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이전하는 것은 비단 대기업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이같은 ‘부의 이전’이 보다 대범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의 일감몰아주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흥건설은 ‘중흥S-클래스’ 아파트로 유명한 중견 건설사다. 1989년 3월 금남주택건설주식회사로 설립되어 1989년 6월 14일 현재의 중흥건설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중흥주택을 비롯해 중흥종합건설, 중흥토건, 순천에코밸리 등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 일감몰아주기 통한 편법 증여

중흥건설의 최대주주는 정창선 회장이다. 주목해야 할 회사는 ‘중흥토건’이다. 장남 정원주 사장이 이끌고 있는 곳이다. 중흥토건은 중흥건설 계열 가운데 최근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지난 2011년 이후 관계사 거래가 급증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중흥토건은 지난 2011년 이후 덩치가 눈에 띄게 커졌다. 2009년 매출이 103억원에 불과하던 중흥토건은 지난해 2,3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년만에 20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20배 이상 올랐다. 작년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2009년 당시 영업이익은 4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엔 관계사가 있다. 대부분의 매출이 새솔건설, 에코세종, 중흥주택 등 관계사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특히 매출이 급격하게 점프한 2011년 이후엔 오너 일가 회사로부터 전폭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중흥토건은 중흥주택으로부터 1,0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2,337억원)의 45%가 넘는 규모다. 2012년에도 중흥토건 매출의 43%가 중흥주택에서 나왔다.

공교롭게도 중흥주택의 대주주는 정원주 사장의 아버지인 정창선 회장이다. 정창선 회장은 중흥주택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가 운영 중인 회사가 아들 회사에 적극적으로 일감을 몰아줬고, 그로 인해 적잖은 이익이 발생했다.

대기업으로 치자면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이자, 편법적인 부(富)의 이전이다. 지분이나 재산을 직접 물려줬다면 증여세나 상속세 등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매출거래를 통해 자산을 부풀려주게 되면 세금도 아끼고 자연스럽게 자산증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중소기업 위한 혜택 이용?

▲ 중흥건설.
문제는 이 같은 편법을 써서 자식에게 부를 이전시킨다 하더라도 세법 상 과세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그나마 부과되던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연말, 국회는 중소기업 간 거래에 대해선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면제하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는 기준도 연 매출 ‘3,00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적용받더라도 매출거래의 50%까지 정상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중홍토건의 경우 중흥주택과 매출거래비율이 50%를 넘기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흥토건에 대한 관계사의 일감몰아주기는 이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회사 간 물량지원이 업무 특수성 등으로 인해 발생한 거래라기보다 상속과 증여를 목적으로 한 거래에 가깝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 경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장남 정원주 사장에게로 일감지원이 대폭 늘어난 것을 보면 중흥건설의 가업승계(경영권승계)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하지만 경영권 승계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조세 형평 측면에서 논란 재점화가 불가피할 것임은 물론,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당성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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