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업무명령에 따른 근로”로 보고 있다. 사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일을 거들도록 지시받은 것은 사실상 ‘자발적 참여’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정도경영’ 하겠다더니… 무색하진 취임 일성

특히 회사 측은 일부 보도를 통해 “이날 결혼식에 참석, 일을 거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체휴가를 주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일근무수당’이나 ‘대체휴가’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사적인 일에 회사 비용을 쓰는 결과가 된다는 게 외부의 지적이다.

아들 결혼식으로 구설에 오른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롯데면세점 부사장으로 있다가 지난 4월 말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납품 비리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난 신헌 전 롯데백화점 대표의 후임이다. 그만큼 ‘조직쇄신’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실제 이원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원칙대로 공정하게 업무를 추진해 줄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 ‘정도경영’을 당부했고, ‘클린(Clean) 조직 문화’를 요구했다. 내외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공정한 기업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원준 사장은 이번 일로 리더십에 적잖은 생채기가 불가피해졌다. 겉으로는 ‘원칙대로 공정하게’를 주장해놓고,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어서다. 

그는 이번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협력업체들로부터 축의금도 받지 않았고, 화환도 최대한 거부하는 등 최대한 ‘공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사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그것이 비록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하 직원들의 지나친 충성심이 부른 ‘화(禍)’라 하더라도 책임은 오롯이 이원준 사장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잡음은 ‘올곧은 경영’을 주장하며 이제 막 닻을 올린 이원준 호(號)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